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음악회에 초대합니다.

- 김융희

벌써부터 거리 곳곳의 세밑 분위기가 격랑의 쓰나미처럼 주위환경을 압도합니다. 자선냄비의 종소리와 즐거운 캐럴송이 울려 퍼진 세모의 도심 거리에는, 일상으로 바쁜 나들이시민들의 발걸음도 경쾌합니다. 나는 지금 이처럼 활력이 넘친 거리에서 마치 이국처럼 낯서른 생소함과 두려움으로 긴장합니다. 흐르는 세월의 나이듬에 대한 애착이 지나쳐 초조와 불안의 절박함과, 철없이 보낸 지난 허송 세월의 짢스러움에 새삼 회오도 합니다.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젊어선 별무가관이었던 세모의 정이 이처럼 새삼스레 가슴팍을 파고듬은 아마도 삶의 허무감 때문일 듯 싶습니다.

그레선지, 이제는 과욕을 삼가며 마음을 비우고 자제하면서 지내야 할 즈음인데도, 생각처럼 일상이 잘 다스려지지를 않습니다. 오히려 노욕이 과하여 어처구니 없는 꼴도 많습니다. 지나쳐 가족들의 놀림도 겪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아내로부터 조롱의 놀림을 받았습니다. 천하의 음치로 알고 있는 나의 뜬금없는 “합창단” 입단 소식에 처음엔 듣는 척도 않고 관심이 없었던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벌써 두어 차례의 공연 모습을 보고서 이제는, 제발 아서라며 적극적인 만류와 방해입니다. “합창단”의 누와 주위에 망신살의 염려로 단호합니다.

우리 교회를 중심하여 삼십여 노년들이 “노아 콰이어”라는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의 권유엔 전혀 아니라며 사절했습니다. 그런데 교회 특별 행사에, 창단 삼개 월여에 첫 데뷔로 합창단의 특별 출연이 있었습니다. 비록 교회의 작은 행사지만, 노래하는 노년들 모습이 참 좋왔습니다. 남성들만의 낮고 포근한 저음의 합창이 여간 감동이었습니다. 줄곧 감동의 여운을 지워버릴 수가 없어 결심한 나의 입단 의취를 아주 기쁘게 받아 주었습니다. 나는 그동안의 말 못할 망설임도 사정도 잊은 채, 과분하도록 따뜻한 배려에 신명이 납니다.

모임에서 내 노래 실력에 난처와 곤경을 몇 차례 겪었던 아내의 처지를 알기에, 그의 적극적 만류를 나는 백번 이해합니다. 지금도 가사를 알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관심도와 기억력의 문제일 수 있으나, 전혀 악보를 못 읽습니다. 나의 교육환경의 영향도 있습니다. 벽촌에는 아예 예능담당 선생님이 없어, 중학교까지를 국어, 산수, 사회, 자연을 제외한 예능 수업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고교과정도 학원에서 마친 나로써는, 예능이 전혀 생소했습니다. 악보엔 까막눈이요, 기억력은 닭대가리에, 숫기도 없어 남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도대체 두려웠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노래에 대한 공포의 경험이 또 있으니, 오래 전 청년 때였습니다. 교회의 성가대에 참여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지휘자로부터 자퇴를 권유받는 아픈 경험으로 노래에 대한 주눅이 더욱 심했을 것 입니다. 악보를 읽지 못한 나에 대한 부담이 컸겠지요. 그런데 이번엔 지도 방법이 그때의 경험과는 전혀 달습니다. 꽤 실력이 있는 분이였지만, 그때엔 악보에 의한 악보 위주의 지도인데 비해, 지금은 악보 보담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발성과 화합을 위주로 지도해 주십니다. 지금은 노래가 두렵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악보 실력이 같은 나에게는 지금이 행운의 챤스인 것만 같습니다.

