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Releases
- [178호]고통과 새로운 삶 (0)한 때 이라는 드라마에 푹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매우 단순한 반면 두 주인공의 역설적인 캐릭터가 매우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여주인공 태공실은 산에서 조난을 당해 구조된 후 3년 간 의식 없이 지내다가 깨어났는데 그때부터 귀신을 보기 시작합니다. 사회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숨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좋은 학벌에 미모도 소용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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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길을 따라… (0)텔레비전의 아침방송이나 종종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을 볼 때나 최근 뉴스에서도 본 것인데 하루에 30분 걷는 것이 건강에는 물론 노화 방지에도 탁월하다는 방송을 보았다. 걷는 것이 인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구 사례들이 나왔고 모두가 아는 건강 상식이다. 건강을 위해 하는 말이라면 꽤나 진부한 말인 걷기 운동이지만 나는 건강을 떠나 걷는 것이 재미있다.
- [176호]밀양 (0)밀양에 다녀왔습니다. 밀양 현장과 관련된 원고들은 아마 다음 호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질 듯합니다. 저의 경우, 밀양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보고 듣던 것보다 상황은 분명 참담한 것이었습니다. 송전탑 설치 예정 마을의 주민들은 하루하루를 전시와 같이 보내고 있었습니다.
- [175호]5210원 인생 (1)2014년 최저임금은 5210원입니다. 지난 여름, 노동자들의 투쟁을 거쳐 작년도 최저임금인 4860원보다 7.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대부분의 식당 한끼 밥 값은 7000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5210원으로는 점심 할인 햄버거 세트나 짜장면 정도 먹을 수 있겠네요. 우리는 1시간 일을 해서 한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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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친정에 인사차 들렀습니다. 생선회며 수육이며 한 상 그득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엄마가 아빠를 가리키며 한탄을 합니다. “맨날 얼굴보면서 밥묵고 하면 뭐하노. 남편이란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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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시대반시대는 동물에 대해 다뤄보았다. 도시에서 떠밀려서 또는 도시화된 동물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약자인 동물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미국에서는 현재 180개의 법과대학원중 97개의 대학원이 동물권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윤리학, 철학의 한 과목으로 정기적으로 개설된다.
- [172호]면접 (1)위클리 편집진이 바빠졌습니다. 위클리와 관련해서 그렇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지만, 그렇지는 않고, 네 명의 편집진 각자에게 개인적이고도 중요한 일들이 생겼습니다.
- [171호]코뮨으로 가는 길 (1)
코뮨이 무엇일까? 내가 수유너머라는 코뮨에 발을 들인 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그것이었다. “코뮨이 무엇인가, 코뮨은 어때야 하는가?”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혹은 나의 행동, 무슨 말에 대해서 ‘이건 코뮨인가? 저건 코뮨인가?’ 라고 재고, 따져보고, 생각해왔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공동체라는 이름에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종교나 민족 혹은 가족, 학교를 자동적으로 연상시켰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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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았습니다. 매주 금요일밤 EBS에서 방영하는 고전영화코너였습니다. 마침 남편이 출장을 갔고 일주일의 긴장이 확 풀어지는 ‘불금’이라 넋을 놓고 영화를 보는데 영화 속 캐릭터들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 같은 코너에서 자주 봤던 영화인데도 새롭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 [169호]친구의 결혼식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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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간다. 동창의 결혼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결혼하는 친구의 연애사부터 결혼준비 그 과정을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내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엄마는 거의 매일 내게 결혼에 대해 말한다. 내가 바르고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려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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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밀양 송전탑 반대 일인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뒤편 오십여 미터 떨어진 데에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고 정면으로 횡단보도가 좌우에 자리하는 지점이었습니다. 주변의 빌딩들이 어딘가에 위치할 소실점을 따라 정연하게 이어지는 모습이 시야 한눈에 들어와, 정말이지 도심(都心)에 서 있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 [167호]오합지졸들의 정치 (0)활동가가 주는 이미지란 어떤 대단하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똑 부러지고, 알아서 할 일을 찾고, 모든 열정을 투여하며, 일당백을 해내는 사람들 말이지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당혹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때도 이겨내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주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대개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구성해 가고 그걸 지켜 나가는 사람들일 것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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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저는 혼인신고서에 잉크도 안 마른 새내기 유부라 이 호칭이 어색하네요. 남의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언제 몸에 맞는 옷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매번 남편의 부모님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그냥 이렇게 써야겠지요)은 20 여 년 전 서울 살이를 청산하고 경기도 포천에 들어가 살고 있습니다. 집 앞 뒤로 텃밭을 일구어서 당신들 먹을 채소 정도는 기릅니다.
