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호

Releases

  •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다. 실눈을 뜨고 운동장을 한 바퀴 훑는다. 점심시간이라 운동장은 아이들로 가득하다.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 철봉에 매달린 아이, 한쪽 구석에서 땅따먹기 하는 아이, 정글짐 꼭대기까지 올라간 아이. 공을 차는 남자 아이들은 “여기로 보내” 연신 소리를 지르며 시끄럽다. 저 중에 있을텐데. 내 눈은 여기 저기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가서 걸린다. 목표물을 찾지 못한 나는 안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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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시작되면 하얀 병실의 벽 위로 가볍게 움직이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한동안 어른거리고, 이윽고 문이 열리면 신부 상현(송강호)이 들어온다. 하얀색이 주는 창백하고 차가운 톤은 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를 구성한다. 나중에는 자신들의 집의 대부분을 하얀색으로 색칠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병실의 느낌을 주는 하얀색은 이 등장인물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의 환유이다. 세상은 병실이며 그들은 모두 어떤 병을 앓고 있다.
  • 김기택의 「하품」은 지하철에서 하품하는 승객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시를 포함하여 『사무원』이라는 시집은 도시라는 공간에 적합하게 맞춰진 도시인을 담고 있다. 가령 시「사무원」에서 30년간 의자 고행을 하는 사무원을 다루고 있다. 이 사무원의 다리는 인간 다리 둘과 사무실 의자 다리 넷이 구별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렇게 신체를 사무실에 최적화한 그에게 달마다 통장으로 “시주”가 입금된다.
  • 토드 헤인즈의 영화 의 포크뮤직 싱어송 라이터, 우디 구스리. 60년대 초반 포크음악은 흑인 차별과 전쟁을 좋아하는 미국의 성향을 거부한 민중들의 저항을 반영하였고, 밥 딜런은 그의 음악으로 인권운동가, 반전운동가로서 시대의 저항성을 대표한다.
  • 아래의 기록은 2013년 3월 16일 카페별꼴에서 열린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입니다. 산야의 전/현직 활동가들이 자리해, 뜻 깊은 시간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아베씨와 하시, 요코, 나카타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 20130000
    <이름(イルム)>은 일본에서 가장 급진적인 일용직 건설노동자, 홈리스 운동이 일어나는 가마가사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활동가인 김임만씨의 재판과 그것을 지지하는 운동입니다.
  • 살아가면서 수없이 부딪치는 사람들, 어쩌면 친구나 가족보다도 더 자주 보는 사람들 중에 이들이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계산해주는 사람들, 식당에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사람들, 홈쇼핑에서 전화주문을 받는 사람들, 이들은 모두 감정노동자다. 이들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어떤 모습이 떠오를까. 물론 이미 익숙해져서 안부를 묻거나 날씨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슈퍼마켓의 아저씨가 아닌, 서비스직 종사자 전반의 얼굴을 떠올려 보자는 것이다.
  • 邦無道 (0)
    4월도 벌써 중순이 지나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4월은 여러 곳에서 흉흉한 이야기들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대한문 분향소가 철거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북아현에서도 철거 시도가 있었으며 지율스님이 지키고 있는 텐트도, 콜트콜텍 농성장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진주의료원 소식도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 말자 1 in Weekly 2013-04-20
    얼마 전, 일본에 ‘사토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는 인터넷기사 제목을 우연히 발견했다. 88만원세대니 프리타족이니 떠들지만, 결국엔 명칭의 이면에 맥락을 같이하는 사회구조적 옳지않음을 바꾸어내는데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고, 또 우리가 아무런 세대이면 안되는 것처럼 여기저기 떠드는 강의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져버린 세대담론 하나가 또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을 알리는 기사였다.
  • 들깨 in 수유칼럼 2013-04-20
    원래 이주노동자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기분이 몹시 나쁜 일이 생겼고 산에 가고 싶어졌다. 말하자면 도피하고 싶어진 것이다. 한 2주쯤 떠나고 싶었는데 중간에 마감일이 있었다. 아직 쓰려던 글에 필요한 만남들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왜 갑자기 산에 가고 싶어졌는지 쓰는 것으로 이번 글을 대신하려고 한다. 그냥 감정적 투정에 불과한 글일 수도 있겠지만(그런 점을 감안해서 삐딱하게 읽어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