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끝나지 않은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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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때였다. 빛조차 들지 않는 나의 작은 방에 화염병이 던져진 때는. 내 방은 어두웠지만 밝은 등이 있었고 등이 비추는 곳에서 나는 나를 즐겁게 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나의 하루는 등이 내뿜는 옅은 빛 아래서 나만을 위한 유희방식에 따라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 사진_환경운동연합 소식지 : ‘함께 사는 길’ 2013년 11월 호 표지
    "아무래도 남자 앞이라 참 그렇더라." 그녀는 올해 육 학년 팔 반입니다. 할머니라 부르기엔 조금 민망한 나이입니다. 꽃다발을 받아보진 못했지만, 화장을 곱게 하고 길을 나서면 남녀 불문하고 말을 걸어왔다 합니다. 시장에서 사 온 옷도 그녀가 입으면 백화점 옷이 되었다 합니다. 아직 그녀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많이 낯선지, 이렇게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합니다.
  • 내 기억 속의 시골은 떠들썩하고 이웃집이 도시의 가족보다 서로를 잘 알고 그러다 보니 싸움도 많고 왕래도 많은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그 시골은 젊은이들이 남아 있지 않게 되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고립된, 그분들이 자신들의 문화와 향수 속에서 외부 “문명”의 변화와는 점점 멀어지며 그렇게 다가가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 저에게 밀양은 낯선 곳입니다. 저는 밀양 박씨도 아니고, 밀양 박씨를 애인으로 둔 적이 한 번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성공치 못한 연애로 끝났고, 저의 증조할머니께서 밀양 박씨였다는 것을 벌초하러 갔을 때 묘비를 통해 본 적은 있지만 전 한 번도 그 분을 직접 뵌 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와 밀양은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쌍으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
  • 밀양시 상동면에 위치한 고답마을은 지방도변 산자락에 50가구 정도가 옹기종기 모여 구성된 작은 마을이다. 완만하게 굽이치는 산세가 온 도시를 휘감고 있는 밀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을의 모습이다. 산세를 타고 오르는 집집의 모습은 정겹기 그지 없다. 우리가 쉬이 상상하곤 하는 그런'외갓집'의 정다운 정경. 그러나 고답마을은 어딘가 다르다. 누렁이가 없는 것도, 논두렁 밭두렁이 없는 것도, 뒷뜰 고추밭이 없는 것도, 할머니의 주름진 손이 없는 것도 아닌데.
  • 안녕하지 못함을 그렇게 절실히 느꼈던 그 1주일과 안녕하냐 물을 수조차 없었던 시간들을 거쳐 오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 있었던 걸까요. 갈가리 찢겨 이 커다란 세계 속에서 홀로 외로울 수밖에 없었어도, 그래도 살아 있었던가요.
  • 김민밀양사진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있었던 기자회견과 단식 농성에 참여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신 지영선 님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참여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시며 환영해 주셨습니다. 이후 김윤겸님과 김진서 님을 만나 함께 즐겁게 어울려 놀며 단식을 진행했습니다. 경찰들이 바닥에 깔고 앉을 깔개를 깔지 못하게 하자 함께 단식하던 사람들이 항의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김윤겸 님은 “경찰 아저씨, 왜 못 깔게 해요. 엉덩이에 흙 묻으면 아저씨가 털어 줄 거예요?”라고 항의를 하셨습니다.
  • 공안정국사태 규탄 기자회견을 10월 5일 경남지방경찰청에서 열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가 강행되고 있습니다. 8년간 진행되어온 밀양 송전탑 공사는 주민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10월 2일부터 공사를 재개해 송전탑 부지를 에워싼 5,000명의 경찰이 밀양 할머니들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곳곳에서 할머니들이 실신해 실려 갑니다. 이런 상황이니, 밀양의 슬픔에 공감해온 시민, 대학생, 환경단체 등이 버스와 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오고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저도 며칠간 학교에 휴가를 내고 밀양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