- [165호]우리는 다르다 (0)몇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아주 조용히 들려오는 물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무엇인가?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에 맞춰 준비를 하면서 생긴 궁금증이다. 이 물음이 위클리 수유너머 때문에 생각해보게 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종종 들었던 물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때에는 공동체에 대해 이상적이었으며 내 머릿속은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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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호]회의주의자들 (1)최근 연구실 내에서 저희 위클리 편집진은 이렇게 불립니다. 두 달의 개편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이 넘는 회의를 계속해 왔음을 돌이킨다면 과연 그런 별명이 따라붙을 만합니다. 어떤 분은 이런 저희들을 가리켜 ‘카프카적’이라고까지 이야기하셨습니다. 회의만이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에는 무엇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한 유머였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개편 이후 164호를 이렇게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밝히는데, 다른 편집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회의(會議)’주의자라는 별명이 저의 경우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 [163호]개편합니다 (0)지난 7월 1일 수유너머R이 해방촌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몇 년 간 연구실을 드나들며 함께 공부해왔던 한 사람은 이삿짐을 싸다가 낚여 정식회원이 되었습니다. 고된 이사가 관계의 매듭을 더 깊이 있게 만드는 어떤 힘으로 작용했나봅니다.
- [162호]분노합시다! (0)몇 년 전 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했었습니다. 에서 좋았던 것은 부패한 신라귀족들과 미실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대항하는 세력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당시까지 화랑이던 김유신이, 미실과 손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회입니다.
- [161호]뫼비우스의 띠 (0)1960년 런던 한 재판정에서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피고는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시작되는 로런스의 소설, 이었다. 피고 쪽은 육체와 인생에 대한 참다운 성찰이 배어 있는 수작이라 호소했고, 원고 쪽은 수치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타락한 외설의 맹독성이 여전히 반사회적인 위험요소라 쏘아댔다. 작가의 사후 30년이 지나 벌어진 ‘채털리 사건’ 재판은 결국 무삭제판 판금 해제로 판결나면서, 19세기의 법이 20세기의 내면을 구속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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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5.18이 벌써 보름 정도가 지난 시기인데도 5.18과 관련하여 논란이 계속됩니다. 당시 광주의 시민군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되었다는 주장을 하는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으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한 유머 웹 싸이트인 ‘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행해지고 있는 그들 나름의 놀이문화가 종합편성채널의 방송과 맞물려 사람들을 자극하였고
- [159호]당신의 일주일 (0)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금요일 밤입니다. 자정이 지났으니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네요. 노트북을 펼치고 지난 일주일을 돌아봅니다. 편집자의 말을 써야 하니까요. 월요일에는 집 계약을 했습니다. 저는 세입자이지만 2년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나가는 것이라 인터넷을 통해 새로 들어올 세입자를 직접 구해야했습니다. 계약 당일 집주인 아주머니가 남의 일 대하듯 “새로 구해온 세입자가 남자라 마음에 안 드네, 계약 조건이 마음에 안 드네” 딴소리만 자꾸 해대는 통에 애를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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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tv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최근에 굉장히 재밌게 본 두 개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직장의 신 10화이고 또 하나는 이 주 전에 했던 무한도전 무한상사편입니다. 직장의 신 10화에서는 회사에 20년을 넘게 근무한 고과장이 권고사직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습니다. 이 10화에서의 백미는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황갑득 과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무정한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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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기타줄 좀 튕깁니다. 작년 연말 아는 친구로부터 기타를 한동안 배운 이후로, 요즘은 혼자서 주구장창 한 곡만 매일 연습합니다. 그 친구에겐 일주일에 한번씩 3개월 배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겨우내 연습을 잘 하지 못하다가 날이 풀린 요즘 다시 기타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연습은 더도 덜도 아닌 매일 딱 10분정도만 합니다. 감을 잊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로운 곳에서 ‘틀리는’ 재미가 있습니다. 기타 잘 치는 사람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처음 기타를 칠 때는 기타줄을 누르는 왼손가락이 ‘아려서’ 애를 먹었습니다.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배기는 과정이죠.
- [156호]소통에 관하여 (1)소통이란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두 사람의 대화와 같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이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느 한 사람은 자신의 언어를 버리고 상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각자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서로 자기 말만 하는 상황이 벌어질 테니까요. 따라서 소통이란 자신의 지반을 떠나 상대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통의 기본 조건입니다.
