편집실에서

공놀이란?

- 고손

이번 주 들어 몇몇 버스들이 ‘수능 시험장 경유’라는 흰 종이쪽지를 창문에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시험에 목을 매고 있을까요. 하루에 열 다섯 시간씩 삼 년간 학교에 앉아있다보면 수능이 절대적인 목표이며 학교가 유일한 정상적 길인 줄로만, 그렇게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놀이 원고를 읽으며 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장은 따야한다며 얌전히(?) 앉아있다보니 자동적으로 졸업되었는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등 ‘얌전하지 않게’ 청소년 시절을 보낸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부러우면서도 제도권 내에서 쓸데없이 잘 버텼던 제 자신에게 조금은 억울해지곤 합니다. 이번 호의 동시대반시대 주제는 공놀이, 홈스쿨링 학생들이 모여 공부하고 놀고 이야기했던 공부모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네, 제가 조금은 억울해하는 그런 종류의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생뚱맞게도, 이 좋은 이야기에 대한 제 첫 인상은 ‘공 갖고 노는 그건가?’ 였습니다. 공부하고 놀고 이야기하자, 의 줄임말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아 그렇구나,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도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 공놀이라는 말만을 툭 던져 놓으면 저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편집진인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위클리 수유너머는 언뜻 봐서는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없는 주제들을 자주 다룹니다. 그렇기에 독자 분들께 매 호의 첫인상 첫 느낌을 전달하는 카피와 커버는 언제나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편집실에 들어온 이후 이번 호처럼 카피를 치열하게(?) 정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우리 집 그리고 친구 집이라는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그러나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직접적인 가르침은 없이 매니저만을 두고 학인들이 주체적으로 공부했다! 고 하는 대강의 이야기를 짧은 카피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그리하여 낙착된 것은(제가 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만) ‘배움 있는 놀이터’입니다. 친절한 카피라고 생각합니다만, 판단은 독자 분들의 몫입니다. 이번 호 카피가 독자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번 호부터 ‘인권의 눈길로 시설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장애인 탈 시설 스토리텔링 코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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