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호

Releases

  • 그림 0
    들깨 in 수유칼럼 2013-10-07
    인도의 동해안 뿌리라는 도시에서 난 벵갈만의 일출을 보러 새벽 일찍 바닷가로 나갔었다. 졸린 눈을 비비며 해안가를 걷는데 사람들이 잔뜩 앉아서 나와 같은 동쪽 방향을 보고 있었다. 난 그때 현지인들도 일출을 감상하는구나 하며 신기해 했다. 잔뜩 낀 구름 때문에 일출 장면은 볼 수 없었지만 해는 떴고 주변이 밝아진 덕에 난 사람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바닷물이 밀려오는 해변가에서 볼일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장엄해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올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나왔지만 숙소로 돌아갈 때는 뭔지 모를 꺼림칙함을 감내하며 발밑을 조심하며 해변을 걸어야 했다. 이후 나는 ‘똥’에 대한 느낌의 다름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게 됐다.
  • 그리고 싶은 것
    권효 감독의 은 한·중·일 평화그림책 프로젝트에서 위안부를 소재로 택한 권윤덕 작가 그림책을 완성해 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개봉을 했고,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할머니들이 늘어 가는 현실을 알리고 호소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한국에서 위안부 문제는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회화를 위해 투쟁하다 돌아가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에 의해 1991
  • 재규어 in 편집실에서 2013-10-07
    몇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아주 조용히 들려오는 물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무엇인가?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에 맞춰 준비를 하면서 생긴 궁금증이다. 이 물음이 위클리 수유너머 때문에 생각해보게 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종종 들었던 물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때에는 공동체에 대해 이상적이었으며 내 머릿속은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0-07
    봄 날씨는 비가 내리면서 여름에 다가가며, 가을엔 비가 내리면서 차츰 겨울로 다가 간다.여름 내내 줄곧 내렸던 비는 가을에도 종종 내려 마치 하늘을 씻기라도 한 듯, 쪽빛 하늘이 더욱 푸르러 보인다. 여름도 오기 전, 지난 봄에는, 원전의 갑작스런 고장과 불량 부품의 무더기 사용으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가장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 수요 차질로 인한 파동을 크게 우려했다. 소수 개인들의 이익을 위해 전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도적맞는 꼴이라니... 기계의 고장이야 늘상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관계자들의 서류 조작과 납품 비리로 불량 부품이 무더기 사용되어 가동이 중단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현실이 되었다.
  • 크기변환_103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0-07
    밀양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전에서는 2일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퍼트렸지만 실제로 1일부터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 트위터에는 경찰 2000명이 밀양 4개 면에 나눠서 배치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추가로 계속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서울 지역에서 밀양 긴급 탈핵버스가 수목, 금토 양일에 밀양으로 향했고, 부산이나 청도 등 기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연대하는 이 인원들을 빼면 24시간 장기적으로 움막을 지키는 것은 소수인 상황이다.
  • NudaVita_still_03
    이 영화의 첫 이름은 였다. 앙코르와트? 박상훈감독이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왜 앙코르와트인가를 설명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앙코르와트가 갖고 있던 어떤 ‘이미지’와 그가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겹쳤던 듯하다. 그러나 앙코르와트는 이미 지워져 버렸다. 이름 없는 이름, 사라져 버린 이름의 자리를 〈벌거숭이〉가 대체했다. 이 벌거벗은 삶이 앙코르와트가 드러내고자 했던 이미지와 등치되는 것 같지는 않다.
  • bulgu
    “반성문이에요. 제 인생의 반성문. ” 박상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반성을 한 사람의 얼굴이 왜 개운하지 않을까. 잘못했다고 말한다고 잘못했던 일이 사라지진 않는다는 걸 가슴을 치고 반성해본 사람은 안다. 영화를 보면서 속이 답답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반성의 속성 때문이다.
  • 지역아동센터는 요즘 한창 긴장 중이다. 내년부터 전체 초등학생들을 위한 학교 중심의 방과 후 무상 돌봄이 전면화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돌봄‘이 전적으로 가정과 특히 여성이 부담해야 할 몫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짊어져야 할 몫으로 인정받고, 정책적으로 배려 받는 현실에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들은 스스로가 오랫동안 주장해 왔던 이 정책의 실현에 앞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 황윤지2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향하고 불황의 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활발히 치솟는 수치들은 다음과 같다. 고시 응시율, 대기업 입사 경쟁률, 청년 실업률, 청년 부채율. 주거비를 비롯한 생활비는 나날이 오르는데,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은 미비하고 계층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 세대의 불안은 윗세대의 욕망을 뛰어넘는 동력이 되어 청년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생활 기반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에 매달리게 한다.
  • 1S9A4129 copy
    밀양의 할매들은 남한 사회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나는 이 말이 과장된 수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저항은 한국 사회의 대 전환점이다. 과연 한국 사회는 ‘탈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탈성장은 한국 사회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믿었지만 우연과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 그들의 싸움으로 탈성장과 탈핵이라는 의제를 우리가 사고하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점거는 우리가 잊고 있는 ‘땅’과 ‘공간’의 영속성을 다시 사고하게 한다.
  • 외할머니는 매일 저녁 7시에 잠에 들어 다음날 4시에 기상한다. 5시면 천주교TV에서 나오는 를 복창하고, 6시엔 세탁기를 세 번씩 돌려 구정물이 안 나오는지 확인하고, 8시 반엔 침 묻은 젓가락을 휘둘러 밥그릇마다 마늘장아찌를 추가한다. “마늘 두 쪽씩 먹어야 건강하다.” 외할머니는 매년 장독 두 동이를 마늘장아찌로 채운다. 장아찌가 알맞게 익으면 그 중 반을 건져내어 자식과 손주들에게 전해 주고, 반은 자신이 먹는다. 가장 저렴한 설탕과 간장으로 재워 둔 마늘에서는 불량식품 같은 단맛이 난다.
  • Copernicus_crop3
    나는 자연과학을 좋아한다. 그러나 전문가는 아니다. 이름을 붙이자면 나는 아마추어 과학자다. 아마추어란 amateur라는 단어의 생김새에서 얼추 연상할 수 있듯이 “연인이라는 뜻의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된” 단어다(제임스 N. 가드너, [생명 우주]). 그러니까 아마추어 과학자란 자연과학과 연인 관계인 사람이라는 뜻이다. 혹은 과학 애호가(愛好家)라고도 할 수 있겠다. 애호가라..... 참 좋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