- [155호]邦無道 (0)4월도 벌써 중순이 지나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4월은 여러 곳에서 흉흉한 이야기들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대한문 분향소가 철거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북아현에서도 철거 시도가 있었으며 지율스님이 지키고 있는 텐트도, 콜트콜텍 농성장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진주의료원 소식도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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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위클리와 함께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그 동안 너무 열심히 안 해서 위클리에 별로 도움이 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벌써 4월이 되었네요. 짧으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3개월 동안 크고 작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 힘은 정말 미약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구나..” 이런 생각들은 시도 때도 없이 뇌리에서 번뜩거렸습니
- [153호]괜찮지 않아도, (2)괜찮은거니? 요즘 위클리 수유너머의 안부를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겨울 위클리 발행이 사전공지 없이 몇주간지연된 기간이 있었습니다. 근래에도 사정은 썩 좋지 않아 업데이트 요일도 들쑥날쑥하고 올라오는 원고의 수도 적습니다. 충분히 걱정할만합니다. 저도 걱정됩니다. 어쩌면 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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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러둘 것이 있습니다. 충분히 ‘진보적’인 ‘헌법적 가치’들을 준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공동체적 법질서 내에서만 최선의 도리를 다하려는 사람들이라면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햇수로 4년째 입니다. 고려대를 다니던 김예슬씨(이하 김예슬)가 기업-자본의 하청업체가 되어버린 대학을 그만두며, 아니 ‘거부’하며 ‘탈주’를 ‘선언’한지 천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 [151호]개편합니다 (0)벌써 151호입니다. 2010년 위클리 수유너머가 시작한 이래로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이 기간 동안 위클리에는 나름의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상단 메뉴에 있는 지난호 보기를 통해서, 혹은 좌측 하단 메뉴에 있는 지난 코너 보기를 통해서 위클리에 어떠한 흐름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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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부터 친구들이 세들어 살기 시작한 단독주택에, 늦은 봄인 5월 부터 제가 ‘쳐들어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해가 바뀌어 다시 3월이 되었고, 겨울을 막 벗어나고 있으니 나름 사계절을 다 지내본 셈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거실에 창도 크고, 방도 3개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가 아니어서 그런지 살기에 부족함이 없고 참 좋았습니다. 적어도 가을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올 겨울을 보내고 나
- [149호]젊은 사람 (0)젊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한전 본사 앞에서 밀양 송전탑 건립을 반대하는 릴레이 단식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침 제가 그를 만난 날은 그가 단식을 시작한 첫날이었습니다. 마을의 어르신 두 분과 함께 3인 1조로 돌아가면서 릴레이 단식을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와 같이 간 일행들에게, 단식을 하는데도 들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먹을 걸 많이 가져 온다
- [148호]‘판’에 관하여 (0)이번 호는 덕성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문화인류학 전공수업인 '생애과정의 인류학'에 참여했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매년 개설되는 강의지만 지난 2012학년도 2학기의 수업은 '특별하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는 것이 담당 교수와 학생들의 평가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만나면, 인사는 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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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치회의를 왜 해야 하는지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대요. 그래서 그날 공부방에 놀러와 있던 졸업생에게 물어봤어요. 옛날에는 자치회의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졸업생이 그때는 공부방에 돈도 없고 급식도 없는 때라서 오늘은 뭐하고 놀지, 내일은 뭐 먹을 지를 자치회의에서 아이들끼리 의논하고 결정했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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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위클리에서는 오랜만에 사상가 특집을 꾸며봤습니다. 데이비드 흄을 주제로 해서 세 편의 글을 실었는데요, 이 글들은 수유너머N의 <흄세미나>팀이 세미나를 마무리하면서 그 결과물로 나온 것들입니다. 데이비드 흄은 흔히 로크, 버클리와 더불어 경험론자이자 회의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그가 합리론의 보편적 진리에 대해 끝없이 회의적 사유를 진행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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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한 해도 지나가고, 또 새로 해가 시작하는 시점이니, 말랑말랑하게 ‘사랑’에 관해서 기획해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거 뭔가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인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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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호 (0)145호. 이럴수가 사랑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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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사그라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춘에 대한 이야기로 서점가에 광풍이 불고 모든 사람이 갑작스럽게 청춘을 논했습니다. 그 ‘청춘’ 범주 안에 드는 사람이었던 저는, 당시의 분위기가 불편했습니다. 힘내라고 하거나, 이겨내라고 하거나, 괜찮다고 하거나 네 탓이라고 하거나 사회 탓이라고 하거나 뭐라 하건 간에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그 작업의 필요성과는 관계없는 불편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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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이 아래위로 휘몰아치던 날, 그 풍경을 같이 보고 있던 연구실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이런 날은 밤새도록 술을 마셔야해요.” 이날 밤 오랜만에 취했습니다. 분분이 날리는 눈송이를 보며 한잔, 두잔, 석잔... 맞은 편에 앉은 친구와 근황을 나누다가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섭섭했던 이에게 전화해서 꼬부라진 목소리로 투정도 늘어놨구요. 다음날 아침, 세상은 하얀 눈가루를 뒤집어쓰고 빛나고 있더군요. 전날의 술주정은 모두 그 속에 덮여있을 거라 믿기로 했습니다.
- [142호]사고패턴 바꾸기 (0)지난주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을 가지고 장애인성폭력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마음』이라는 소설을 통해 그분들이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했죠. 『마음』은 외부 세계와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평생을 죽은 것처럼 지내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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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입니다. 사실상 대선이 시작 된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참 재미없습니다. 국가권력과 아주 먼 위치에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누가 되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되어선 안 되느냐’일 것입니다. 어디 반대표 던질 곳은 없나요?
- [140호]하늘임을 자임하다. (0)어떤 집단이 스스로를 하늘이라 일컫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누구라도 코웃음을 치며 오만의 극치라 비꼬았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이라는 말은 어떤 질서를 뜻하기도 하는가 하면, 만물의 주재자로서의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하늘이라 칭하니 얼마나 오만해 보일까요.
