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이아빠

Releases

  • mari10
    쥐 그래피티 사건과 관련해서 만난 독일의 한 예술가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국가권력에게는 허가 받지 않은 모든 게 위험하다”고 코멘트 했더니, 그 예술가는 “허가 받은 모든 것은 지루하다”고 멋지게 응답했다. '허가 받지 않은 모든 것은 위험하다'고 여기는 국가주의자들과 '허가받는 모든 것은 지루하다'고 말하는 예술가들의 싸움이야말로 이 시대의 중력을 극복하는 미래전쟁의 전선이 아닐까.
  • 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1-01-10
    “엄마 좋아. 아~잉. 아빠는 미워. 때~찌.” 요즘 매이는 흑백논리에 빠졌다. 좋은 건 꼭 나쁜 것과 함께 있어야 한다. 엄마가 좋으면 좋았지, 왜 그걸 꼭 “아빠 미워”로 확인하냐고~. “엄마 좋아” 하면서 엄마 뺨에 입을 맞추고는 예외 없이, 옆에 있는 내 뺨을 때리면서 “아빠 싫어” 한다. 2주일째 유나가 제주도에 내려가면서 저녁에 엄마와 노는 시간이 늘었다. 그래서 나오지도 않는 엄마 젖을 물고 빨거나 함께 동화 구연 쇼를 하거나 동요 메들리를 하는 게 새삼 엄마가 좋아진 이유일 터, 상대적으로 아빠에게서는 얻는 게 별로 없다고 여겨진 탓이다...
  • mm2
    부담감 (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2-27
    어제 집에 돌아갔더니 아내가 울상을 지으며 매이에게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 말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는다. 매이가 약간 겸연쩍어 하는 것을 보니 매이가 뭘 잘못한 모양이다. 주일마다 매이와 아내가 밥 얻어먹는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찬양예배를 했는데, 유아반 아이들과 엄마들이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다.
  • 00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2-13
    지난 토요일 매이가 좋아하는 언니네 집에 가는 차 안이었다. 한참 언니네 집에 가면 뭐 할 건지 조잘거리던 매이가 조용해졌다. 덕분에 아내랑 연평도 사건 등 시사에 대한 갖가지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매이가 갑자기 “매이, 졸린 것 같은데? 졸릴까, 말까?” 라는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 m2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29
    매이의 만화 검열이 심해졌다. 예전에는 잘 보던 만화영화 중 무서운 장면이 있는 것은 절대 안 본다. 장편 애니메이션 이 대표적인 예다. 일단 공주(자스민)와 왕자(알라딘)가 나오는데다, 황당하고 (지니와 원숭이의) 웃기는 장면도 많아서 무척 좋아하던 만화영화였는데, 지난 주에는 마지막에 나쁜 마법사가 요술램프를 장악하여 지니를 무섭게 만들고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장면에서 매이가 사색이 되어 울음을 터뜨렸다.
  • ap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15
    며칠 전 사소한(?) 일로 사흘 동안 유치장 신세를 진 일이 있었다. 오늘은 매이 얘기는 잠시 미뤄두고 그때 얘기를 할까 한다. 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그 일 때문에 구속영장 실질검사를 기다리던 지난 월요일 밤이었다. 저녁 7시쯤 경범죄(사실, 나도 경범죄인데!)로 벌금형을 받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차림새를 보아하니, 노숙인이나 일용직 노동자쯤 되어 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다. 소지품 검사할 때부터 뭐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더니 유치장에 들어가서도 뭔가 계속 소리를 질렀다.
  • md02
    놀아줘 (0)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1-02
    만 3년 5개월 만에 드디어 매이가 젖을 뗐다. 그동안 “젖좀 그만 먹자”고 무던히 말을 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던 매이가 젖을 끊게 된 것은 아내가 자주 아팠던 탓이다. 비염에 걸려 아내가 몇 주째 콧물을 훌쩍거리는 것을 본 교회 아주머니들이 모유를 계속 먹여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을 들은 매이도 들었나보다. “매이야, 이제 엄마 젖 그만 먹으면 안 될까? 매이가 엄마 젖 계속 먹으면 엄마가 아파” 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에 매이는 선선히 “알았어”하고 대답했다. 표정은 여전히 아쉬움이 그득했지만. 그길로 매이는 엄마 젖을 먹지 않았다. 처음엔 참느라 무던히 애쓰는 게 역력했다...
  • 524_매이데이5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10-19
    매이를 키우다 보면 매이에게 한 수 배울 때도 많다. 아내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다. 지난 주 일요일 집 앞에 있는 교회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예배 후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뛰어노는 시간이었는데, 그날따라 매이 또래의 친구들은 일찍 가고 두살 많은 언니들만 남았다. 평소 그 나이의 언니들 세명이 뭉쳐 놀았는데 그날은 매이를 곧잘 놀이에 끼워주던 '착한'언니 한 명이 안 와서 둘만 있었다...
