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호

Releases

  • 9월 19일, 깃발의 물결
    신지영 in 수유칼럼 2011-10-13
    우연이었지만, 최근 ‘지방’을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도쿄에서 부산으로 다시 부산에서 큐슈를 거쳐 도쿄로 돌아오는 여행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방을 말하는 것은 어렵다. 불과 며칠 동안 외부사람으로서 살짝 엿본 경험일지라도. 겪은 것은 구체적이며 오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려고 하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나가 버린다.
  • kbdr
    “소금장수 김두원이라 하면 지금 삼십세 가량만 된 사람이면 누구든지 알 만한 유명한 소금장수이다.” 1920년 5월 17일자 『동아일보』 기사가 서두를 연 솜씨로 보면, 당시로선 김두원이 거의 대중적인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하긴, 해방 후에도 소문이 끊이진 않았고 근래 재발견되기도 해서, 고은의 『만인보』에도 「소금장수 김두원」편이 있고 희곡도 진작 한 편 나와 있다는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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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 계발이 진행중인 지역 안에 자리잡고 있는 솜지마을은 이곳에서 최하위 빈민층 입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불가촉 천민이라 불리우는 카스트제도의 모든 계급보다 아래에 속하는 달리트 출신입니다. 주변의 고급 아파트단지들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풍경입니다. 풍경보다 더 심하게 차이나는건 다름아닌 그들의 삶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나라에도 곳곳에 존재하는 하지만 외면하고 있는 차별받는 삶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들… . . . 그런데 힘든 삶속에서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솜지마을 사람들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이는건 왜 일까요?
  • sopung
    주말에 가족들과 부산에 가을소풍을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저 혼자 한 연구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내친 김에 부산 영화제도 둘러보고, 김진숙 지도위원도 만날 겸 아내(황진미)와 매이까지 데리고 가족 나들이로 다녀왔습니다. 초대받은 연구모임은 ‘공간주권’ 포럼이라고, 삶의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공간의 배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부산 지역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법학, 정치학, 여성학,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재개발문제에서부터 일상공간의 젠더화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를 파괴하는 공간형성의 실상을 해부하고 해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배움의 열의와 실천적 고민에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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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아야, 앞에서 사이코패스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의 심리와 행동 특성,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와 그래서 이런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을 살펴보았다. 이제 이들의 치료 방법을 살펴보자. 이들의 치료방법은 정신의학적인 방법과 다른 하나는 사회심리학적인 방법으로 나눠지더라. 정신의학적인 쪽은 주로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는 약물치료를 많이 하고 사회심리학 쪽에서는 대인관계에서 공감 경험으로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 방법을 많이 쓰더라.
  • 진짜 인디언이라면, 달리는 말에 서슴없이 올라타고,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땅 위에서 이따금씩 짧게 전율을 느낄 수 있다면, 마침내는 박차도 없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마침내는 고삐 없는 말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그리하여 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다듬어진 광야뿐일 때까지, 벌써 말 목덜미도 말머리도 없이
  • 황진미 in 씨네꼼 2011-10-11
    전규환 감독은 2008년부터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타운>을 연년생으로 뽑아낸 다산의 감독이다. <애니멀 타운>이 4월에 개봉된데 이어, 9월 1일에는 <댄스타운>이, 9월 15일에는 <모차르트 타운>이 개봉되었다. 3년 치 농사를 한해에 수확한 셈이다. 해외 반응은 더 뜨겁다. <댄스타운>이 스페인 그라나다 영화제와 미국 달라스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9월 말에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작전이 열렸다. 최근 아일랜드, 터키, 스톡홀름 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작년영화제에서 <애니멀 타운>을 보고 팬이 된 황진미 평론가가 전규환 감독을 만났다.
  • 점거 지지 행진에 참여한 전국 간호사 연대
    이미 많은 이들이 하는 이야기지만 점거 현장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와 있다. 언론이나 정치인들은 도대체 뭘 요구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는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10월 5일 행진에서 간호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미국 의료보험 제도 개혁은 미국의 최대 현안 중의 하나이다. 오바마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재정이 대폭 삭감되면서 의료보험 개혁은 동력을 많이 잃어버렸다.