- [139호]공놀이란? (1)이번 주 들어 몇몇 버스들이 '수능 시험장 경유'라는 흰 종이쪽지를 창문에 붙이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시험에 목을 매고 있을까요. 하루에 열 다섯 시간씩 삼 년간 학교에 앉아있다보면 수능이 절대적인 목표이며 학교가 유일한 정상적 길인 줄로만, 그렇게 믿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공놀이 원고를 읽으며 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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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허해 뱃속까지 찬바람이 드는 것 같은 겨울날이면 굴국을 끓입니다. 손질해놓은 굴 한 바가지, 크지 않은 무 한 덩이가 필요해요. 굴은 찬물에 여러 번 헹궈내면서 붙어있는 껍데기를 잘 골라냅니다. 손이 빨갛게 시려오지만 대충하다보면 나중에 빠각, 어금니 사이에 껍데기가 끼일지도 몰라요. 이제는 무를 다듬습니다. 껍질을 긁어내고 채를 썹니다. 씹히는 맛이 있는 게 좋으므로 채칼보다는 그냥 칼을 써요. 무를
- [137호]불량 예찬 (3)오랜만에 TV를 봤습니다. ‘힐링캠프’에 장기하가 나옵니다. 4년 전에 발표된 ‘싸구려 커피’라는 불량스러운 노래와 우스꽝스러운 율동으로 유명해진 가수입니다. 이 노래는 이른바 88만원세대의 우울하고도 약간은 찌질 해 보이는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장기하 본인이 직접 그 곡을 쓰고 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노랫말에 적힌 상황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자취를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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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무관심한 관심’으로 미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무관심한 관심? 모순된 표현처럼 보이는 이 개념의 의미는 이러합니다. 무관심한 관심에서 ‘무관심’이란 감각적 욕구나 도덕적 욕구에 대한 무관심입니다. 즉, ‘배불리 먹고 싶다, 부를 소유하고 싶다, 자기체면 유지하고 싶다, 도덕적 명성을 얻고 싶다’와 같은 것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거죠. 반면, 무관심한 관심에서 ‘관심’은 감각적 욕구나 도덕적 욕구에서
- [135호]우리 지금 만나~ (1)위클리 수유너머에 참가하기 시작한지 1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독자 분들은 알게 모르게 몇몇 편집진들은 떠나고, 또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편집회의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기픈옹달 연구원과 박카스 연구원이 편집회의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뭔가 당혹스러운 감정, 저는 느꼈습니다. 이제, 새로운 편집진들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최근에 들어온 편집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박정수 연구원과 고병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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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였던가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가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뒤에서 나의 성기를 만지고 지나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나는 아저씨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나에게 똥침을 놓고 가지, 하며 의아해했죠. 아저씨가 나를 성추행했다는 건 커서야 알았습니다. 성인이 되고서도 몇 번 더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대낮에 북적대는 쇼핑가에서도, 귀가길 지하철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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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면 저는 반 년 넘게 해오던 알바를 그만 둡니다. 그만두면서 가장 아쉬운 건 역시 ‘돈’입니다. 돈 문제는 ‘생존’과 직결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텐데요. 이제 저와 우리의 ‘생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이 일을 시작할 때, 저를 고용한 사람이 그러더군요. 스스로를 알바생이라고 말하지 말랍니다. 그 대신 ‘자원봉사자’라는 말을 쓰라고 그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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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려서부터 강아지도 고양이도 안 좋아했습니다. 물론 갓 태어난 새끼들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엽긴 합니다. 그렇지만 쓰다듬어 준다든지 안아준다든지 하는 건 잘 못하겠습니다. 눈으로만 봅니다. 새끼들도 이런데, 커다란 아이들은? 가까이 오면 피합니다. 길가다 마주치면 최대한 티 않나 게 멀리 피해서 갑니다. 물론 어렸을 땐 그들이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섭지는 않습니다. 무서워서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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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성범죄자, 아니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여자 아이를 강제 성추행한 사람입니다.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고, 어디 사는지 정확한 주소도 압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법무부가 알려 줬습니다. 우편으로 선명한 칼라 명함판 사진과 범죄 내역, 주소지까지 상세히 알려 줬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성범죄 전과자의 성폭력, 살해 기사가 연달아 나오면서 신상공개 여론이 들끓은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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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비슷한 사람들 (0)저는 수유너머R에서 금요일 오전에 하는 요가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참석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세명 네명의 사람들이 모여 행하는 소규모 요가입니다. 17일 오전 여느 때처럼 약간의 지각을 하며 요가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카페 커먼즈 분들이 함께 요가를 한다고 합니다. 요가를 진행하는 수유너머R 마루방이 가득 찼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한 후, 요가는 진행되었고, 차담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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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카페커몬즈가 수유너머N에 방문했습니다. ‘비노동과 생존의 정치’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도 이 자리에서 ‘공동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짧은 글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개인이 집단에 합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각각의 개인들은 어떻게 공동성을 형성할 수 있는가, 였습니다. 우리가 무엇에 의지하지 않는, 무엇에 의해 규정될 수 없는 것으로써 공동체를
- [128호]멘붕이라서 행복해요 (4)이 더위 잘 보내고 계십니까?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으로 된 강이 흐릅니다. 정말 ‘무지하게’ 덥습니다. 요즘 같은 더위에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무언가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은 예삿일입니다. 이른바, '멘붕'이 오지않으면 다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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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중단을 위한 유기농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명동에서 청계천, 대한문을 거쳐 서울국토지방청까지 세 시간에 걸친 행진이었는데요. 참 이상하죠? 집회장이었다면 한 시간도 못 견딜 폭염이었는데 별로 덥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더위도 잊었나 봅니다. 밀짚모자와 몸빼바지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손에는 부들, 보리, 호박, 가지, 노각오이 등 유기농산물을 든 참여자