지금 저희 합창단의 지도와 지휘를 바리톤이신 박수길장로께서 맞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에 울림을 주는 말, “합창의 가장 안 좋은 태도는 자기의 책임을 잘 완수하려는 마음이다. 합창은 어울리는 화합이 제일 중요하다. 잘 해야겠다는 욕심을 경계하라.” 나도 지극히 낮은 음으로 따라 맞추면 되겠다! 물론 파트는 가장 낮은 소리로 숨기에 좋은 배이스 2.입니다. 나는 이제 제법 자신이 붙었고 재미도 있습니다. 늦깎이의 주책이려니, 한 달, 두세 번의 토요일에 있는 연습 날이 기다려지며, 2시간의 연습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기까지 합니다.

물론 내가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다만 우리 지휘자께서의 특별한 배려와, 우리 합창단원들의 높은 기량 지덕이지요. 나는 뒤에서 남들의 슬적 곁눈질에 악보를 따라 넘기면서 나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입모양만 내면 되는 엉터리로써, 이번에는 쟁쟁한 전문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됩니다. 우리 지휘자께서 대표로 있는 음악회에서 해마다 년말행사로 열고있는 정례 자선음악회에 저희 “노아콰이어”합창단을 합류시켜 준답니다. 이런 행운도 있습니다. 어떨결에 촌놈 말탄 격으로, 유명인들과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내 삶의 여정을 생각해보면 도대체 모두가 혼란입니다. 정식 수업의 곁에도 못앉아본 내가, 그림의 본처인 갤러리 운영을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왔습니다. 아무리 들러리라지만 악보도 못읽는 음치가 어쩌다보니 쟁쟁한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재주도 능력도 없는 내가, 쟁쟁한 글쟁이들의 배려로 “주간 수유너머”에 고정 만필을 꾸준히 쓰고 있습니다. 이런 역설도 순명으로 받아드려야 하는건지? 오직 감사할 뿐, 몰겠습니다. 하나님의 나에게 배푸신 은총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주위 많은 고마운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나의 순명에도 함께 감사합니다.

모든 이들과 함께 이 감사의 보답을 나누고 싶습니다.
음악회에 초대합니다. 오십시오.
예울 음악 무대 주최, “감사와 찬양” 2011년 송년자선음악회로,
장충동 소재 “경동교회”본당에서, 11년 12월 13일(화) 7:30pm.입니다.
국내의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하여 주옥같은 한국 성가와 외국 성가를 부름니다.
관람은 무료입니다. 년말을, 뛰어난 예술의 건축미로 유명한 경동교회의
특별 무대에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여러분의 감동과 보람의 즐거운 년말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응답 5개

  1. 고추장말하길

    선생님, 대단하세요! 합창단… 정말 보고싶네요.

  2. 여강말하길

    토요일, 미리 모여,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
    2호선의 역삼역 GS타워 아모리스의 결혼식장 피로연.
    맛있는 와인, 너무 향이 좋와 라벨을 보니,
    스페인 산이더이다.

    알딸딸…동짓달 밝은 달밤을
    북풍 찬바람을 헤치며 귀가길입니다.

    사위에 어스름 어둠이 깔리고
    희미한 달무리에 검은 구름이 스치는
    11년만에 나타난 천채쑈, 개기월식이람니다.
    .
    신비의 자연과, 요즘의 내 혼돈의 삶이
    얽힌 내력을 더듬어 보면서
    나는 종점에 새워둔 차도 버리고
    처벅 처벅 산길을 걸었습니다…………..

  3. bada말하길

    김융희 선생님
    첫 눈처럼 멋진 소식, 반갑습니다.
    한 해를 더욱 멋지게 마무리 하시는 무대에
    큰 박수룰 보냅니다. 홧팅!!

  4. bada말하길

    김융희 선생님
    연말을 맞아 무대에 서신다니 축하드립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뜻깊게 준비하시고,
    홧팅을 외칩니다.

  5. 은유말하길

    와, 선생님 축하드려요! 합창단까지 활동하시고 완전 멋쟁이세요. ㅎㅎ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지휘자님의 말이 특히 가슴에 와 닿네요.

    “합창의 가장 안 좋은 태도는 자기의 책임을 잘 완수하려는 마음이다. 합창은 어울리는 화합이 제일 중요하다. 잘 해야겠다는 욕심을 경계하라.”

    음악과 삶은 얼마나 닮았는지요..
    김융희선생님, 공연준비 잘 하시고요. 멋진모습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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