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호

Releases

  • ‘한겨레21’의 이번호(986호, 2013.11.18) 표지에는 박근혜 씨가 한복 입은 모습과 함께 ‘L’état c’est moi(짐이 곧 국가다)라는 글씨가 겹쳐져 크게 인쇄되어 있다. 이른바 ‘봉건군주(적 통치방식)의 도래’를 알리는 도발적 ‘카피라이팅’이다. 내게 봉건군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를테면 교수대에 매달린 반역자와 시민들과 같은 죽음의 모습들이다.
  •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3-12-17
    자정이 임박해서야 마지막 연습을 끝내고 헐떡거리며 집에 돌아오는 길이다. 원고 독촉을 비롯한 여러 메시지가 와 있었다. 그동안 밀린 일들이 첩첩이지만, 지금은 모두가 관심도 의욕도 없다. 아직도 머리에선 ‘다이네자우버빈덴비데 바스디모데... 디젠쿠스데간젠밸트..... 블위더위베음스터넨젤트무스아인.. 바테르보넨.. 멘센알레 멘센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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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명보다 '김슷캇'이라는 활동명이 더 유명한 사람, 어쩌면 활동가로서의 자신보다 트위터 계정이 더 유명할 지도 모르겠다. 사회당 당직자로 일하던 2009년에 오타쿠들의 정치적 주체화를 말하며 사회당 덕후위원회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고, 이후 '혁명적 육식주의자 동맹'이라는 이름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집단의 핵심 멤버로 활동했다.
  • 오항녕 수유칼럼
    오항녕 in 수유칼럼 2013-12-17
    이 문제는 교학사 한국사교과서의 왜곡에서 시작되어 지금 더욱 논란을 부추키고 있는 사안이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013년 5월 10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1차 검정 결과를 발표하였다. 국편은 신청한 9종 교과서 가운데 8종의 합격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 교학사에서 펴낸 한국사 교과서(이하 교학사 교과서)가 끼어 있었다. 이어 8월 30일 최종적으로 8종의 교과서가 검정에 합격하였다.
  • mimyo
    송이 in 묘한 일기 2013-12-17
    하루 종일 힐을 신고 서 있어서 발이나 종아리가 퉁퉁 붓거나, 저녁에 라면을 먹고 자서 다음날 아침 눈이 부어 있는 것과 달리 정말 살이 찌는 것은 서서히 일어난다. 어지간히 예민하지 않고는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라면 어느 정도 체중이 불고 나서야 살이 쪘다는 것을 알지, 시시각각 몸이 불어나는 것을 느끼지는 못한다. 석류가 이런 식으로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친정에 인사차 들렀습니다. 생선회며 수육이며 한 상 그득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가 아빠를 가리키며 한탄을 합니다. “맨날 얼굴보면서 밥묵고 하면 뭐하노. 남편이란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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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이 발발했다. 사회생물학의 창시자인 에드워드 윌슨이 자기 이론의 핵심이자 동의어라 할 수 있는 ‘혈연 선택’론과 ‘이기적 유전자’론을 버렸다.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는 그 선전포고이자 출사표다. 우리도 알다시피 ‘이기적 유전자’론과 ‘혈연선택’론은 현재 생물학계를 지배하는 담론이다. ‘혈연 선택’론의 본명은 포괄적 적합도 이론으로서, 이것의 창시자는 윌리엄 해밀턴이고 그것을 초기부터 신봉하며 사회생물학을 창시한 이는 에드워드 윌슨이다.
  • 한국에 온 지 오래되었다 보니까 어느 정도 한국 생활에도 적응하게 되었는데, 적응한 것이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주변에 있는 외국인 중에서도 상당히 한국어를 잘하고 그리고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고 살아 있는 이들도 많으며 그러한 사람을 본 한국인들이 "아휴, 한국인이 다 되셨네 그려"라든가 하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과연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것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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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가 피아노를 친다. 그녀는 쇼팽을 연주하고 있다. 시선은 불안정하게 악보와 건반을 오가고 박자 역시 엇나가는 것 같다. 뒤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서 그녀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는 뒤에 있는 여자를 의식하면서 연주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치는 선율은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것 같고, 어쩐지 본래 실력보다 못하게 치는 것 같다. 뒤에 앉아 있는 깐깐해 보이는 여자의 눈에는 아주 잠깐 눈물이 고이려 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눈을 감아 버린다.
  • Birmingham_campaign_dogs
    1963년 미국 버밍햄 시에서 인종 간 분리 정책은 전국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것이었다. 흑인들은 백화점 가판대에서 파는 바나나 스플릿을 먹을 수 없었다. 그들은 백인 전용의 상점에 가는 순간 체포되기 때문이었다. 흑인들은 극장 안에서 항상 위층 발코니에 앉아야만 했다. 백인 의사들은 흑인 환자들의 이름을 알려 하지 않았고, 아무렇게나 ‘보’, ‘베시’라고 부르곤 했다. 길을 가다 백인경찰에게 검문을 당하는 날이면 총에 맞지는 않을까 숨죽여야 했다. 버밍햄 시에서 흑인은 시민이 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