- [126호]지지리 궁상 (1)[88만원 세대]라는 저작 이후로 ‘세대론’이 많이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이 출간될 당시 저 또한 대학생이었는데, 벌써 나이가 서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에 예쁜 마누라와 금쪽같은 애새끼 교육을 걱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뭔가 하고 있기는 하는데, 이게 도대체 뭔가 나의 미래에 이어져 갈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런데 또 그렇다고 딱히 할 것 혹은 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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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강정 마을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두물머리에 일이 생겨 잠시 머문다고 합니다. ‘재판 승소 파티’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만간에 ‘나랏님’들이 또 ‘쳐밀고들어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답니다. 그런 배경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강정 소식을 물었습니다. “힘들다”합니다. 지친 표정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강정을 떠나 살아야겠다”고 합니다. 몇 주 전에 만났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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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지루하고 소모적이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무기력하게 이리저리 훈련장 순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뜩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폭약 냄새에 관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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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추적자>에 빠져 있습니다. 보는 내내 공포와 연민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 됩니다. 절대악으로 무장한 권력자들에 대한 공포와 힘없이 착하기만 한 주인공에 대한 연민에 잠자리조차 뒤숭숭하지만 그 압도하는 리얼리티에 매혹되었습니다. 대선가도에 걸리적거리는 ‘벌레’같은 여중생을 살해하고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법부를 매수하는 대기업 CEO출신 정치인과 그가 선망하는, 그
- [122호]탈영병을 위하여 (1)“우리는 모든 마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조국을 위해 죽은 자들에게 바친” 우스꽝스러운 기념비들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탈영자들을 위한 기념비들을 세우길 원한다. 탈영자들을 위한 기념비들은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을 대표할 것이다. 왜냐하면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 모두는 전쟁을 저주하면서 그리고 탈영자의 행복을 부러워하면서 죽어갔기 때문이다. 저항은 탈영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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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통합진보당이라는 당명을 처음 들었을 때, 진보에 어떻게 통합이라는 수사가 붙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저의 머릿속에 있는 진보라는 것의 상은 통합보다는 분열에 가깝습니다. 여러 정당이 모여 하나의 정당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그들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정당에 이름을 붙일 때, 그 새로운 이념과 정책으로 당명을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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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메이데이 총파업은 정말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거리를 멈추고, 도시로 나가자!”라는 슬로건 아래 이질적인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고, 또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는 거기서 수백 명에게서 수만 명 이상의 힘을 보았다고 했고, 누구는 기존의 감각과 사고를 전환케 하는 새로운 힘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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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노들섬 도시농업공원에서 모내기 행사와 서울시 도시농업 원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한 노들섬 시민텃밭에 저도 ‘만행’ 친구들과 한 뙈기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오고 기자들도 많이 온다고 해서 만행 친구들과 두물머리에도 농사를 허하라는 피켓을 만들어 시위를 했습니다. 행사 끝나고, 혹시 언론에 나왔을까 기사 검색하다가 KBS 뉴스 기사를 보고 깜짝
- [118호]데리다의 정치 (1)2004년 10월 9일 췌장암으로 사망한 데리다를 기리며 작성한 추도사에서 발리바르는 ‘데리다의 정치’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흔히 데리다의 정치는 로 대표되며 정치적 선회라고 불리는 후기 작업들에 집약된 것으로 말해집니다. “얀 후스 연대의 한복판에서의 체코슬로바키아의 ‘반역적’ 지성인들에 대한 원조에서 시작해서, ‘외국인들’에 대한 공안정치와 낙인에 반대하여 유럽에서 피신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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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치명적 오독 (1)두물머리밭전위원회. 정부의 ‘4대강개발’로 경작권을 박탈당한 두물머리(양수리) 농민들과 농사를 함께 지으며 싸우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처음 본 이들 중 상당수가 무심코 ‘밭전’을 ‘발전’으로 읽습니다.‘개발’이나 ‘성장’, ‘발전’ 같은 말들이 오랜 세월 우리 눈에 씌여 있어서 일 겁니다. 뭔가 눈에 씌이면 바로 보고도 잘못 읽게 됩니다. 제 생각에 ‘두물머리밭전위원회’라는 이름 속 ‘밭전’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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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구멍에서 피와 오물을 흘리면서 태어났다." 소위 ‘자본의 본원적 축적’이라는 불리는 자본의 탄생 과정을 분석하는 의 한 장에서 맑스는 자본의 탄생 과정을 이렇게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사회적 삶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체제로서 구축되기 위해서 농민들과 노동자들, 심지어 소자본가의 피를 요구했다는 말이겠지요. 다시 말해 자본의 기원에는 힘없는 자들의 피눈물이, 그들의 죽음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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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호]노동과 공동체 (0)좀 늦었지만, ‘활보일기’에 대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3주 전에 위클리수유너머 편집진과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몇 분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활보일기’의 일부 내용에 대해 전장연 활동가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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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수유너머> 이번호는 지난호에 이어 ‘총파업(general strike)’ 특집입니다. 평소보다 하루 늦춰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업데이트 예정일인 5월 1일에 예정됐던 총파업 행진 풍경을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수만 명이 참여한 노동절 기념행사가 있었습니다만 저희 편집진은 한국은행 앞에서 명동 을지로를 돌아 대한문, 상공회의소까지 행진을 했던 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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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화요일이 5월 1일 메이데이입니다. <위클리수유너머>는 이번 주와 다음주 연속으로 메이데이 총파업을 다룹니다. 