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호

Releases

  • “승때숙씨?” 느물거리는 놈 전화다. 천하의 원수다. “누구세요?” 어쩌다 한 번 보는 얼굴이니 누군지 잘 몰라버릴 테다. 어젯밤에도 문자만 띡 보내서 졸리니 먼저 자야겠다고 했던 바로 그 놈이다. 집에도 안 들어온 놈이 그런 문자를 보내니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겨우 깨달았다.
  • 재규어 in 편집실에서 2013-11-04

    1.
    다음 주면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간다. 동창의 결혼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결혼하는 친구의 연애사부터 결혼준비 그 과정을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내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엄마는 거의 매일 내게 결혼에 대해 말한다. 내가 바르고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려서부터 …

  • 은선3
    '리슨투더시티'의 디렉터 박은선은 말이 참 빠르다. 그 빠른 말을 빠뜨림 없이 챙기려는 글도 참 빠르다. 그의 글들을 따라 읽다 보면 호흡이 가빠와 의식적으로 숨 고르기를 해 줘야 할 정도다. 활동 리듬도 굉장하다. 분명히 여기서 이걸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보면 또 저기에 가있다. 낙동강 내성천, 또 강정, 노점상들이 철거당한 거리, 최근에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현장까지. 대도시가 '침범'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는다. 그 와중에 웹포스터들을 만들어 돌리고, 각종 행사를 기획하고, 글도 쓰고 세미나도 한다.
  • cat1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1-04
    “그 머리 위에는 붉은 주둥이를 잔뜩 벌리고 눈동자가 불꽃처럼 이글거리는 그 끔찍한 짐승이 앉아 있었다. 그 짐승의 사악함은 나를 살인으로 이끌어 갔으며, 그 배신 같은 울음소리는 이제 나를 사형수에게 넘겨 주었다. 나는 그 괴물을 무덤 속에 함께 매장했던 것이다.”
  • 네팔 왕궁 앞을 지키고 있는 하누만, 이 문을 하누만 도카(문이라는 뜻)라고 부른다. 힌두교 혹은 불교 국가들에서 통치자는 비슈누신으로 비유되곤 하는데 하누만은 이 왕을 지키는 충실한 부하를 뜻한다. 네팔은 히말라야 산맥으로만 많이 알려져있지만 세계에서 유일한 힌두교 국가이기도 하다. (인도는 법적으로는 세속주의 국가인데 반해 네팔은 힌두교가 국교이다)
    들깨 in 수유칼럼 2013-11-04
    열려 있던 방문을 밀치고 원숭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나의 눈치를 살살 보며 유유하게 말이다. 나가라는 손동작을 취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난 어찌할 줄 모르고 넓지도 않은 방 맞은편에서 지켜봤다. 제법 덩치가 컸는데, 어쩌다 물리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은가.
  • 말자 3 in Weekly 2013-11-04
    올해 봄, 말자들이 뭉쳐 말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들은 같은 일터에서 “미스 김"(올해 방영되었던 ‘직장의 신’의 주인공)업무를 밤 12시까지 하면서 정이 들었다. 일터는 공장이 아닌 사무실이었지만 갑 님들에게 어마어마한 서류 더미들을 가지런히 철해서 합격 점수를 받아야 월급을 계속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엄청난 서류를 한 번 더 복사하고, 종이에 구멍 뚫고, 철하는 업무가 많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명의 말자를 뺀 나머지 말자들이 모두 이 곳을 퇴사해서 대부분 백수가 되었다.
  • 템즈강 수문 / 출처 : http://www.london-attractions.info/thames-barrier-information-centre.htm
    다음으로, 템즈강 수문(水門)의 사진이 있지요. 이게 생긴 것은 84년 정도인데요,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얼마 전부터 수문을 닫는 회수가 증가되고 있다, 고 쓰여 있는데요, 조금만 조사해 봐도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실제로는 해수면이 20센치 정도 올라갔는데, 올라간 첫 번째 이유는 영국 본도(本島) 남부의 침하입니다. 옛날에는 스코틀랜드 쪽에 빙하가 있어서 무거워졌던 것인데, 이게 녹아 버렸어요. 그래서 스코틀랜드가 상승하고, 남부는 시소처럼 가라앉습니다. 이것이 20센치 정도인 거죠.
  • 우리 선희
    "구석에 몰린 선희가 선희를 아끼는 세 남자와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선희란 사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선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문장을 조금 수정해 보자. "영화를 찍는 브루노 뒤몽이 플랑드르와 까미유 끌로델을 만납니다.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갑니다. 이 말들과 영화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런 말들이 영화를, 그리고 뒤몽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