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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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점이 되고 싶지 않았다. 신문 사회면의 그래프, 도표의 퍼센티지 숫자들 중 한 점으로 자리해서 당신들을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다. 쥐 죽은 듯 살던 내가 졸업 선물로 88만원 세대라는 딱지와 함께 취업도 못하고 결혼도 못하고 출산도 포기하게 될 거라는 예언을 선물 받은 후부터였다. 점으로 만들려는 당신들에게 포획되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결론은 점이 되어 버린 아니 원래부터 점일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이야기다.
  • 내가 알기로 그 할머니는 손주 아이 둘밖에 아무도 없다고 했다. 명절에 어디 갈 곳이 없는 내가 임대단지에 사는 그 아이들을 명절날이면 꼬박꼬박 보곤 했으니 그로써 할머니 말을 믿을 증거도 충분하다 싶었다. 그런 날 아무데도 갈 곳 없고, 아무도 찾아줄 이 없으니 그런 할머니
  • 20세기 후반 이래 첨단 생물학의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모방이라 할 수 있다. 자연현상과 생명현상을 모방하여 소기의 성과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생물학이 모방을 통해 전개되고 있는 대표적 사례를 한 가지 들어 볼까 한다. 바로 항체공학이다. 거의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가 자연의 사례를 탐구하고 그 사례가 작동하는 원리원칙을 따르면서 거기에 한 두 가지 변용이나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개입시킴으로써 생명을 활용한 응용(Biotechnology)을 실현시켜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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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04-30
    2013의 부활주일, “레퀴엠”은 우리 교회의 부활주일 행사로 ‘성 금요일’ 저녁에 열린 ‘음악예배’ 공연이었다. 애잔하면서 장중한 진혼곡 “레퀴엠”이 마음을 적신다. 이번 “레퀴엠” 공연은 생애 최고의 감동으로 내 마음에 길이 남을 것 같다. “음악예배”로 올린 “레퀴엠”은 일반 공연도 흔치 않치 않으며, 교회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어쩌면 나뿐이 아닌 다른 여러분들께도 흔치 않는 모처럼의 좋은 기회란 생각이 든다.
  • 말자 1 in Weekly 2013-04-30
    얼마 전 친구와 사주를 보러갔다. 홍대에 위치해있는 사주카페인데, 보고 오는 친구마다 그 아줌마가 늘어놓는 내팔짜가 여간 신통한 것이 아니라고 하여 재미 반, 궁금한 마음 반으로 내 사주를 확인하고자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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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물들, 이를테면 나무나 물 흙 등이 생겨난 원인의 원인의 ······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면 무엇이 나올까. 또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 아버지는 누구일까. 이 모든 존재 이전에는 최초에 무엇이 있었을까. 누구나 궁극적인 실재에 대하여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었을 거야. 이 의문은 고대 신화에서 현대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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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에서 3년을 먹고 자며 살아왔던 청년들이 있다. 기숙사, 연구실이 아니라 캠퍼스 거리에서 텐트를 치고 공간을 점거하면서. 모임에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을 특별히 두진 않았지만, 대부분 이 학교를 다니면서 등록금을 내고 있거나 냈던 이들이다. 대학에 자본을 투입했으니 나름 그곳을 점유할 권리가 있고 일정지분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왜 그랬을까. “최신식 기숙사를 더 지어달라” “대학생을 위한 공공기숙사를 지어달라” “월세 보증금을 지원해달라”고 여느 친구들처럼 요구하지 않고 길바닥에 텐트를 짓고 살아야 했을까.
  • 소통이란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사람의 대화와 같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이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느 한 사람은 자신의 언어를 버리고 상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각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서로 자기 말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따라서 소통이란 자신의 지반을 떠나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통의 기본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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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어떤 관계가, 완전히 부셔져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때가 있다. 잉마르 베리만의 대표작 에서는 영화 안의 거의 모든 관계가 단절의 직전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 이삭 보리는 의사이자 그가 자신을 표현하듯 “죽음을 앞둔 노인”이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들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인 만큼 주인공 이삭을 중심으로 하여 관계망이 조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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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 in 동시대반시대 2013-04-30
    우리는 이렇게 활동했었다. 2009년 가을, “방 구할 돈 없으니 학교에서 살아보자”며 시작된 “성공회대 노숙모임 – 꿈꾸는 슬리퍼”의 이야기는 2013년 4월 8 - 11일까지의 전시회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이 후의 꿈꾸는 슬리퍼의 활동들은 고민 중이지만, 학교 공간에서의 활동은 정리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의 빈곤 문제를 사회에 드러내고, 가난해도 보다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