해마다 있는 노동계 행사라면 다룰 이유가 없겠지만 이번 메이데이에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3월부터 시청광장을 점거(occupy)해온 ‘아나키’한 젊은이들의 ‘프레카리아트의 거리점거’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아큐파이’ 그룹이 제안한 세계적 총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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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위클리 수유너머는 새로운 연재코너를 시작합니다. ‘앎과 향연’이라는 제목의 연재이지요. 수유너머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수유너머 문에서 공부하는 최진호, 강민혁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쓰는 코너입니다. 그리스 철학에 익숙한 독자라면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이 코너는 그리스적 주제를 다룹니다. 보다 정확히는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자기배려의 문제와 현재 우리의 삶의 문제를 연결시켜 고민해보는 장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렇습니다. 푸코의 자기배려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리스-로마 철학을 다시 읽는 작업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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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다가왔습니다. 여기저기서 선거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러 명사들은 투표율이 얼마를 넘으면 뭘 하겠다는 식으로 약속을 합니다.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는 투표로 심판하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지역구에는 후보가 셋이 있습니다. 그들을 알려는 저의 의지 또한 일천했겠지만, 후보들 중 그 누구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지만, 또 누군가는 어느 정당에 투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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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호]뒤늦은 소개 (4)그는 학인이었습니다. 2009년 수유너머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1년간 맑스도 읽었고 스피노자도 읽었습니다. 벤야민도 읽었고, 베르크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양명도 읽었지요. 처음엔 회사일 때문에 지각과 결석이 다른 이들에 비해 잦았습니다. “회사원인 채로, 농부인 채로, 학생인 채로, 예술가인 채로 지식을 생산하고 지식을 흘러넘치게 하려는 연구실의 활동이라는 말에 무작정 덤볐는데 사실
- [109호]몰락으로의 초대 (1)사쿠라이 다이조 씨의 텐트연극과는 번번이 엇갈렸다. 2007과 2008년, 나는 도쿄에서 생활했다. 그동안 그의 텐트연극을 보러갈 기회가 있었지만 공연이 잡힌 날에 멕시코로 떠날 일이 생겼다. 사쿠라이 씨와는 종종 만났고 지인들로부터 그의 연극에 관해 전해 들었고 연습하는 장면을 보러가기도 했으며, 그가 쓴 대본도 읽었다. 하지만 정작 공연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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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위한 위한 핵사용이 없듯이 평화로운 핵사용도 없습니다. 원폭의 공포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원전사고의 공포 속에서 평화로운 핵이용란 모순형용입니다. 평화로운 핵이용이란 없습니다. 오직 평화로운 핵제거만 있을 뿐입니다.
- [107호]흥해라 녹색정치! (2)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공동체상영 ‘반핵영화’를 빌려와 봤다고 했습니다. ‘핵발전소 - 이제 우리도 알거든!’이라고 크게 적힌 DVD였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DVD를 보려 하니, 컴퓨터마저 말썽입니다. 음성이 나오질 않습니다. 컴퓨터도 말썽이고 몸도 피곤하다 보니, 감상의욕이 생기질 않습니다. 지나가는 투로 빌려온 친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구했냐고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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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위대한 사유는 언제나, 익숙한 통념들을 산산조각 내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사람들 앞에 들이민다는 것을. 그래서 위대한 사유는 또한 항상-이미 위험한 사유이기도 하다는 것을. 하지만 이 위험한 사유는 또한 너무나도 매혹적이라서 거부하기 힘든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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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우리 말 중에 ‘여항’(閭巷)이라는 단어가 있다. 백성들이 살아가는 일상적 장소라는 뜻 정도로 쓰이는 말이다. 이 여항이라는 말과 비슷한 뜻을 가진 일본어가 ‘치마타’(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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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 R과 별꼴이 등을 맞대고 문을 연 날이었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으려고 찾아갔다. 그런데 광주리가 천장에 달려있고, 창문은 뭔가 누르스름했다. 여기 좋아! 다시 또 와야지! 하고선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위클리 수유너머>에서 새로운 편집진을 구한다는 말에 덥석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번의 편집회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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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장애인 관련 학술대회에 이진경쌤의 ‘장애자의 존재론적 평면’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진경쌤의 발표는 ‘많은 이들이 장애자를 폐 끼치는 존재로 보면서 정상사회에서 배제시키는데 기실 모든 존재는 폐 끼침 속에서 타자와 공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폐끼침의 존재론적 일반성을 은폐하는 것이 교환관계로, ‘폐’를 ‘돈’으로 지불해 버림으로써 폐끼침 속의 공존재에 대한 사유를 닫아버린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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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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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서 일본 교토에서 열린 작은 토론모임에 참석했다. 모임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국제워크샾’이라고 명명된 학술토론회였다.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이 모여서 ‘공간과 통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각자의 연구작업과 활동상황을 발표하고 서로에게 묻고 응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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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다는 삶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위클리 수유너머>를 창간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언론이라고 부르지 않고 웹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공동체, 하나의 코뮨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에 자리 잡은 글들이 우리 삶의 공동 자산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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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클리 수유너머〉의 편집진으로 합류한지도 몇 달이 지났습니다. 