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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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1-01-10
    “엄마 좋아. 아~잉. 아빠는 미워. 때~찌.” 요즘 매이는 흑백논리에 빠졌다. 좋은 건 꼭 나쁜 것과 함께 있어야 한다. 엄마가 좋으면 좋았지, 왜 그걸 꼭 “아빠 미워”로 확인하냐고~. “엄마 좋아” 하면서 엄마 뺨에 입을 맞추고는 예외 없이, 옆에 있는 내 뺨을 때리면서 “아빠 싫어” 한다. 2주일째 유나가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저녁에 엄마와 노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나오지도 않는 엄마 젖을 물고 빨거나 함께 동화 구연 쇼를 하거나 동요 메들리를 하는 게 새삼 엄마가 좋아진 이유일 터, 상대적으로 아빠에게서는 얻는 게 별로 없다고 여겨진 탓이다...
  • mm2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2-27
    어제 집에 돌아갔더니 아내가 울상을 지으며 매이에게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 말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는다. 매이가 약간 겸연쩍어 하는 것을 보니 매이가 뭘 잘못한 모양이다. 주일마다 매이와 아내가 밥 얻어먹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찬양예배를 했는데, 유아반 아이들과 엄마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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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2-13
    지난 토요일 매이가 좋아하는 언니네 집에 가는 차 안이었다. 한참 언니네 집에 가면 뭐 할 건지 조잘거리던 매이가 조용해졌다. 덕분에 아내랑 연평도 사건 등 시사에 대한 갖가지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매이가 갑자기 “매이, 졸린 것 같은데? 졸릴까, 말까?” 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 m2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29
    매이의 만화 검열이 심해졌다. 예전에는 잘 보던 만화영화 중 무서운 장면이 있는 것은 절대 안 본다. 장편 애니메이션 이 대표적인 예다. 일단 공주(자스민)와 왕자(알라딘)가 나오는데다, 황당하고 (지니와 원숭이의) 웃기는 장면도 많아서 무척 좋아하던 만화영화였는데, 지난 주에는 마지막에 나쁜 마법사가 요술램프를 장악하여 지니를 무섭게 만들고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매이가 사색이 되어 울음을 터뜨렸다.
  • ap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15
    며칠 전 사소한(?) 일로 사흘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진 일이 있었다. 오늘은 매이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그때 얘기를 할까 한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 일 때문에 구속영장 실질검사를 기다리던 지난 월요일 밤이었다. 저녁 7시쯤 경범죄(사실, 나도 경범죄인데!)로 벌금형을 받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노숙인이나 일용직 노동자쯤 되어 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다. 소지품 검사할 때부터 뭐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더니 유치장에 들어가서도 뭔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
  • md02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02
    만 3년 5개월 만에 드디어 매이가 젖을 뗐다. 그동안 “젖좀 그만 먹자”고 무던히 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던 매이가 젖을 끊게 된 것은 아내가 자주 아팠던 탓이다. 비염에 걸려 아내가 몇 주째 콧물을 훌쩍거리는 것을 본 교회 아주머니들이 모유를 계속 먹여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들은 매이도 들었나보다. “매이야, 이제 엄마 젖 그만 먹으면 안 될까? 매이가 엄마 젖 계속 먹으면 엄마가 아파” 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매이는 선선히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표정은 여전히 아쉬움이 그득했지만. 그길로 매이는 엄마 젖을 먹지 않았다. 처음엔 참느라 무던히 애쓰는 게 역력했다...
  • 524_매이데이5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0-19
    매이를 키우다 보면 매이에게 한 수 배울 때도 많다. 아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지난 주 일요일 집 앞에 있는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예배 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매이 또래의 친구들은 일찍 가고 두살 많은 언니들만 남았다. 평소 그 나이의 언니들 세명이 뭉쳐 놀았는데 그날은 매이를 곧잘 놀이에 끼워주던 '착한'언니 한 명이 안 와서 둘만 있었다...
  • act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28
    매이의 연기본능이 폭발하고 있다. 일단 감정표현에 과장이 심하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별로 슬퍼할 일도 아닌데 폼 잡고 우는 시늉을 한다. 어제는 잘 놀다 말고 “아빠, 민준이 오빠는 키가 커. 오빠라서. 매이는 애기라서 키가 작아.” 하며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을 눈에 대고 눈물까지 훔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도 슬픈 척하며 “엉엉, 그랬구나. 매이가 많이 슬펐구나.” 하며 안아 줬더니 금새 해죽거리며 TV쪽으로 뛰어간다. 비가 오면 분홍색 우산을 쓰고 빨간 색 구두를 신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센치한 표정을 짓는다...
