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호

Releases

  • 이계삼 in 수유칼럼 2012-04-25
    학교를 그만두고 나니, 가끔 학부모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 ‘교육불가능’을 떠들고 다니는 전직 교사라 하니, 무슨 이야긴가 들어보고 싶은 마음들일 것이다. 가로세로 떠들고 나면 질의응답 시간에 가끔 ‘당신은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나는 ‘자녀 교육’이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같은 세태에서는 부모가 자녀를 교육한다는 말 또한 여러 의미에서 적절치 않
  • Met의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
    뉴욕은 박물관(혹은 미술관)의 도시이다. 도시의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는 다양한 성격의 박물관이야말로 이 도시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결정적인 카드다. 그 카드는 뉴욕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온갖 상품들, 자극적인 쇼와 패션 아이템들과 가장 평균적인 입맛을 유지하는 음식들에 넌더리를 내며 이 도시를 싸구려가 아닌지 의심하는, 자칭 교양 있는 호사가들에게 넌지시 들이미는 회심의 패
  • 강민혁 in 앎과 향연 2012-04-25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일터에 가고, 저녁에 잔다. 아마 내일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여기에 별달리 덧붙일 말은 없다. 분명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틀림없지 싶다. 이것은 9회말 2사후에 뜬 볼인 양 싱거운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분명하고 당연한 일인데도 종이에 써놓고 보면, ‘산다는 것’이 참 낯선 일로 다가온다. 공중에 덩그러니 떠 있는 볼만 찍어 놓은 사진
  • 쿠다 in 동시대반시대 2012-04-25
    “기계를 멈춰, 열어라 역사를!” 파업, 정치적 총파업은 우리들의 오랜 꿈이자 오래된 습관이다. 습관이 우리의 의도하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계획이 아닌 것처럼, 습관은 우리가 자각하기 전에 우리를 물들게 해버리는 것들이다. ‘습관을 들이다’는 내가 행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물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숨쉬는 것으로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 (마츠모토 세이쵸 기념관 내부 사진. 왼쪽에 스티커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전부 그의 소설 표지다.)
    AA in AA의 일드보기 2012-04-25
    요즘 트렌디 드라마의 제작자들은 원작을 건지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다. 젊은이들(!)의 감성으로 무장하고 유유히 네트워크의 심해를 헤엄치고 있는 인터넷소설을 찾기 위해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제작자들은 더욱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의 바다에 그물을 던졌고 그 이후로 굉장히 많은 드라마가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의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있
  • DSCF8955
    그런데 법에 근거가 없다며 다들 법을 어겨 마음 내키는 대로 산다면 어떻게 될까. 나의 자유가 남의 자유를 또는 남의 자유가 나의 자유를 가로막으면 이를 어떻게 해결하지. 이런 혼란을 해결해 주는 법이 있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설에서 주장하는 법의 잠정적인 유용성이야. 법의 근거를 찾을 수도 없고 또 법이 불완전한 것이지만 그나마 없으면 더 혼란스러워지니까 지금 당장은 법이 필요하다는 얘기야. 그
  • 뒤늦게 하나의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마 여기 있는 분들은 모두 아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난 2년간 여기저기를 다니느라 최근에야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다. 2010년 10월, 장애인 아들을 둔 가난한 일용직 아버지가 아들에게 기초생활수급권과 장애아동수당을 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야기 말이다.
  • pjs
    다음주 화요일이 5월 1일 메이데이입니다. <위클리수유너머>는 이번 주와 다음주 연속으로 메이데이 총파업을 다룹니다. 해마다 있는 노동계 행사라면 다룰 이유가 없겠지만 이번 메이데이에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3월부터 시청광장을 점거(occupy)해온 ‘아나키’한 젊은이들의 ‘프레카리아트의 거리점거’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아큐파이’ 그룹이 제안한 세계적 총파업
  • _MG_7586_1
    조선학교는 우리학교입니다. 해방이 되어 돌아 와야 할 그 고향에 우리말을 모르는 자식들을 데리고 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갸거겨 우리말 학습소를 곳곳에 만들었습니다. 일본 전국에 벌떼처럼 만들어진 국어학습소에서는 생전 처음 고향을 찾는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나 그 고향 땅은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어 서로 헐뜯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돌아가기가 무서웠습니다.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4-25
    <밍크코트>는 ‘연명치료중단’이라는 까다로운 주제에 종교와 가족의 문제를 녹여낸 문제작으로, 2011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한 독립영화이다. 주연을 맡은 황정민은 <지구를 지켜라!>에서 신하균을 돕는 곡예사 여성의 역할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로, <밍크코트>에서 억척같은 중년여성 현순의 역할을 맡아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 나는 활동보조인연대(준)(http://cafe.daum.net/paspower)(이하 활보연대)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활동보조에 대한 정보도 얻고, 가능하면 연대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 모임에 나가고 있다.

    처음에 ‘활동보조인 권리찾기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이 모임은, 비록 지금은 작은 모임이지만 전국 단위로 활동보조인들이 연대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1차적으로 100명 정도의 회원을 모아 상근자를 두는 것이 목표이다. 나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이루어지는 회의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노동법세미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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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4-25
    삼사십 년 전 이야기이다. 지방 여행을 다녀보면 나무밑에 푯말이 화려하게 새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 푯말에 나무이름과 함께 알 수 없는 생소한 단어가 함께 쓰여 있었다. ‘노거수’ ‘도목’ ‘군목’ ‘시목’등 가는 곳마다 눈에 보이는 푯말인데도, 쓰여있는 말을 도대체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사전을 찾아보아도 없는 단어였다. 시골의 동네 앞에서도 더러 볼 수 있어 일부러 주민들에게 물어도 보았지만, 몰겠다는 응답이
  • 사람들이 이렇게 물을 것만 같았다. ‘티베트 연대단체’ 랑쩬이 왜 ‘총파업’ 행동에 함께하지? 티베트, 그리고 총파업. 내가 봐도 두 단어가 이질적으로 보이긴 한다. 그 사연을 고백하자면 다음과 같다. ‘랑쩬’은 티베트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던 해 3월, 티베트에서 큰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티베트를 여행했던 사람들, 티베트 문제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
  • 오큐파이 서울을 해오던 젊은이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노동 안 하는자들, 주부들, 어린이들, 10대, 대학생 디자이너, 예술가들은 새로운 총파업을 준비 중이다. 대부분 작업장도 없고, 고용주도 없는, 심지어 백수인 이들은 메이데이를 조직화된 노동자의 총파업의 날이 아니라 모두의 축제날, 우리 삶의 흐름을 멈추는 날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류 정치권과 언론에서 주목을 받기 힘든 성소수자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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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4-25
    독거친구들이 불 꺼진 집에 혼자 들어가기 싫고 집에 들어가도 외로움을 달래려 TV부터 켠다고 했을 때 “나는 불 꺼진 집에 들어가는 게 제발 소원”이라고 했다. 진짜다. 동굴처럼 컴컴한 어둠이 기다리는 곳, 체온으로 덥혀지지 않아 풀 먹인 이불호청처럼 약간 서늘한 공기로 세팅된 공간에 들어가서는 오디오랑 스탠드 켜고 한 시간 정도 넋 놓고 앉아있어도 아무도 말 시키는 사람 없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