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픈옹달(수유너머 R)

Releases

  • «장자莊子: 양생주養生主»의 시작이다. 풀이하면 이렇다. “우리 삶에는 끝이 있다. 그러나 앎[知]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을 가지고 끝이 없는 것을 좇는다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그럴 뿐인데도 알려고 한다는 것은 위태로운 일일 뿐이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명문이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지만 앎[知]이란 끝이 없다. 유한한 삶[生]으로 앎[知]을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동내 어귀에 게장수가 등장한다. 트럭 가득 게를 싣고 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이었던가. 외국 생활을 오래 한 친구가 자기 동네에서는 와인에 꽃게를 쪄먹는다고 가르쳐 주었다. 와인 먹은 삼겹살 따위는 들어보았지만 와인 먹은 꽃게라니! 꽃게탕 따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이 신비의 조리법은 충격 그 자체였다.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당연히 ‘먹고 싶다...’
  • 내 이름은 꽃돌이다냥~
    우리집 식구는 넷이다. 종으로 따지면 사람이 셋 고양이가 하나다. 누구는 고양이를 식구라고 부르는 것이 재미있단다. 그런데 정말 식구食口가 맞다. 비록 밥상은 함께 하지 않지만 같이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인 거다.
  • 5월 18일 금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다. 몇 시간이나 떠들었는데 공허한 허공에 말을 뱉어놓은 것 같다. 씨앗을 심듯, 그렇게 알찬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은 요원한 희망일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해서는 나중엔 대체 무슨 이야기를 떠들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생각해보니 토끼전의 다른 주인공이 거북이 아니라 별주부라 불리는 자라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느라 진을 뺀 것이었다. 거북이가 아니라 ‘자라’라구!!!
  • 잉여
    일단 질문 하나. 메뚜기 동생은? 바로 사마귀다. 무슨 소리인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은 포털 검색창에 ‘사마귀 유치원’을 넣어보라. 배꼽 잡을 준비를 하고, 수유너머 위클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까먹지 말고.
  • 1.2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이 마을에는 몇 아름이나 되는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조그만 초등학교 운동장에 솟은 터라 여름에도 시원한 그늘이 운동장에 드리워집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벌써 300살이 넘은 나무라네요. 이 느티나무 덕택에 소호초등학교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관을 자랑한답니다.
  • 5월 13일, G20 그래피티 사건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 둘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판사는 공공기물을 훼손했기에 예술 창작 및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와 같이 판결했습니다. 판결 직후 각 언론 등을 통해 선고 결과가 여러 매체에 보도 되었기에 이에 대한 소식은 이미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일 법정 모습에 대해서는 은유님께서 올려주신 게시물, 법정에서 만난 두 남자, 박모씨들과 쥐그림 …

  • 60호_일본대참사
    60호 (0)

    60호 들어야 할 때

  • 58호_20대무한독전_사랑을말하다
    58호 (0)

    58호 - 사랑, 마르고 닳지 않는

  • 57호_선생님책꽂이
    57호 (0)

    57호 - 봄소풍

  • 56.
    56호 (0)

    56호 - 경계의 논리를 사고할 시간

  • 55호_DemocracyNow
    55호 (0)

    55호 - 민주주의의 도래 -지금! 그리고 여기!

  • 동지冬至는 그저 팥죽만 먹는 날은 아니다.
    작년 12월 공부방에 갔더니 팥죽을 끓여서 간식으로 나누어 먹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동짓날이라고 팥죽을 끓였던 것이다. 보통 철마다 먹는 음식이 건강을 위해 먹는 것인 반면 동짓팥죽은 종교적 의미가 강하다. 팥죽을 끓여 먹어서 악귀를 내쫓는다는 의미가 있다.
  • 54main
    54호 (0)

    54호 - 몰락 후에야 보이는 것들

  • 太極圖
    우주, 이 세계는 과연 어떻게 생겨났을까? 근대 과학은 다양한 이론을 빌려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옛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루었을까? 아무 생각없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해. 그들도 나름대로 세계의 원리를 당대의 언어로 설명하려 했다. 오늘 살펴볼 «태극도설太極圖說»은 그 대표적인 글이다.
  • 53cover
    53호 (0)

    53호 - 대학사회에서 유령은 누구인가

  • 헬리콥터 맘, 혹은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자녀 곁을 떠나지 못하고 시시콜콜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 말.
    지난 토요일(11일) 경향신문 사설에는 ‘교수가 강의 중 정치적 발언으로 징계된다면'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내용인 즉, 수업 시간에 정치적 발언을 지나치게 많이 했다는 이유로 해당 교수가 징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정치적 발언이란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천안함 사건, 광우병과 같은 문제를 들어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것을 가리킨다. 학교측에서는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를 징계 사유로 들고 있다. 거기에는 현직 총장을 비판했다는 괴씸죄도 함께 들어있다.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명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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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호 (0)

    52호 - 불란서 향기보다 더 좋은 향기 - 김민수님께

  • 지금-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근사록»의 책임 편집자, 주희의 서문을 보았으니 이번엔 여조겸의 서문과 목차를 살펴보도록 하자. 주희는 서문에서 총 622개 글 조각을 14개의 주제로 나누어 엮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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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호 (0)

    51호 나는 너다 -당신께 전하는 우리 존재의 슬로건

    "위클리 돌잔치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스케치1 2 3

    트위터에서도 위클리 수유너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클릭!