  • 401_매이데이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07
    요즘 매 주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미신고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조사를 나가고 있다. 지난 주 고양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지적장애인들과 무의탁 청소년들이 함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재활용처리사업과 병행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너무 끔찍했다.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는 분리중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건물 안에는 쥐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
  • 329_여성적인+매이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17
    “예쁜 구두 신을거야. 매이는 여자니까” “아빠, 개똥 좀 치워! 아빠는 남자잖아.” 요즘 매이의 말 속에 부쩍 남자와 여자가 따라붙는다. 과연 매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별할까? “매이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여자” “왜?” “예쁘니까” 엥? “그럼, 엄마는?” “엄마도 예쁘니까, 여자” 안 예쁜 여자도 있다는 말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고, “그럼, 아빠는?” “응, 남자” “왜?”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매이는 “응, 멋지니까” “고마워, 그럼, 최문기는?” “최문기도 멋지니까 남자야” 매이에게 예쁜 것과 멋진 것은 미적인 범주가 아니라 성적인 범주였다...
  • md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03
    매이가 처음으로 차별을 경험했다. 매이를 아주 예뻐하는 매이의 사촌언니 생일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거기서 준 할인권을 이용하러 근처 커피숍에 갔다. 테이블 별로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주문도 따로 했다. 우리 식구는 커피와 주스를 시켰고 옆 테이블의 언니네 식구는 음료수와 함께 커피 전문점에서 따로 구워 파는 빵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옆 테이블에 빵을 주고 돌아가자 매이가 왜 우리 테이블에는 빵을 안 주냐며 깜짝 놀라 소리치는 것이다. 저건 주문한 사람만 주는 거고 우리는 안 시켰다고 얘기했지만, 주문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자본주의적 생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매이는 계속 캐물었다...
  • md0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7-21
    “매이야 옷 입자” “싫어, 더워” 날이 더워지면서 요즘 매이는 집에서 발가벗고 지낸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덥다며 옷 벗겨 달라고 한다. 팬티는 입자고 해도 한사코 다 벗겠단다. 날도 덥고 빨랫감도 덜 생기고 집인데 뭐 어떠냐 싶어서 벗고 놀게 뒀다. 그런데 바깥에서도 그런다. 놀이터에서 오줌을 싸서 옷을 갈아 입혀 주려고 하면 홀딱 벗은 상태로 도망친다. 깜짝 놀라서 잡으려 하면 매이는 “아빠, 나 잡아 봐라” 하면서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한다. 알몸의 여자애와 추레한 중년 남성의 엽기 쇼로 놀이터는 일순간 극장이 된다....
  • md_thum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7-07
    “대함~민국” 어디서 배웠는지 매이가 월드컵 구호를 흉내낸다. 아직 “짜짝~작 짝짝” 새마치 장단의 박수는 못치고, 어설프게 손바닥을 두세 번 부딪치고는 불경스럽게(?) 가운데 손가락만 편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민다. “푸하하. 매이야 그게 뭐야?” “응, 대함~민국 하는 거야” 나는 그 의도치 않은 불경스러움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대한~ 민국” 하며 매이처럼 ‘성(性)스러운’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워 양 손을 앞으로 쫙 폈다. “짜짝~작 짝짝.” ....
  • sros23 in 매이데이 2010-06-29
    그동안 그 사진이 거기 붙어 있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매이가 일깨워줬다. 칸차나는 2005년부터 우리 부부가 '플랜 코리아'라는 NGO를 통해 1:1 결연을 맺어 후원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11살 소녀이다. '플랜 코리아'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를 돕는 국제 NGO 단체인데, 후원자와 아동 사이에 사적인 친밀감을 형성하면서도, 아동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동이 사는 지역에 상수도나 학교를 만들어주는 사업을 펼친다고 한다...
  •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6-22
    어린이집에서 연장 운영 참가 신청서를 보내왔다. 이번에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가받으면서 서울시의 ‘연장 운행’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3명 이상 신청하면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 준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매달 1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만세를 부르며 신청했을 것이다. 매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다는 이유로 가장 늦게(저녁 7시 30분) 찾아오고 토요일에도 오후 3시까지 홀로 있는 매이를 데려오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 sros23 in 매이데이 2010-06-16
    “매이야, 목욕하자” 욕조에서 아내가 매이를 부른다. “이거 좀 더 보고요” 거실에서 만화를 보고 있는 매이가 대답한다. “매이~, 빨리 오세요~.” 한참 지난 후 아내가 다시 매이를 부른다. “이거, 두 번만 더 보고요” ‘막대기 달린 아이스크림’을 빨며 만화에 빠져든 매이가 말한다. 2회분 방송이 끝나고 내가 “자, 이제 두 번 봤으니까 목욕하자.” 라고 말한다. 매이가 목욕하는 동안이 유일하게 뉴스나 드라마 같은 내 ‘만화’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구실 뒤안에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어디 그런 생명이 숨어 있었던 건지, 딱딱한 씨앗을 땅에 묻고 물을 주었더니 사나흘 만에 땅바닥을 가르고 싹이 움트는 게 너무 신기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눈에 띄게 자라 있는 것도 놀랍고, 어느 새 솎아낼 만큼 무성하거나 열매를 맺는 것도 내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특했다. 자식이든 작물이든, 혹은 국민이든 ‘기르는 일’에는 공통점이 많다. ...
