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호

Releases

  • 2012년8원6일 아침, 나는 두물머리 행정대집행의 현장에 써 있었다. 8원6일에는 다행히도 대집행이 되지 않았다. 어떤 폭력사태가 될까 걱정을 하던 나로서는 우리가 모여서 대집행을 막았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었으며, 마냥 단순히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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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름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시집 한 권을 꺼내 읽고 있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다. 뭐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시집을 읽고 있었다고 시 한 편 읽어주겠다고 했더니 그가 물었다. "요즘 왜 이렇게 시집을 읽어?" 그러게 말이다. 나는 왜 시를 읽을까.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어 그냥 좋다고, 요즘의 난 다른 어느 책보다 시를 읽는 게 참 좋다고 했다. 그가 말한다. "너 외로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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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붐비는 도시의 토요일 저녁 6시. 서로의 공통점이 없는 몇몇 이들이 모여서 시를 읽는다. 시를 읽으며 시어와 시어 사이를 산책한다. 그 산책의 풍경은 때로는 건조하고 때로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때로는 서늘하고 때론 통쾌하고 때로는 무섭도록 낯설고 때론 피비린내가 난다. 다양한 풍경의 길을 서로의 감각을 따라 시인의 의도를 따라 그 길을 함께 걷는다.
  • 영영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시세미나를 처음 시작했던 작년 10월 15일. 하필 그 날은 10월답지 않게 추웠고 비도 왔었다. 비를 맞아서 축축한 몸을 가누면서, 계속 고민했다. 시세미나, 갈까 말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간다 한들 계속 갈 수 있을까. 낯선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새로 이사했다는 삼선동 연구실도 너무 멀었고, 바쁘다기보다 지쳐가는 그 때의 일정에 또 무슨 사건을 만드는 게 내키지 않았다.
  • 창피하게도 ‘행정대집행’의 ‘대’자가 ‘대신할 대(代)’인 줄 몰랐다. 막연하게 ‘큰 집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신 집행한다’는 뜻이란다. 행정대집행법은 누군가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행정청(그 위임을 받은 제 삼자)이 ‘대신’ 이행하고 그 비용을 당사자에게 청구하도록 한 규정이다. 굳이 ‘대신’이란 단어를 넣고 또 나중에 비용까지 청구하도록 한 걸 보면, 공익을 위해 긴급히 해야 할 일임
  • 은유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완전 다른 시집이야. 혼자 읽을 때와는 다른 시집이라니까” 시세미나 끝나고 나오는 길, 한 친구가 들떠서 중얼거렸다. 나도 그랬다. 사람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세미나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달랐다. 낮이 밤으로 바뀌는 동안 여럿이 모여 시를 읽고 나면 어둡던 시집은 환해지고 모난 가슴은 둥글게 부푼다. 마른 장작 같이 뻣뻣하던 시집이 분홍빛 솜사탕처럼 끈끈하게 몸에 엉긴다. 좀처럼 속내를 보여주지 않
  • 말미 in 동시대반시대 2012-08-09
    누군가를 만나 ‘나’를 소개할 때 우리는 ‘나의 무엇’을 말하게 되는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나이는 어떻게 되며’처럼 변함없이 증명할 수 있는 것, ‘누구와 살고 있고,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처럼 역할이나 위치, ‘어떤 사건들을 겪었으며, 겪고 있으며’처럼 깊이 있다고 여겨지는 완성된 과거들이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가 상대에게 뚜렷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며, 상대방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 안정된 이야기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09
    오심과 경기운영미숙으로 런던올림픽은 ‘개막식만 멋진 올림픽’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하기야 개막식은 최고였으니까. 근대의 성찰과 이 시대가 추구할 가치를 보여준 종합예술이었으니까.
  • 주노정 in 편집실에서 2012-08-09
    이 더위 잘 보내고 계십니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으로 된 강이 흐릅니다. 정말 ‘무지하게’ 덥습니다. 요즘 같은 더위에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무언가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은 예삿일입니다. 이른바, '멘붕'이 오지않으면 다행이지요.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09
    한때는 우리에게 희망의 나라로써, 독일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멀면서도 가까운 매우 특별한 관계의 나라이다. 패전의 고통을 극복하면서 경제를 일으켜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그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비젼을 갖고 “한강의 기적”을 외치며 헐벗고 굶주린 속에서 허리띄를 졸라 맺던 것이 아직도 엊그제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우리의 광부들은 지하 1000m의 땅굴에서 석탄을 팟고, 간호원들
  • 투박한 디자인의 통장. 필체 좋은 직원분이 통장 커버에 직접 이름을 적어준다.
    어느 서점에서 노동자를 주제로 한 잡지를 보고 있었다. 상담코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 달 월급이 100만원이 채 안 됩니다. 그렇지만 재테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재무설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월 소득이 100만원 이하인 분들은 재테크라고 부르기도 힘들지만… 자산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 그 뒤에는 보험과 적금 등에 ‘계란을 나눠 담고’ 가계부를
  • 20120724_120252-1
    홍아야, 한번 만들어진 컴퓨터의 운영체계는 인간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할 수가 있니 없니. 운영체계가 뭔데? 컴퓨터에는 운영체계 또는 운영체제가 있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프로그램을 가리킨대. 이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응용프로그램이 작동되는데 필요한 하드웨어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