8월 중순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의 저는 군대를 제대하던 그날, 바로 서울로 올라왔던 차였습니다. ‘수유너머’라는 연구소를 알게 된지는 꽤 된 것 같은데, 다니던 학교도 지방이고 고향도 지방이었던 터라, 활발하게 참여하지는 못했었습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좋은 선배와 스승들이 있었던 탓에 어쭙잖은 질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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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나는데 다음 문장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식상한 새해 인사인데도 입에 담기가 불편합니다. 새해가 밝으면 어둠으로 밀려났던 사건들에 빛이 비춰질까요.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에게 복이 주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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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위클리 수유너머>의 세밑 인사 올립니다. 이맘때면 누구나 하는 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뭅니다. 여러분은 그 ‘다사다난’ 했던, 그 많던 일들 중 어떤 것을 기억하십니까. 올해의 마지막 편집자 말을 쓰면서 지난 1년간 우리가 다루었던 주제들을 쭉 훑어봤습니다. 부당 노동행위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싸웠던 홍대미화원 노동자 이야기를 시작으로,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는 대학생, 커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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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네요. 년도는 단지 숫자에 지나지 않는데도 한 시기가 ‘끝났다’고 말하곤 합니다. ‘끝났다’는 게 뭘까요? 삶은 지속될 뿐인데 인간은 시작과 끝으로 삶을 토막내곤 하죠. 연말이면 습관처럼 지난 날들을 회상합니다. 2011년 한 해를 돌아보면 ‘끝’이란 단어의 허망함을 느낀 일이 참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쥐 그래피티 사건이 대법원 유죄판결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함께 준비하고 실행한 동료들은 쥐 그래피티 활동을 아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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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울진에 있는 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에서 무더기 균열이 발견되었습니다. 4천 개에 가까운 전열관에서 균열현상이 나타났습니다. 3호기의 증기발생기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기가 막힌 것인 원전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태도입니다. 이들은 처음에 이번 사태를 관이 얇아진 현상, 즉 단순 마모인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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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미FTA가 비준되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비준안과 이행법안에 관한 서명을 마쳤습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번번이 악에 받쳐 올랐습니다. 저만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매일 분노를 삭이고 있으면 힘이 부치고 이 시간이 길어지면 속이 상합니다. 희생이 생기고 쌓일 때마다 잊지 않으려고 그 목록을 기록해두며 긴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목록은 기억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해버린지 오래입니다. 이제 분노는 혐오에 가까운 감정으로 점차 변질되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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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호]밥그릇과 밥상 (1)
밉상스런 이권(利權) 다툼할 때 관용적으로 “밥그릇 싸움한다”고 표현합니다. 또 누군가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할 때 “밥그릇 보전하려고…” 라며 나무라기도 합니다. 참 나쁜 표현입니다. 밥과 이권을 뭉뚱그리면서 권세욕도 다 ‘먹고 사는’ 노릇으로 합리화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을 이기적인 이권다툼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교묘함이 숨어 있는 관용구입니다. 밥과 이권은 전혀 다른 겁니다. 이권을 비유하는 ‘밥그릇’에는 밥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자본과 권력, 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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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만한 지나침’이라는 기형도의 시가 있습니다. 눈이 퍼붓는 날, 하얀 서류뭉치로 변해버린 관공서 건물을 지나다가 춥고 큰 방에서 어느 서기가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입니다. 읽고 나면 찡합니다. 우는 남자 때문이 아닙니다. ‘보는 사람’ 때문입니다. 다 자란 남자가 우는 일보다 더 놀라운 건, 우는 사람을 애틋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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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5일) 카페 ‘별꼴’에서 재미난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오오사카에서 ‘카페 커먼즈’를 거점으로 ‘커먼즈 대학’, ‘니트피아’(니트족들의 유토피아) 활동을 하고 있는 와타나배 후토시의 실험 보고였습니다. ‘대학’이라고 해서 교과과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같이 식사하고 맥주나 커피를 마시며 즉흥적인 주제로 잡담하듯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가령 ‘발효’를 주제로 “성장한다는 말보다 발효된다는 편이 좋지
- [90호]맑스를 읽는 청년 (1)작년 초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연구실 카페에 들렸는데 한 청년이 맑스의 <경제학철학초고>를 읽고 있더군요. 세미나 교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몰입하고 있는 표정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물었습니다. 재밌냐고. “맑스를 읽어보니 알겠어요. 우리, 확실히 소외된 것 같아요.”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 진지한 답변을 듣자마자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 [89호]아름답게 보인다는 것 (2)“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경험한다는 것, 그것은 부득이하게 잘못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니체의 말입니다. 어쩌면 니체야말로 방사성을 띠는 그의 아포리즘이 너무도 쉽사리 타인에 의해 ‘아름답게’ 인용되는 사상가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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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카페, 생활의 발견 (1)
연구실이 삼선동으로 이사 오면서 생활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주방이 갖춰지면서 밥 해 먹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점심은 자율로, 저녁은 당번을 정해서 하루 두 끼 꼬박꼬박 챙겨 먹습니다. 어제 저녁은 열무 비빔밥을 해 먹었습니다. 후암동 종점 수다방 옥상 텃밭에서 기르는 열무를 솎아서 버무리고, 돈암제일시장에서 콩나물 2천원어치 사서 국도 끓이고 무쳐도 놓았습니다. 김융희 샘이 보내주신 고추 잎을 삶아 무치고, 냉장고에 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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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셀프구원 (3)사실 어떤 일을 겪기 전까지는 자기도 자기자신을 잘 모른다. 가령, 사이좋은 부부가 있다. 십년 동안 부부싸움 일회도 없이 그림처럼 살았다. 남자의 엄마가 치매로 쓰러졌다. 여자는 그다지 헌신하지 않는다. 남자는 실망한다. 당신 착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었어?
