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이럴 수가, 사랑이라니.

- 백납(수유너머R)

처음에는 그냥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한 해도 지나가고, 또 새로 해가 시작하는 시점이니, 말랑말랑하게 ‘사랑’에 관해서 기획해 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이거 뭔가 너무 뜬구름 잡는 이야기 인 것 같았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기획해 볼까 고민하다가, 문학세미나를 진행하는 반장에게 문학에서 말하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보라하니, 자기도 연애한지가 오래되어 사랑에 관해서 이야기하기가 힘들겠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젋(?)습니다만, 지금보다 보다 젊었을 때에는 사랑에 대해서 노트에 끼적이기도 했었습니다. 젖어버린 종이우산이며, 새하얀 백지를 운운하는 시들을 읽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때가 언젠가 생각해보면, 대체로 시작이거나 끝이거나 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고민도 않던 ‘사랑’이라는 주제는, 대체로, 사랑을 시작하거나, 잃은 순간에서야 저에게 생각할 무언가로 던져졌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적는 다는 것은, 사랑을 하고 있거나, 오래토록 사랑을 쉰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쓰기 힘든 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랑할 땐 사랑하느라 바쁘고, 오래토록 사랑을 쉰 사람은 사랑에 대해 쓸 이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문학세미나에 참여하는 세미나 회원들이 사랑에 대한 글들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이 글들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사랑을 비켜난 그 언저리에 관한 글들 같습니다. 힘든 삶과 쓰린 속이거나, 혹은 이미 포기되어 버린 사랑이거나, 사랑이라기 보다는 결혼할 수 있는 조건 같은 그런 종류의 것들에 관한 글들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지는 사랑이 어떤 이상형으로서의 사랑보다, 더욱 우리의 사랑에 가까워 보입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정훈님의 ‘행복한 사진관’ 코너가 막을 내립니다. 개인적인 일들로 인해 연재가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일도 잘 해결되고,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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