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호

Relea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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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 in 올드걸의 시집 2012-06-06
    신촌역 지하도로 내려가는 길에 할머니들이 새둥지처럼 좌판을 틀고 앉아계신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눈 마주칠 일은 없고 할머니의 나뭇등걸 같은 손이 보이는데 그 손이 발목을 잡으니, 냄새가 없고 부피가 크지 않은 품목으로 가끔 산다. 할머니 기장 얼마에요. 삼천 원. 나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싸다. 왜 이렇게 쌀까. 좌판이니까 그래도 오천 원쯤 할 줄 알았다. 유기농 매장에서는 저 정도면 8천 원 대다. 유심히 들여다보니 반투명 비닐봉지에 들어있는데도 색깔이 색소 입힌 것처럼 샛노랗고 알이 굵다. 중국산이 틀림없다. 기어코 묻고 만다. 할머니 이거 중국산인가 봐요? 아니야.
  • 5월 18일 금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다. 몇 시간이나 떠들었는데 공허한 허공에 말을 뱉어놓은 것 같다. 씨앗을 심듯, 그렇게 알찬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요원한 희망일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해서는 나중엔 대체 무슨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토끼전의 다른 주인공이 거북이 아니라 별주부라 불리는 자라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느라 진을 뺀 것이었다. 거북이가 아니라 ‘자라’라구!!!
  • 현장인문학이라는 인연장으로 사람들을 만나 공부하고, 연극을 만들며 살고 있다. 나는 '현장'이라는 인연장에 끌린다. 현장(장애인노들야학과 구로청소년 공부방을 지칭)에 오는 사람들은 공부하며 살고 싶어서, 또는 다르게 살고 싶어서, 또는 갈 곳이 없어 그곳을 찾는다. 현장에는 학문이나 교양을 쌓기 위해 온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인지 현장에서는 할 말, 못 할 말이 따로 없고 할 말, 못 할 말을 구분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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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누구나 여러 사람 앞에 서면 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두렵고 떨린다고 해. 이 문제에 대처하는 하버지의 방식은 달라이라마의 방식과 달랐는데 그의 방식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이라서 하버지도 많이 배웠단다. 먼저 하버지의 방식을 소개하면, 하버지는 수많은 청중을 여럿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각각 한 사람이라고 본단다.
  • AA in AA의 일드보기 2012-06-05
    드라마 종영 후에 다시 그 드라마를 떠올리는 때가 있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장소나 계절과 맞닥뜨릴 때, 명대사가 문득 생각날 때 등등, 하지만 역시 가장 큰 힘은 역시 주제곡이다.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일회성 곡도 많지만 좋은 곡이라면 언제 들어도 다시금 그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100%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좋은 드라마에는 그에 어울릴 만큼 좋
  • 1783년부터 1867년까지 미국의 영토 확장을 보여주는 지도. 좀 더 상세한 정보는 “미국 역사 시기별 영토지도” 참조.
    국가의 힘을 얘기할 때 흔히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로 나눠 얘기한다. 우리 표현으로 文과 武에 해당하는 이런 구분에서 군사력은 후자를 대변한다. 군사력은 흔히 땅과 연결된 육군의 이미지로 연상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해양을 지배한 세력이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 세계를 지배해온 것을 봐도 바다를 지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해군은 직접적인 군사적 지배의 중추적 역할은 물론 자국의 상선보호 그리고 군사적 위협의 수단으로 이용되며 경제적 지배도 뒷받침 하였다.
  • nodeul
    지난 6월 2일 노들섬 도시농업공원에서 모내기 행사와 서울시 도시농업 원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한 노들섬 시민텃밭에 저도 ‘만행’ 친구들과 한 뙈기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오고 기자들도 많이 온다고 해서 만행 친구들과 두물머리에도 농사를 허하라는 피켓을 만들어 시위를 했습니다. 행사 끝나고, 혹시 언론에 나왔을까 기사 검색하다가 KBS 뉴스 기사를 보고 깜짝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6-05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하 <정글>)이 주말예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송된 시즌1은 금요일 11시에 방송되었지만, 5월6일부터 시작된 시즌2는 일요일 5시로 시간대를 옮겼다. 황금시간대지만 첫 방송부터 동시대시청률 1위이다. <정글>은 ‘오지다큐멘터리’에 ‘리얼 버라이어티예능’을 결합한 형식으로, 풍부한 볼거리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숭고함이 살아있
  • 2011년 10월에 있었던 워크숍 "여성, 자활, 쉼터"
    사회복지법인 윙(w-ing.or.kr)은 탈성매매여성들의 자활공동체다. 1953년 ‘데레사모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은 이래, 1960년대 ‘은성원’을 거쳐 지금의 ‘윙’까지 60년 가까이 여성복지 및 자활사업을 수행해왔다. 내 개인적으로 ‘윙’을 만난 건 2008년 겨울 수유너머에서 열린 ‘현장인문학’ 워크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였다. 수유너머가 구로파랑새공부방 그리고 노들야학과 관계를 맺기 시작할 즈음, 우리보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6-05
    지난 주, 나의 개으름 피우는 이야기를 보고서, 몇 분의 가까운 이들께서 밭을 그냥 비워 두었느냐는 염려스런 궁금증을 보여왔다. 원, 천만에이다. 아무렴 나의 소중한 텃밭을 그 무슨 일로도 그냥 비워둘 수는 없다. 다만 그간 즐겨 심어왔던 야채류를 이번에는 심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배추, 고추, 가지, 대파, 오이, 호박등, 찬거리의 기본이 되는 것들은 모두 빠뜨리지 않았다. 호박은 마디호박과 둥근 호박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