- [87호]코뮨의 내부는 없다 (1)
지난주 목요일(13일) 쥐 그래피티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굳이 안 와도 된다고 통지서에 써 있었지만 대법정 구경 좀 하려고 굳이 갔습니다. 뇌가 썩은 걸까요? 대법원 건물이 꼭 남근처럼 생겼습니다. 공항 게이트보다 철저한 몸수색을 하고서야 2층 1호 법정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2층에는 화장실이 없답니다. 대법정의 신성함을 화장실 냄새로 훼손할 수 없다는 발상이 참 놀랍습니다. 방청객들 각 잡는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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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가을소풍 (0)주말에 가족들과 부산에 가을소풍을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저 혼자 한 연구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내친 김에 부산 영화제도 둘러보고, 김진숙 지도위원도 만날 겸 아내(황진미)와 매이까지 데리고 가족 나들이로 다녀왔습니다. 초대받은 연구모임은 ‘공간주권’ 포럼이라고, 삶의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공간의 배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부산 지역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법학, 정치학, 여성학,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재개발문제에서부터 일상공간의 젠더화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를 파괴하는 공간형성의 실상을 해부하고 해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배움의 열의와 실천적 고민에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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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뒤 기자가 다 된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면 수첩과 사진기(전화기능이 정지된 스마트폰입니다만)를 챙겨서 월스트리트의 쥬코티(Zuccotti) 공원으로 갑니다. 그리고는 조그만 공원을 몇 번씩 돕니다.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 16일째인 오늘(10월 2일)도 어김없이 갔습니다. 어제 뉴욕의 허드슨 강가에서 열린 ‘원전반대집회’를 가느라(원전홍보대사 이명박 때문에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 눈빛들이란... 제게 ‘기죽지 말고 원전세력 맞서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격려하는 할머니까지 있었지요. ㅠㅠ), 브룩클린 다리 행진에 함께 하지 못했는데 거기서 무려 700명 정도가 연행되었더군요. 여기 뉴욕에서 만난 친구 한 명도 연행된 것 같습니다. 뉴스 화면에 그 친구 얼굴이 슬쩍 비치더군요.
- [84호]전장의 기억 (0)2007년 여름 오키나와로 향했습니다. 이라는 행사가 오키나와에서 열렸습니다. 장소는 마루키(丸木) 미술관. 오키나와를 무대로 활동하는 화가와 다큐멘터리 작가로부터 그들의 작품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시실에는 묘하게 금속성 느낌이 강한 추상화가 여러 점 걸려 있었습니다. 흙빛과 핏빛의 강렬한 색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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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강정마을에 평화를 (0)
지난 주말에 제주도로 1박 1일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보는 아열대성 풍광이 이국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집과 논밭 둘레로 친 돌담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돌탑 쌓듯이 하나씩 얹어 놓은 돌들의 틈새 때문에 발도 차면 넘어질까 태풍에도 끄떡없다 합니다. ‘제주도의 제주도’라는 우도의 어촌마을과 산호백사장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이국적인 풍광에 감탄하다가 문득 서울에서 제주시까지 비행기로 50분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상한 거리감에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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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화하고 손이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슴에 불이 일어날 때는 용광로에 쇳물 쏟아지듯 금속성의 목소리를 토해 내셨습니다. 며칠 전 하늘 길 올라가신 이소선 어머니 말입니다. 워낙 인연 깊은 분들이 소중한 기억을 여기저기 내놓고 있는 터라, 그저 밥 한 끼 먹은 인연이 전부인 저로서는 보탤 말이 많지 않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2년 전에 전태일 평전을 재출간하며 준비된 자리에 강연자로 초청받았습니다. 강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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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선생이십니다. 집안 내력이 그렇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훈장, 할아버지는 교장, 누나는 중학교 선생입니다. 거슬러 오르면, 파평 윤씨 시조인 윤신달도 왕사였다고 합니다. 윤(尹)이라는 성이 왕건에게 하사받은 것이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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