  • act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28
    매이의 연기본능이 폭발하고 있다. 일단 감정표현에 과장이 심하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양손을 들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폴짝폴짝 뛰고, 별로 슬퍼할 일도 아닌데 폼 잡고 우는 시늉을 한다. 어제는 잘 놀다 말고 “아빠, 민준이 오빠는 키가 커. 오빠라서. 매이는 애기라서 키가 작아.” 하며 처연한 표정을 짓더니 양손을 눈에 대고 눈물까지 훔쳤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나도 슬픈 척하며 “엉엉, 그랬구나. 매이가 많이 슬펐구나.” 하며 안아 줬더니 금새 해죽거리며 TV쪽으로 뛰어간다. 비가 오면 분홍색 우산을 쓰고 빨간 색 구두를 신고 우산으로 떨어지는 비 소리를 들으며 센치한 표정을 짓는다...
  • 401_매이데이3
    엄마 (7)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9-07
    요즘 매 주 장애인 인권활동가들과 미신고장애인시설 인권실태 조사를 나가고 있다. 지난 주 고양시의 한 장애인시설을 보고 느낀 게 많다. 지적장애인들과 무의탁 청소년들이 함게 생활하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재활용처리사업과 병행한다고 해도 주거환경이 너무 끔찍했다. 컨테이너 건물 주변에는 분리중인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건물 안에는 쥐들이 연신 들락거리고 있었다...
  • 329_여성적인+매이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17
    “예쁜 구두 신을거야. 매이는 여자니까” “아빠, 개똥 좀 치워! 아빠는 남자잖아.” 요즘 매이의 말 속에 부쩍 남자와 여자가 따라붙는다. 과연 매이는 남자와 여자를 어떻게 구별할까? “매이는 남자예요, 여자예요?” “여자” “왜?” “예쁘니까” 엥? “그럼, 엄마는?” “엄마도 예쁘니까, 여자” 안 예쁜 여자도 있다는 말이 목까지 치밀었지만 참고, “그럼, 아빠는?” “응, 남자” “왜?” 뭐라고 대답할지 기대됐다. 잠시 생각하다가 매이는 “응, 멋지니까” “고마워, 그럼, 최문기는?” “최문기도 멋지니까 남자야” 매이에게 예쁜 것과 멋진 것은 미적인 범주가 아니라 성적인 범주였다...
  • md03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8-03
    매이가 처음으로 차별을 경험했다. 매이를 아주 예뻐하는 매이의 사촌언니 생일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거기서 준 할인권을 이용하러 근처 커피숍에 갔다. 테이블 별로 할인혜택을 받으려고 두 테이블에 나눠 앉아 주문도 따로 했다. 우리 식구는 커피와 주스를 시켰고 옆 테이블의 언니네 식구는 음료수와 함께 커피 전문점에서 따로 구워 파는 빵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옆 테이블에 빵을 주고 돌아가자 매이가 왜 우리 테이블에는 빵을 안 주냐며 깜짝 놀라 소리치는 것이다. 저건 주문한 사람만 주는 거고 우리는 안 시켰다고 얘기했지만, 주문에 따라 다르게 나오는 자본주의적 생리를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매이는 계속 캐물었다...
  • md04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7-21
    “매이야 옷 입자” “싫어, 더워” 날이 더워지면서 요즘 매이는 집에서 발가벗고 지낸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자마자 덥다며 옷 벗겨 달라고 한다. 팬티는 입자고 해도 한사코 다 벗겠단다. 날도 덥고 빨랫감도 덜 생기고 집인데 뭐 어떠냐 싶어서 벗고 놀게 뒀다. 그런데 바깥에서도 그런다. 놀이터에서 오줌을 싸서 옷을 갈아 입혀 주려고 하면 홀딱 벗은 상태로 도망친다. 깜짝 놀라서 잡으려 하면 매이는 “아빠, 나 잡아 봐라” 하면서 술래잡기 놀이를 시작한다. 알몸의 여자애와 추레한 중년 남성의 엽기 쇼로 놀이터는 일순간 극장이 된다....
  • md_thum
    소속감 (1)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7-07
    “대함~민국” 어디서 배웠는지 매이가 월드컵 구호를 흉내낸다. 아직 “짜짝~작 짝짝” 새마치 장단의 박수는 못치고, 어설프게 손바닥을 두세 번 부딪치고는 불경스럽게(?) 가운데 손가락만 편 양 손을 앞으로 쭉 내민다. “푸하하. 매이야 그게 뭐야?” “응, 대함~민국 하는 거야” 나는 그 의도치 않은 불경스러움이 재미있어서 “이렇게? 대한~ 민국” 하며 매이처럼 ‘성(性)스러운’ 가운데 손가락을 곧추세워 양 손을 앞으로 쫙 폈다. “짜짝~작 짝짝.” ....
  • 매이아빠 in 매이데이 2010-06-22
    어린이집에서 연장 운영 참가 신청서를 보내왔다. 이번에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가받으면서 서울시의 ‘연장 운행’ 지침을 따라야 하는데, 3명 이상 신청하면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 준다는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매달 1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예전 같으면 만세를 부르며 신청했을 것이다. 매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한다는 이유로 가장 늦게(저녁 7시 30분) 찾아오고 토요일에도 오후 3시까지 홀로 있는 매이를 데려오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갖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는 단비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