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쑥’에는 건강이 보인다. (2)

- 김융희

범 한 마리와 곰 한 마리가 같은 굴 속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항상 神雄, 즉 桓雄에게 빌어 사람이 되어지기를 원했다. 이때 神雄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말하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百日동안 日光을 보지 않으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했다.

곧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서 먹고 三七일(3일)동안 忌하니 곰은 여자의 몸으로 변했으나, 범은 忌를 잘못해서 사람의 몸으로 변하지 못했다. 熊女는 혼인해서 같이 살 사람이 없으므로 날마다 壇樹 밑에서 아기 배기를 축원했다. 桓雄이 잠시, 거짖 변하여 그와 혼인했더니 이내 잉태해서 아들을 낳았다. 그 아기의 이름을 檀君 王儉이라 한 것이다.

‘일연’의 ‘삼국유사’ 첫 머리에 나오는 ‘고조선’인 왕검 조선의 건국 설화에 적힌 내용이다.

같은 내용이 ‘이승휴’의 ‘제왕운기’에도 기록돼 있다. 나는 여기서 역사나 설화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곰과 범이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다만 생명에 직접 관계가 있는 마늘과 쑥, 그리고 했빛이 거론되며, 쑥에 ‘신령스러운’이란 수식어의 관심으로 좀 길게 인용해 보았다. 이처럼 오래 전부터 ‘쑥’은 신령스런 식품으로 인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북쑥을 캐네, 다북쑥을 캐네, /캐다가 보면 돌쑥도 나오네. /돌쑥, 물쑥, 다북쑥, /온갖 돌쑥을 몽땅 캐네. /시들어 마른 잡쑥도 캐고 /마소가 먹다 남은 새 싹도 캐네. /이 쑥 저 숙 골라서 무엇하랴 /캐어도 캐어도 허기진 이 쑥을 뜯고 /뽑고 가리고 다듬으니 /바구니 광주리에 반쯤 차네. /돌아가 이것으로 쑥죽을 쑤면은 /죽인 양 밥인 양 끼니가 된다.

‘다산 정약용’의 시 ‘采篙’(채고)의 부분이다. 여기서 다북쑥은 쑥의 본디말로, 돌쑥, 물쑥이란 여러 잡쑥에 임의로 붙여진 것, 구황식품으로 쑥을 노래했다.

이 밖에도 심한 중병에 쑥의 효능을 알 수 있는, ‘맹자’에는 칠 년 앓는 병에 삼 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기록이 있으며, 봄비 속에/너를 보낸다. // 쑥순도 파아란히/ 비에 젖고 // 목매기 송아지가/ 울며 오는데…(황금찬), 아름다운 시에 표현되기도 한 것이 ‘쑥’이다.

향기롭지 못했던 재래식 화장실에 말린 쑥을 놓아 화장실 냄새를 없에 주었고, 모기가 득실거리는 여름 밤이면, 쑥을 태워 모기를 쫒으며 마당에 둘러 앉아 놀던 기억이 새롭다. 쑥은 우리 곁에서 가까이 함께 했던 참으로 고마운 식물인 것이다.

모진 추위에 지친 심신으로 온 몸이 노곤하여 비실데는 춘곤증에 봄나물이 제격이다. 시세움에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솟구친 여러 새싹들이다. 겨우내 꽁꽁 언 매마른 대지에 새파랗게 돋아나는 모습도 경이롭고 아름다워 반갑거니와, 긴 겨울동안 단조로운 메뉴로 부진했던 입맛에, 향기롭고 싱그러우면서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의 밥상은 반갑고도 고마운 해후 인연인 것이다. 이른 봄철이면, 나는 재래시장을 수시로 나선다. 옹기종기 놓인 봄나물의 향연을 구경키 위함이다. 쑥은 나의 가까운 벗처럼 늘 곁에서 함께 한다.

