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호

Releases

  • w2
    모모! 모모! 어서 일어나. 아침이라구우. 햇살의 우렁찬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눈부신 아침 햇살이 눈을 찌르는 것 같았다.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봤다. 먼저 잔꽃무늬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여관의 낯선 벽지를 보고서야 내가 길 위에 있음이 실감났다. 어제 길을 잃고 헤매다 해질 무렵에 가까스로 찾은 여관이었다.
  • _MG_2689
    드디어 이곳에서 식사대접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밀전병같은 짜파티, 난, 인도식 밀크 티짜이, 밥과 야채 제 입맛에 딱입니다. 물론, 전 뭐든 다 잘먹긴 합니다.
  • maing2
    가을이 깊어가는 로마의 밤거리에서 내가 본 것은 베를루스코니가 아니라, 바로 이탈리아 국민들이 마음속에 품은 욕망이었다. 그 욕망이 베를루스코니라는 `스캔들의 제왕'을 만들어냈고, 최장수 총리라는 지위를 허락했다. 정치 지도자는 곧 국민의 욕망이 빚어내는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로마의 풍경은 대한민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년 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우리 유권자들의 욕망과 뉴타운을 건설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그때의 욕망이 부질없고 그릇된 것임은 이미 널리 확인된 것 같다. 문제는 2012년 4월과 12월에 어떤 욕망을 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 IMG_3618
    주말 오후 예기치 않은 만남에 화들짝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오늘도 공부방을 열거냐’고 매달리는 1학년 아이를 보자마자 자동적으로 내 입에서 나온 말이다. 바람 부는 비탈길 한 쪽에 치우쳐 얇고 허름한 옷차림에 신발을 질질 끌며 하릴없이 혼자 걸어오던 아이가 밥만 먹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훨씬 반가운 얼굴로 아이를 대했을 것이다. 학교도 안 가고 공부방도 열지 않는 일요일이니 오늘은 무조건 집에
  • 황진미 in 수유칼럼 2011-11-30
    지난 22일 국회에서 한미 FTA 비준 안이 기습 상정되어 4분만에 통과되었다. 표결 직전 이들은 비공개를 선언하고 기자들을 내보냈다. 왜 이 역사적인 표결을 굳이 비공개로 하려 했을까?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았던 것일까? 국회 ‘날치기’ 통과 후, 전국에서 시민들이 연일 “비준무효”를 외치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물
  • 오래 전에 나는 밥상머리에서 줄곧 어지러움을 느꼈다. ‘밥 먹자.’ 소리가 들리고 밥상에서는 내가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또 시작되었다. 그렇지. 아버지 동창 ***의 이야기,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그 동창이 왜 요새 동창회에 못 나오는지도 알고 있지. 난. 그렇지. 아버지의 군시절 추억담. 베스트 5.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아버지의 관심사. 이미 알고 있지. 난. 그렇지. 그래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 들을 내용도 알고 있지. 난. 몇 백번은 더 들었으니까.
  • park-jung

    밉상스런 이권(利權) 다툼할 때 관용적으로 “밥그릇 싸움한다”고 표현합니다. 또 누군가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할 때 “밥그릇 보전하려고…” 라며 나무라기도 합니다. 참 나쁜 표현입니다. 밥과 이권을 뭉뚱그리면서 권세욕도 다 ‘먹고 사는’ 노릇으로 합리화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을 이기적인 이권다툼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교묘함이 숨어 있는 관용구입니다. 밥과 이권은 전혀 다른 겁니다. 이권을 비유하는 ‘밥그릇’에는 밥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자본과 권력, 즉 …

  • nodle
    노들, 노들 네 단체 중에서도 매일 저녁 장애인학생들이 몰려드는 야학에서 밥은 꽤 뜨거운 화두다. 노들야학,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학생이 많을 때는 50명이고 이 가운데는 제 손으로 밥을 못 챙겨먹는 사람들이 섞여있다. 활동보조인이든 가족이든 야학교사든 동사무소 직원이든 자기를 대신해 누군가가 숟가락을 들어줘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존재. 노들야학에 존재하는 이 언니 오빠들은 밥상 앞에서 마치
  • BIN0001
    이발하려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가 내 머리를 자르면서 나를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버마에서 왔다고 하자 미용사가 나에게 “버마요? 버마가 후진국이죠? ”라고 물었다. 후진국? 미용사가 물어본 후진국이란 어떤 것인가? 미용사가 말한 후진국의 기준을 알고 싶어서 내가 “후진국이요? ” “물리적? 정신적? 어느 쪽에 후진국이냐고 물어 보신 거예
  • 황진미 in 씨네꼼 2011-11-30
    한미 FTA관련 ‘괴담’ 중 가장 핫한 이슈가 ‘맹장수술 900만원’ 등 의료관련 ‘괴담’이다. 한편에선 ‘괴담’이 허구라고 말한다. 한미 FTA에서 의료분야가 예외조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가 단순한 무역관세 조치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비롯한 경제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꾸기 위한 시스템도입이라는 점을 감안할
  • (1)
    월화수목금금금… 6시간의 수면과 2시간 가량의 휴식을 제외하면 온전한 학습 노예노동으로 하루를 보내던 고등학생들이 수능을 치뤘다. 12년 간의 질리게 씹어 삼킨 교육 수준(!)을 점검하는 데에는 한나절이 채 소요되지 않는다. 완전 허무하다.
  • SONY DSC
    아주 오래 전 우리가 막연하게 꿈꾸었던 공동체의 상은 바로 ‘밥상공동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꿈’일 뿐이었다. 돌이켜보니 그 때에는 ‘밥’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깊은 의미는 물론 ‘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었다. 그저 함께 밥을 먹으면서 정을 나눈다는 것만 생각했을 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들은 ‘밥’을 할 줄 몰랐다. 사회복지기관의 관행대로 취사를 담당하는 분이 늘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 homelessaction_psr
    ‘밥’, 나의 별명이다. 밥은 하늘이고, 하늘은 혼자 가질 수 없듯이 서로서로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밥가처럼 밥이란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배고픈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또 내가 밥을 좋아한다. 밥을 안 먹으면 괜히 힘이 빠지는 것도 같고, 신경질적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성격순
  • DSCF8787
    자, 홍아야, 그렇다면 안경의 색깔을 단일하고 옅게 만들고 그리고 굴절을 일정하고 작게 다듬어 가는 방법이 무얼까 알아보자.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묻고 대답하는 과정이므로 진선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으려면 당면한 사물이나 상황에서 진선미가 드러나도록 질문을 잘 만들어야해. 그리고 질문으로 얻은 진선미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나 지식이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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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융희 in 여강만필 2011-11-29
    일기가 무척 음산하여 을씨년스럽다. 상경하여 부지런히 일을 마치고 귀가길 전철 안이다. 청량리 부근이었다. 노곤하여 멍해 앉잤는데, 누군가 거칠게 옆좌석에 앉는다. 나이 든 할머니가 양손에 부피 큰 비닐보따리를 들고, 배낭까지 멨다. 거친 몸짖에 주위의 시선 쏠림을 의식하며 멋쩍은 듯 모면을 위한 수다를 떤다. 아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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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 in AA의 일드보기 2011-11-29
    <백야행>은 추리소설의 대가로 유명한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원작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2006년 방영되었으며 국내에서는 2009년에 영화화되었고 일본에서도 2010년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다. 원작은 지독하리만치 건조한 '추리소설'이었으나 드라마는 사건 그 자체보다 소설에서 생략된 채 문장 너머에 아스라이 느껴지던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완성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이는 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