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호

Releases

  • 뉴욕에 살기 시작한 지 벌써 2년 반이나 흘렀다. 그동안 대체로 여행자의 자세로 이 도시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단편적인 경험의 인상들을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해 왔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대단히 소극적이고 일면적인 인상의 파편들에 불과했다. 나보다 조금 더 오래 이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 혹은 다른 방식, 다른 속도로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
  • 고손 in 편집실에서 2012-12-28
    이제는 좀 사그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서점가에 광풍이 불고 모든 사람이 갑작스럽게 청춘을 논했습니다. 그 ‘청춘’ 범주 안에 드는 사람이었던 저는, 당시의 분위기가 불편했습니다. 힘내라고 하거나, 이겨내라고 하거나, 괜찮다고 하거나 네 탓이라고 하거나 사회 탓이라고 하거나 뭐라 하건 간에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그 작업의 필요성과는 관계없는 불편함이었습니다.
  • 심보선 in 수유칼럼 2012-12-28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첫눈부터가 폭설이었고 기온은 유래 없는 한파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날씨에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철탑과 다리에 매달린 채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평택에서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아산에서는 유성기업 노동자가, 울산에서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칼바람과 눈보라와 싸우며 목숨을 담보로 공중에 매달려 있다.
  • 황진미 in 씨네꼼 2012-12-28
    <파우스트>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후계자로 추앙받는 소쿠로프 감독의 최근작이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답게, 과연 영화는 시각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연상되는 시작장면부터 당시를 완벽하게 재현한 세트와 독일 낭만주의화가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그림이 연상되는 신비한 조명까지. 특히 파우스트가 마가레테를 안고 물로 뛰어드는 몽환적 장
  • kyh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2-12-28
    제왕을 뽑는 선거전이 전국에서 한창 치열하다. 방송 유세, 토론, 또는 선거에 대한 분석, 평가, 보도,등...이 불쑥 불쑥 나타난다. 요즘 때가 때인 만큼, 모두가 모이고 만나면 선거와 정치 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이며, 메스컴도 수시로 선거 관계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계속 침묵의 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려 받아보면, 여론 조사를 위한....이라는 생소한 목소리도 자주 경험한다. 기대했던 전화
  • 작년 가을, 두물머리에 3백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이날 가 열렸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간식을 먹고 다시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음식이 마련된 비닐하우스 입구의 대형 지짐판에 부침개가 빼곡했다.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사람들은 술판을 벌렸다. 안주도 푸짐하다. 순대, 소세지 야채 볶음, 김치 부침개, 호박 부침개, 조청 가래떡, 오뎅이 바닥을 보이지 않고 화수분처럼 계속 나왔다. 화수분의 중심에는 생협 언니들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거기에 최소영이 있었다.
  • DSCF0789
    하버지, 용서란 말을 많이 쓰이지만 저마다 뜻이 다른 것 같아. 하버지는 어떤 뜻의 용서를 말씀하고 계신 거야. 일반적이고 이상적인 의미로 용서는 누가 내게 잘못하여 신체상으로나 재산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어떤 손해가 생겼으므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원상회복
  • 사진과 글로 역사를 써내려가는 방식이야 실로 다양하겠지만, 내가 경험했고 그래서 권유하고 싶은 방식이 있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이고, 또 하나는 “내러티브 프로젝트”이다. 아카이빙은 “아카이브 워크숍”에 어울리고, 내러티브는 “메므와 워크숍”에 어울린다. 도시의 근엄한 사무실에 출근할 때 입는 양복과 논밭에 일하러 나갈 때 입는 옷이 같을 수 없듯이,
  • “엄마가 나에게 ‘여섯 살’이란 걸 가르쳐 주던 날 엄마, 아빠와 함께 공원에 갔어요. 엄마는 먹을 걸 사온다 하셨고 아빠는 잠깐 어디엘 다니러 갔다 오신다 하셨지요. 잠깐은 수 십 번도 더 지났는데 엄마, 아빠는 오시지 않았고, 울었어요. 그리고 낯선 사람의 손에 이끌려 경찰서에 가게 되었고 경찰 아저씨의 손에 이끌려 어느 아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어요. 우리들의 하루 일과는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