짧은 봄철을 보내면서 해마다 느끼는 일로 아쉬움이 하나 있다. 금년에도 그 아쉬움은 여전했다. 우리 집 주위에는 봄나물이 많다. 이른 봄 냉이를 비롯해 민들레 쑥은 물론, 다래순 고추나물을 비롯한 산나물도 지천이다. 더구나 대부분이 군사지역으로 인적이 뜸한데다, 산업시설이나 공장이 없어 오염이 거의 없는 청정지역이 대부분이다. 우리 지역의 산나물과 청정쑥을 나는 아껴 귀히 여긴다. 때론 널리 알려 자랑도 하고 싶다. 금년에도 많이 나눠주기도 했고, 다녀 가라는 초청도 했다. 그런데 적잖이 나눠주기는 했으나, 아껴두고 기다린 것에 비해 다녀간 이는 많지 않았다. 아낌 없이 뜯어 좀더 말릴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다. 아껴 남겨둔 세어버린 쑥밭더미와 나물들을 바라보면 속상하다.

다른 식품에 비해 쑥은 보관이 비교적 쉽다. 부드러운 쑥을 뜯어 삶아서 냉동 보관하면, 사철 내내 두고 먹을 수 있으며, 적정 시기에 뜯은 청정쑥을 비나 이슬을 맞히지 않고 그늘에 말려 쑥차로 평소 상복하면 매우 향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하다. 마른 쑥은 오래돼 묵을수록 품질이 높아지는 귀한 차가 되는 것이다. 말릴 때는 상해서 절대로 곰팡이가 피지 않아야 한다. 바삭하게 완전히 말리지 말며 수분이 약간 남아 있어야 미생물에 의한 아주 느린 발효를 진행하면서 몸에 좋은 귀한 차가 되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말려 통풍이 잘되는 한지에 싸아서 무거운 것으로 약간 눌러 두거나 항아리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모진 가믐으로 아사자도 많이 발생했던 어느 흉년에 우리 식구들이 쑥으로 연명해 살았다. 이런 쑥을 생전의 아버님께서는 늘 외면하셨다. 살기 위해 먹었지만 지금도 회상하면 너무 질려서 싫다는 말씀이셨다. 무엇이나 모두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어느 식품이 몸에 이롭지 않는 것이 있으랴. 그러나 아무리 몸에 좋은 식품일 찌라도 편중되고 지나치면 안된다. 쑥도 예외일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곁에서 흔하디 흔한 쑥의 애용을 적극 권하며, 우리에게 배푸는 여러 좋은 혜택을 생각하면 좀 지나쳐도 무방할 듯 싶어 두 번에 걸쳐 적어 보았다. 여러분의 건강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응답 3개

  1. 강물처럼말하길

    반갑고, 좋게 기억해줘서 고마워요. 저.. 쑥도 좋와 하지만 , 막걸리도 ㅈㅇㅎ.. 알지요. 기회되면 한 번 자리 잡아요. 연락 주어 고마워요……..

    • 이경수말하길

      아.. 1 박2 일동안 많은 추억거리를 주셨지요~ 어디 막걸리 뿐이었나요~ 저 질경이두 첨 먹어보고~직접 구워주신 고기.. 다양한 김치가 입이 호강을 했지요~ 밸런스를 맞추어줘야 한다는 말씀하며.. 짧은 순간 들려주신 많은 이야기 기억하고 있답니다^^그 날밤 선생님집에서 본 반딧불도 어찌나 감동적이었는지~ 함께 못 간 분에게 자랑을 많이 했답니다~ 그 분과 함께 다시 가고파요 ^^

  2. 이경수말하길

    우와~ 쑥에 담긴 많은 이야기 감사해요 ! 글쓰기 강좌에서 놀러갔을 때, 쑥국이 어찌나 좋았던지요~태어나서 처음으로 먹어보았다지요 ㅋ 저도 집이 시골이라 쑥은 많이 봐왔는데 흔히 볼수 있어 그리 애착을 많이 갖지 않았답니다^^; 유일하게 해먹는게 개떡 ㅋ 엄마가 해주시는거라 최고로 맛있게 먹었지요^^ 이 글을 통해 저도 이제 쑥을 다양하게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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