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사적으로 흄(1711~1776)을 어떻게 위치지울 것인가? 그를 통상 얘기되는 방식대로, 합리론(이성주의)과 경험론(경험주의)이라는 틀 내에서 이해하는 것이 합당한가? 오히려 흄의 철학을 정념의 물질성을 기반으로 ‘지각’을 중심에 놓고 정신을 이해한 유물론자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정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인간주체를 이야기 하면서도 흄은 그것을 기
2012년 12월 19일의 선거는 이렇게 지나갔다. 존재하는 무엇이 그처럼 존재하는 어떤 이유가 실존해야만 할 것이라고 믿는 한 우리는 맹신에, 다시 말해 모든 것의 말해질 수 없는 어떤 이유에 대한 믿음을 살찌울 것이다. 그런 이유를 결코 발견할 수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믿거나 믿기를 열망할 수밖에 없다. 사실성에 도달한 것
영화 『밀양』에서 아들을 잃은 신애(전도연)는 길 위에서 서럽게 울었다. 흐느껴 들썩이는 그녀를 카메라가 뒤따라갔을 때, 그녀의 등을 와락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든 사람은 비단 나뿐만 아닐 것이다. 이 장면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상대의 슬픔을 보거나 듣는 것이 아니라 만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신애의 통곡 씬을 통해 관객은 자신도 모
2013년 새해 첫날. 모두 가족과 지낼 테니까 유학생이고 외국인인 나는 3일간 자유다! 밀린 일을 으쌰 해치워야지 했지만, 역시 새해 첫날 집에만 있자니 어쩐지 답답했다. 더구나 날씨도 기똥차게 좋은 게 아닌가? 그때 요요기 공원 블루텐트 마을의 이치무라씨로부터 메일이 도착했다. 블루텐트 마을의 에노아루 카페에서 신년 맞이 파티를 한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린 지난 여름이었다. 며칠후엔 런던 올림픽이 개최되는 때이라서 유럽행 항공이 매우 혼잡했었다. 서울에서 직접 베를린행이 없어, 처음엔 헬싱키 경유였던 것이, 항공편 사정으로 뮨휀으로 바꿔 출발했다. 뮌헨에선 몇 시간의 여유가 있어, 공항 광장의 대중술집에서 흰 소세지에 뮨휀 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기회는 다행이었다. 밤 늦게 베를린에 도착해
하버지, 용서, 좋은 건데 용서하기 전에 수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니 실제로 용서하기가 쉽지는 않겠어. 그렇고말고. 용서하기 전에 풀어야할 문제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어느 정도 원상회복 또는 배상을 약속할 때 용서해야 하는가.
가족과 관련한 이야기를 더할 필요는 사실 없다. 가족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꺼낸다 할지라도 한 번은 누군가 성질을 내듯 울음을 터뜨리며 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또 꺼내는 것은 아무래도 참 힘들기 때문이다. 가족이 힘든 이유는 누구나 알듯이 대개 죽일 수도 살릴
내 안의 역사 프로젝트는 역사를 쓰는 새로운 스타일로 역사가 쓰여졌다. 이 새로운 스타일은 <사진글 역사작업>인데, 이번에는 사진의 시각에서 이 스타일을 말해본다. 지금까지 역사서술이나 이야기작업은 말과 글 위주이거나 사진을 먼저 찍고 여기에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으로 전개된 것이 사실이다. 글과 사진이 동시에 뭔가를 지향하면서 의식적으로 함께 역사를 쓰는 작업은 아무래도 적었던 것 같다. 이번
이번 주 위클리에서는 오랜만에 사상가 특집을 꾸며봤습니다. 데이비드 흄을 주제로 해서 세 편의 글을 실었는데요, 이 글들은 수유너머N의 <흄세미나>팀이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그 결과물로 나온 것들입니다. 데이비드 흄은 흔히 로크, 버클리와 더불어 경험론자이자 회의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그가 합리론의 보편적 진리에 대해 끝없이 회의적 사유를 진행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
좋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하고 2012년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덕수궁 미술관과 고궁 곳곳에 설치된 전시 <덕수궁프로젝트>를 가리켜 할 수 있는 말이다. 언론에서도 올해 최고의 전시 몇 개를 재조명하면서 당연히 이 전시를 꼽았고 나 또한 이 전시를 그중 하나로 선택하고 싶다. 특히 미술관 전시와 함께 기획된 야회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앞 벤치에 앉아있다. 지나가는 학생들도 별로 없고 조용하다. 50분이 되어 건물 경비원께 미화숙소가 어디 있는지 여쭤본다. 웅얼웅얼, 머뭇거리시더니 미술원 별관으로 가면 있단다. 별관이면 근처에 있을 텐데…. 지나가는 한 학생에게, 교수님 같은 분께도 물어도 모른다한다. 약속시간이 2분이 남았다. 순간 다급해진다. 왠지 길이 없을 것만 같은, 건물의 뒷길로 들어간다. 걸래가 빨래 줄에 가지런히 걸어져있고 스테인레스 철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여기야! 그렇게 조용하던 학교에서, 왁자지껄한 육성을 들으니 반가워 긴장한 마음 한번 들이쉬는 것도 까먹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머, 학생들 왔네~ 밥은 먹었어? 우리 학생들한테 커피한잔 타줘야지~ 뭐 이런 걸 다 가져와! 돈도 없을텐데.”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