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식물이지만, 우리에게 유익하며 먹이가 되면 농작물이 되고,
유해하며 무익하면 잡초가 된다. 또한 그 기능이 애매하여,
약초로 쓰인 식물이 쓰이기에 따라 독초로 변하기도 하며, 어느 곳에서는
홀대를 받지만, 다른 곳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애용되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우리 인간과 식물은 생사를 함께하는 절대적 관계에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식물중 특히 잡초는 농사꾼에게 철천지한 원수로, 지금 나는
그들과 전쟁이란 표현까지 쓰고 있다.
금년 잡초는 유난히도 무성하다. 아직 장마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작물의 잡초 피해가 크다. 특히 노지에 심은 작물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작년에 조금 심어 인기였던 호박고구마는 맛도 있고 먹기도 좋와서
금년엔 마음먹고 좀더 심었더니, 바랭이등 풀숲 속에 고구마 순이 녹아 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옮겨 심었던 오이도 뿌리발이 시작되고 줄기가
뻗치기에 잡초를 잘 극복하여 잘 자라리라 믿었는데, 손 쓸 틈도 없이
역시 잡초에 잡혀먹고 말았다.
어떻든 차광막인 검정 비닐을 깔지 않고 심은 작물들은 고구마나
오이처럼 벌써 흔적없이 사라진 것으로부터 겨우 살려낸 도마도 호박등,
대부분의 작물들이 잡초에게 당해 혼쭐들이다.
어제는 장마가 북상한다며 종일 장마비가 내렸다.
호우 가능성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는 예보도 있었고, 비는 끝이지 않고 계속
내렸으나 다행히 빗줄기가 굵지 않아 예보처럼 많은 비는 내리지 않았다.
오늘도 흐린 날씨에 가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본격 장마가 시작되면 잡초의 기세를 꺾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우선 급한 것부터 구해야 겠기에, 호박 넝쿨의 둘레에 잡초들 제거 작업을
아침부터 하고 있다. 오늘 종일 해도 끝날 것 같지가 않은 작업이다.
끼리 끼라라 했다. 잡초와 독충인 벌레는 끼리로 항상 함께 한다.
그들에게 살갖을 노출시킬 수 없어, 긴 팔에 긴 바지, 두터운 옷에 장화로
작업을 하려니 이만 저만의 고역이다. 제초 작업도 고되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에 불쾌지수를 극복하려니 심신이 지처 녹초다.
제법 의기 양양 뻐친 호박 줄기이기에 잡초를 극복하리라 여기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기가 껶이다 못해 맥을 못추고 구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려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일로 나역시 심신이 지친다.
평소 같으면 어지간히 피로는 막걸리에 잘 곁드린 먹거리로 다스려 지는데
오늘은 그게 아니다. 기세 좋은 환삼이란 놈이 쎄게 걸고 늘어지기만 해도
그만 쓰러질 지경이다.
깔끔했던 평소 나의 작업이 오늘만은 너무 지쳐 그냥 대충 듬성이다.
그러면서도 호박 넝쿨을 보면서 그냥 두고 끝낼 수도 없는 일이려니 더욱
난처하고 힘들다. 아침부터 시작된 일이 벌써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은 씩씩하고 기세 좋게 자라준 잡초들이 때로는 너무 아름답기도 했었는데…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의 찬란함이 나에게는 장엄하며 신비로움으로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일으키며 삶에 지쳐 고달픔을 달래주는 위로와 격려이기도 했었던
잡초의 꿈이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내린 비로 냇물이 불어 제법 쿵쿵 소리를 내며 흘러 내리고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나는 그냥인 채 물속에 뛰어 들었다.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거추장스러운 옷들을 훌훌 벗어 버리니 더욱 상쾌하여
나를것만 같다.
종일 꿈틀겨렸던 날씨가 어언 구름이 걷히고 서쪽부터 맑은 하늘이 시작된가
싶더니, 순간 짖푸른 하늘에 밝은 햇빛이 사방에 빛난다.
< 나와 자연의 환상의 극치인 나만의 체험의 순간이다!
표현의 여력이 부족하여 안타깝다. 시인의 존재가 부럽다.>
순식간에 변한 파아란 하늘이 맑다 못해 짖푸르다. 태양의 황금빛이
덧칠인 진코발트 하늘에 갑자기 내 활짝 웃는 얼굴이 퍼져 내려 보고 있다.
오, 주여! 감격하여 고개를 숙이는 순간, 맑은 수면에 환한 내 얼굴과 더불어
하늘이 내려와 있다.
푸른 하늘에 내 얼굴이 떠있고, 내가 서있는 맑은 수면에는 하늘이 내려와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따라 산빛은 더욱 푸르러 빛나고 있다.
어제 내린 비로 가두어 놓은 냇물이 늘어 이루는 작은 호수에, 비추인 하늘이
푸른 산빛과 함께 한다. 졸졸 흐르는 냇물이 가끔은 쿵소리를 내기도 한다.
고된 일로 지친 심신이 금세 사라지고, 나는 한 편의 환상의 드라마에 홀려
잠꼬대 같은 허튼 소리로 지껄이려니 …..
그럼에도 나는 그 순간의 체험이 사실이었고, 나만의 그런 체험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는 변함없이 굳은 믿음이다.
다만 여러분에게 충분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아쉬워 하면서…
생명의 신비, 생명의 무시무시함, 그 속에서 인간이 느끼는 외경과 공포, 피로가 오롯이 전해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