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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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나는 또 ‘거절’당했다. 무엇을? 그 동안 나와 당신이 ‘연애’라는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했던 행위 일체를 이제 그만두고 싶단다. 대체 그 이유가 뭔지, 무엇 때문에 내가 싫어진 건지 한 마디라도 해달라고 울며불며 매달리고 싶지만, 무응답 혹은 반대로 너무 솔직한 답을 들을까봐 지레 겁먹은 나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메인 목 뒤로 넘길 수밖에. 그래, 차갑게도 뜨겁게도 아니고 그냥 이대로
  •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2-08-30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사람들의 기억이 사라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자연적인 훼손과 인위적인 파괴. 그 중 더 결정적인 이유는? 안타깝게도 인위적인 파괴 쪽이다. 먼저 자연적 원인 잠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태풍 볼라벤이 올라오고 있다. 바람, 비의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전에 국가기록원에 근무할 때 한 지방자체단체에서 침수된 기록물의 복원에 대한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침수(沈水)는 전통적
  • 물래길을 가꾸는 두물머리의 지킴이들. 사진: 양평매일뉴스
    한 5년 싸우면 승리한다는 분명한 보장이 있는 경우 누군가는 기꺼이 싸우려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싸움이 한정없는 것이라고 느낄 경우에는 단 1년을 버티는 것도 쉽지가 않다. 2 천 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여러 투쟁들이 장기투쟁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짧게는 수백 일에서 수 년에 걸친 점거 농성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들 투쟁을 현재의 용례에 따라 ‘장기투쟁사업장’이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내가 보기에 이들 투쟁에서 ‘장기’는 단지 ‘긴 시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차라리 ‘긴 투쟁’이라기보다 ‘무한정한 투쟁’의 형상을 띠고 있다.
  • 토요일 저녁 6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몇 년 만에 와보는 시청은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제가 한창이다. 집회 현장은 난생 처음 와보는 소심한 나였다. 빨간 수건을 목에 두르고 ‘해고는 살인이다’ 외치는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을 헤집고 지나가기가 망설여진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대형 스크린 쪽은 백 미터 남짓 앞이다.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마이크를 타고 울리는 집회 발표자의 쩌렁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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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08-30
    이번 독일 방문에서 음악 공연을 제외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종교 개혁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주요 무대인 비텐베르크(Wittenberg)와 바르트부르크(Wartburg)성의 답사였다. 별로 알려지지 않던 대학의 한 은둔 교수가 혼자의 힘으로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그의 활동 현장의 발자취를 따라 생생한 기록들을 볼 수 있었다. 크리스챤으로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
  • 황진미 in 씨네꼼 2012-08-30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성을 띄는 꼭지는 <멘붕스쿨>이다. <멘붕스쿨>은 학교상담실이 배경이다. 학교상담실은 본래 ‘질풍요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제를 안고 오는 곳이고, 공교육붕괴와 조기유학 등으로 다양성의 폭이 더 넓어진 요즘에는 캐릭터의 각축장이 될 만한 곳이다.
  •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 아니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여자 아이를 강제 성추행한 사람입니다.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고, 어디 사는지 정확한 주소도 압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법무부가 알려 줬습니다. 우편으로 선명한 칼라 명함판 사진과 범죄 내역, 주소지까지 상세히 알려 줬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성범죄 전과자의 성폭력, 살해 기사가 연달아 나오면서 신상공개 여론이 들끓은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