  • 드디어 나도 아내처럼 매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매이와 싸웠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 저녁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매이의 동태부터 살폈다. 또 TV를 끼고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직 TV도 안 켠 채 엄마 젖을 문 채 막 잠이 들었다. 저 상태라면 족히 한 시간 반 정도는 잠을 잘 것이다. 조심스레 TV를 켰다. 마침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었다. 그런데, 환희는 곧 좌절로 돌아왔다. ...
  •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안 가느냐, 깡충깡충 안 뛰어서~” 취침 전 침대 쇼에서 매이가 이상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를 ‘안 부정문’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다. ‘안’자를 여기 저기 넣어보면서 까르르 웃는다. “곰 세 마리가 안 한 집에 있어, 안 아빠곰~ 아빠곰은 안 뚱뚱해~” “매이야, 왜 그래? 이상해!” 하니까, 매이는 “안 이상해” 하며 또 까르르. ...
  • “매이야!” “매이야, 아빠 왔다!”(선생님) “아빠~” 어린이집에서 매이를 데려올 때마다 반복되는 대사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에는 매이의 대사에 다분히 작위적인 한 마디가 추가되었다. “아빠~ 따랑해요” 그리고,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종이컵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면서 목에 걸어주라고 선생님이 시켰나보다. ...
  • “호미도 날이언 마라난 낫가치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어마님 가치 괴실이 없세라.~” 아내는 약 올리듯 사모곡을 외다가 묻는다. “여기서 '괴실'은 혹시 피동이 아닐까? 아빠보다 엄마가 더 아이를 사랑한다기 보다,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하더니 “자기는 어쩌다 매이한테 '이등부모'가 됐어?” 하고 안 됐다는 듯 묻는다. ...
  • 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매이가 “아빠, 매이 언니지, 오빠 아니지?” 한다. 처음으로 듣는 ‘젠더’ 발언이라 놀라워서 “응? 무슨 소리야?” 했더니 “응, 매이, 송연이 언니야. 오빠 아니야” 한다. 송연이는 요즘 매이가 엄청 예뻐하는 한 살 아래 여자애다. 매이가 ‘치카치카’(칫솔질)를 안하려 하거나 일찍 안 자려고 할 때 “매이, 이제 애기 아니지, 언니지? 언니는 치카치카도 잘하고 일찍 자야지? ...
  • 나는 어린이집을 ‘학교’라고 부르곤 한다. “매이야 학교가자.” “학교에서 재미있었어?” 장차 매이가 초등학교에 가고 내가 학부모가 되었을 때 생길 문제에 대해 심리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경쟁에서 뒤쳐졌을 때, 선생님에게 문제아로 찍혔을 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때, 학교의 교육 방침과 내 생각이 다를 때, 내 생각과 아내의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예행연습을 해보자는 각오였다. ...
  • 아기는 자고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들 한다. 울고 떼쓰고 귀찮게 하지 않아서 그런가 했는데, 정말 자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 방글방글 웃거나 애교부릴 때도 예쁘긴 하지만 순전히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자고 있을 때가 더 예쁜 것 같다. 꼭 아기만 그런 건 아니다. 속눈썹을 드리우고 입술을 옴작거리며 평온히 자는 사람의 얼굴은 이상하게 아름다움의 감각중추를 자극한다. ...
  •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아이는 놀이 속에서 자신의 환상을 극화함으로써 무의식적 갈등을 상징화하고 극복한다. 가령 ‘피터’라는 아이가 장난감 마차와 자동차를 부딪치거나 쓰러뜨리며 놀 때 클라인은 그것이 사람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그네 두 개를 마주보고 흔들리게 해 놓고는 사람이 앉는 부분을 가리키면서 “이게 어떻게 서로 부딪치는지 봐요” 라고 할 때 클라인은 그네가 성기를 부딪치는 아빠와 엄마라고 해석했다. ...