  • 행진 전 공원에 모인 사람들
    10월 5일. 행진이 예고된 3시가 되자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점거가 시작된 지 19일 째. 쥬코티 공원은 처음으로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인파를 만났다. 공식적으로 오늘 행진은 점거를 지지하는 대학생들과 노동조합이 함께 준비한 것이다. 사람들은 약간씩 들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대중이 스스로의 규모에 놀란 것이다. 평화재향군인회에서 나온 할아버지는 ‘뉴욕에서 이런 게 가능하다니 놀랍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기 대학을 찾느라 분주히 움직였고, 동호회나 트윗에서 만들어진 모임들도 피켓을 만들어 회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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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0-11
    우리나라 방송제작 평균 ‘눈높이’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요즘 아이들은 조숙하니 2학년쯤으로 그 기준이 내려갈지도 모르겠다.) 이는 대박 시청률과 광고 완판을 달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조건의 하나다. 물론 지식인인양 있어 보이는 단어를 쓰지 않고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선의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초등학교 5학년생에 준하는 프로그램’ 제작자들의 본심은 다르다. TV를 보는 동안 ‘사고’하지 않고 말초적으로 ‘반응’ 해야 프로그램이 팔린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아무려나, 실제로 시청자들은 TV를 보는 동안은 잠시라도 각박한 현실을 잊고 꿈과 환상, 욕망과 이상을 누리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상황이다.
  • 제너럴 어셈블리 모습(사진 출처:vice.com)
    이번 점거가 지도자가 딱히 없는 자율적 시위라고 하지만, 자율적이라는 것이 어떤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아우토노미아, 즉 자율이란 방치와 무능력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 무엇보다 엄청난 능력을 요구하고 또 표현한다. 이번 시위에서 ‘규율 없는 무질서의 극치’를 떠올리는 사람들은, 거꾸로 군대식 규율이야말로 무신경과 무관심, 무능력의 표현임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규율 아래서 사람들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 김혁민(28) 씨는 2010년 8월 까지 홍대에 위치한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시간당 4500원에 40시간 풀타임 노동으로 입에 풀칠했다. 애석하게도 언제까지 이렇게 생활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린 그는, 2010년 10월에 한 중소 무역업체에 1년 계약직 사무보조 업무로 취직했다. 이력서를 넣었고, 다음날 형식적인 면접을 봤고, 그 다음날부터 나오라는 간결한 과정이었다. 전담할 부서와, ‘보조’해야 할 사무가 대체 무엇인지는 누구로부터도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부적절해 보이지만, 할 수 없다. 사회 생활이 다 그렇지 뭐.
  • 지연 in 사상가 특집 2011-10-06
    "나는 멋진 상처를 안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던 카프카. 그의 문학적 토양이 되었던 멋진 상처란 바로 '아버지'이다. "모든 글은 아버지를 상대로 해서 씌어졌다"고, 그리고 그건 "오랫동안에 걸쳐 의도적으로 진행된 아버지와의 결별 과정"이었다고
  • kafka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는 카프카가 왕성하게 자신의 창작활동을 하고 있던 1919년에 쓰여진 글이다. 카프카는 이 글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카프카는 편지의 앞부분에서부터 긴 분량을 아버지가 어떻게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는지에 대해 보고한다.
  • 지오 in 사상가 특집 2011-10-06
    안녕합니까. 카프카 세미나를 시작한다며 열에 들떴던 봄의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접어들었고 카프카 세미나도 종반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단편이 끝나고 장편 세편을 남겨놓고 있지요. 이미 여러 차례 고백했다시피 이 작가가 저에게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해서 전 요즘 무엇을 하던 카프카를 떠올립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적인 것들이 저와 너무나 닮아있어서 사람들이 이 사람 왜 이런거야, 란 말을 할 때마다 속으로 뜨끔하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