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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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05-11
    예전에 빵집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장난으로 짤라볼테면 짤라보라는 말을 했을 때, 같이 알바 하던 매니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알바생이 짤린다는 게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너 막상 짤리면 기분 되게 더러울걸?”이라고. 그때 우리는 막 웃었었지만 나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고’라는 것에 대해서.
  •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판에서 벌어진 여러 사태를 보면서 힘이 빠지기만 했던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안 모씨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서, 그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안 모씨 같은 사람은 인기가 아주 있으며, 더럽기만 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믿음직하게 보인다는 것이 나도 이해할 수 있다. 정치인들이 아주 나쁜 사람들이고 웃는 얼굴을 하면서 마음속에서는 끔찍한 것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더러움이 없게 보이는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기대를 가지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알기 쉬운 구도이다.
  • 시아버님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한 건 작년 추석 이후였다. 그 전에는 스스로 몸을 가누고 앉아있으실 수 있을 정도였는데 추석 때엔 아예 몸을 일으키지 못하셨다. 요번 설에는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없을 지경이 되었다. “수안아 이게 누고? 숙모 아이가.” 마흔 넘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한 우리 부부가 대견해서인지 조카 수안이에게 나를 가리키며 수십 번도 넘게 말씀하셨다. 이제는 그 말씀을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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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로 받은 동영상이라 확인할 수는 없지만 홍아의 창작 동화는 아닐 게다. 그렇다면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구연이 먼저였을 게다. 그런데 그 구연이 얼마나 생생했기에 이를 다시 엄마 앞에서 재현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아마도 엄마가 손주 동영상을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얘기를 시켰을 게다.
  • 주노정 in 편집실에서 2013-05-10
    저 요즘 기타줄 좀 튕깁니다. 작년 연말 아는 친구로부터 기타를 한동안 배운 이후로, 요즘은 혼자서 주구장창 한 곡만 매일 연습합니다. 그 친구에겐 일주일에 한번씩 3개월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겨우내 연습을 잘 하지 못하다가 날이 풀린 요즘 다시 기타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은 더도 덜도 아닌 매일 딱 10분정도만 합니다. 감을 잊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로운 곳에서 ‘틀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처음 기타를 칠 때는 기타줄을 누르는 왼손가락이 ‘아려서’ 애를 먹었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배기는 과정이죠.
  •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일 생길 때마다 찾는 마음을 모른 척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입원해 있다는 동생을 찾아가보니 아픈 기색이 역력한 초로의 아저씨셨다. 아저씨는 열여섯 넘어 돈 벌러 고향 전라도를 떠나와 여기저길 떠돌았다고 한다. 그렇게 식구들과 소식이 끊기고 어찌 여자 하나를 만나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고 살았는데, 그 마누라도 벌써 십여 년 전에 집을 나가고 그 뒤로 자식들도 차례로 집을 나갔다고 한다. 그리곤 위암에 걸렸다고 한다.
  • 여전히 연극 작업이야말로 사람/사물들과 가장 '잘' 만나게 해주는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관객과 만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서로 소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실제로 친해지고 더 많이 알게 되면서 동시에 단순하게 평가내릴 수 없는 서로의 ‘날 것’을 보게 되기도 하는 거 같습니다. 서로의 ‘날 것을 보게 된다는 점’에서 연극 작업이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작업은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해, 그것을 ‘날 것’ 그대로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 말자 1 in Weekly 2013-05-10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어서 모든 것이 첫 경험(?)인지라,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른채 2년 4개월을 보냈다. 퇴사 역시도 생애 최초의 경험이다 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퇴사를 하는 것이 마치 회사의 사정과 스케쥴에 피해를 끼치는 것마냥 이야기하기도 하고, 통사정을 하기도 하는 통에 (그럴 필요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몸둘 바를 모르기도 하였지만서도, (그럴 필요가 다소 있어보이는) 무엇보다 대책없이 그만둔
  • 1
    일곱 개의 시계를 가진 종탑. 시계들은 제각각 다른 시간을 가리킨다. 허나 그것은 시계들 뿐 아니라 이 마을 전체가 그렇다. ‘지금’이라 명명된, 양쪽으로 쭉 뻗친 직선 위의 한 점이라 생각 된 그 시간은 무수한 직선들의 교차점인 것이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선이나 점 따위로 얘기될 만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레이터의 말대로 그것은 ‘사악해’ 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