  • 매이 낳고 얼마 안 있어 아내가 해 준 얘기가 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내의 조카가 지금의 매이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일이란다. 만두를 먹다가 속이 너무 매워 뱉어 버렸는데, 옆에 있던 어른들이 “다음부터, 얘, 앙꼬는 빼고 줘라”고 했다. 그 이후 그 조카는 모든 음식의 ‘앙꼬’는 먹지 않겠다고 했다. 호빵의 앙꼬는 물론, 김밥의 앙꼬도, 호두과자의 앙꼬도 달걀의 앙꼬도, 참외의 앙꼬도 ...
  • 편집자 in 매이데이 2010-03-24
    요즘, 매이는 자기 몸의 생산물을 과시하는 데 열심이다. 콧물이 나오면 꼭 나를 불러 “콧물!” 하며 입으로 들어가기 일보직전의 콧물을 가리킨다. 이건 약과다. 시시종종 콧구멍을 후벼 파 딱딱한 코딱지나 말랑말랑한 코덩어리를 꺼내 들이민다. 그러면서 “엄마, 이거 봐. 엄마를 위해 준비했어.” 한다. 받기만 하라는 게 아니라, 먹으란다. 얼굴을 찌푸리며 사양해도 극구 권한다. 안 먹겠다고 하면, “매이가 먹는다” 라면서. ...
  • 편집자 in 매이데이 2010-03-17
    정신분석이 흥미로운 건 신체에 대한 새로운 감각은 준다는 점이다. 정신분석은 사지와 오장육부가 기능적으로 통합된 유기체와는 전혀 다른 신체를 제시한다. 프로이트는 입, 항문, 성기, 눈, 귀, 피부점막 등 신체의 부분 기관들이 (성적)감각과 (성적)용법에 따라 타인의 신체 기관이나 사물들과 결합되고 분해되는 기계적 신체 이미지를 보여준다. ...
  • “매이꺼야” “아냐, 엄마꺼야” “아냐, 젖꼭지 매이꺼야”, “이게 어째서 매이꺼야?” 오늘도 목욕 중인 매이와 아내 사이에 젖꼭지 분쟁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음심 가득한 눈으로 엄마의 젖가슴을 찝쩍거리면서 시작됐다. 아내가 무시하자, 콧소리를 섞어서 “엄마 한 번만” 한다. 아내가 피곤한가 보다. “안 돼! 아까도 많이 먹었잖아” 호락호락 젖을 주지 않자 매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
  • “그런데, 아이 키우기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매이 낳고 얼마 안 돼 집에 놀러온 아내 친구의 말이었다. 동네 자랑을 한참 하던 아내의 말끝에 나온 대꾸에 “글쎄요”, 하고 넘어갔지만, 똑 부러지게 반박해 줄 걸 그랬다. 용산구 후암동 종점 옆의 지금 집으로 이사온 건 임신 7개월 무렵이었다.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아내 옆에 있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고 ...
  • 인간 에일리언은 뱃속에서 나오고 나서도 오래 동안 엄마 몸에 달라붙어 있다. 젖을 빨고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때로는 바다 달팽이의 기생충처럼 숙주가 전에 없던 행동을 하게 만든다. 2008년 5월 이 에일리언들은 집에만 있던 어미를 광장과 가두로 뛰쳐나오게, 그래서 광우병 원인물질의 유입을 저지하는 싸움에 앞장서게 만들었다. 촛불시위의 배후에는 에일리언이 있었다. ...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누대로 이어진 이 상투적인 질문 따위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하고 말았다. 아무리 지적인 사람도 연애를 하면 상투적이 된다. 애기 목소리를 흉내 내게 되고, 온갖 유치한 감정놀이와 판타지에 몰입하게 된다. 자식과의 초기 관계는 확실히 연애 관계이다. 판타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한 연애관계다. ...
  • 예전에 아내가 어떤 분의 강의를 듣고 와서 그분의 우스갯소리에는 뿌리 깊은 남근중심주의가 있다며 불쾌해한 적이 있었다. 자본주의에서는 상품가치가 노동 시간으로 계산된다면서, 그런 식이라면 ‘아이’의 가치는 5분여의 섹스시간으로 계산되어야 한다고 비꼰 것이다. 그분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남자의 사정(射精)을 위한 섹스노동으로 생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
  • 편집자 in 매이데이 2010-01-20
    너 이름은 ‘매이데이’, 컨셉은 정신분석적 관점으로 쓰는 육아 일기, 어때? 글쎄, 워낙 ‘모범적인’(?) 아이라 색다른 얘기가 없을 것 같은데. 왜, 재미있을 거 같은 데, ‘매이데이’, 써봐! 이렇게 해서 위클리 수유너머의 사람과 사물의 이야기의 한 코너를 매이 이야기로 채우기로 했다. 순전히 이름 때문이다. 확 땡기는 이름 찾기가 어디 쉬운가? ‘매이데이’, ‘매이의 날(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