  • 근사록
    1175년 여름, 멀리서 한 친구가 주희를 찾아왔다. 그의 이름은 여조겸. 일찍이 공자는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즐겁다고 말했다. 물론 그 즐거움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더불어 먹고 마시며 즐기는 것 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터. 당대 사상계를 이끌어간 학자답게 이들은 만나 공부를 했다. 그것도 대단히 강렬하게!
  • 50호_더 가까운 곳으로
    50호 (0)

    50호 시즌 3 -더 가까운 곳으로

    돌잔치에 초대합니다!

  • 48cover
    48호 (0)

    48호 세상 모두로 하여금 그저 알게 하라

  • 48007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지난(벌써 작년이다) 9월 한나라당은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만들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트위터(http://twitter.com)에 드디어 둥지를 튼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좌파들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인터넷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 46호_들썩이는세계
    46호 (0)

    46호 미래를 점거당하지 않기 위해 현재를 점거한다


    이제 가 매주 화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 2
    45호 (0)

    45호 우리’와 ‘난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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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호_자격없는자들의세계
    44호 (0)

    44호 존재 투쟁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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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Pirate Bay
    지난 10월 18일 스웨덴의 '해적당'위원이 한국을 찾았다. 23살의 아멜리아 유럽의회 의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단은 그의 나이와 당적이 눈길을 끈다. 23살의 정치인이라니, 만 25살 이상만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 그러나 20대 국회의원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 나라에서는 그의 나이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게다가 정당이름이 '해적당'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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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을 위한 고전 수업을 계획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적당한 책을 고르는 일이다. 책이 없어서 그런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서점에 가보면 청소년을 위한 고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책이 너무 쉽다는 데 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수준을 낮추는 방법을 택한 책이다.
  • 620_41호_전태일
    41호 (1)

    친구에게 남겨진 말

    ‘쥐-그래피티’ 지식인, 활동가의 지지 메시지1 / 2
    'G20 포스터 박모 강사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라' 서명 동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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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971992913_1
    벌써 40년이 지났단다. 청년 전태일이 세상을 떠난지가. 스물 두 살 세상을 떠난 청년 전태일이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예순 둘의 할아버지겠지. 할아버지 전태일, 낯설기만 하다. 그것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가 여전히 청년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스물 두 살의 새파랗게 젊은 전태일의 삶을 그린 만화가 올해 초 완간되었다. 제목은 .
  • 40th_G20
    40호 (0)

    G20, 공안 축제


    ‘쥐-그래피티’ 지식인, 활동가의 지지 메시지
    'G20 포스터 박모 강사에 대한 공안탄압을 중단하라' 서명 동참하기~!!

  • 008
    G20라고 나라가 들썩인다. 어찌나 손님맞이에 열심인지 온 국민이 나서야 한단다. 모든 서울 시민은 세계 시민에게 모범이 되는 글로벌 에티켓 시민이 되잔다. 머 어려울 것은 없다. 공공장소에서는 크게 떠들지 말고 항상 단정한 모습으로 다니면 된다. 외국인을 만나면 겁먹지 말고 이렇게 인사하자.
  • 신나는(?) 시 수업 시간, 이번엔 심보선 시인의 라는 시를 배웠다.
    매주 수요일, 파랑새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서당 수업이 열린다. 논어 한 문장을 암송하고 이어서 시를 배운다. 시를 배운다지만 실재로는 시를 쓰는 시간이나 다름없다. 에서 이 시간에 쓴 시들을 소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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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에 보면 공자가 아들 공리孔鯉에게 시 공부를 독려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마치 벽을 코앞에 두고 선 사람 같다고. 한마디로 콱 막힌 사람이라는 말일테다.
  • 지난 몇 달 동안 ‘타블로’라는 이름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타블로의 학력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점점 판을 키워가더니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의 회원이 20만 명을 돌파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타진요’에서 떨어져나간 일부 회원들이 만든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라는 또 다른 카페에서는 성적표 위조로 타블로를 경찰에 고발하기까지 했습니다.
  • 36th_cover
    36호 (0)

    36호 대학의 이름으로 대학을 해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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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1_35호_발터벤야민2
    35호 (0)

    35호 발터 벤야민, 그가 보았을 밤하늘

    시대를 거스르는 사상가 1 - 루쉰

    시대를 거스르는 사상가 2 - 칼 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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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_추석괴담_결혼은 스펙이다
    33호 (0)

    33호 누구랑 같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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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주간에는 가 한 호 쉽니다. 두 주동안 꼼꼼히 읽어주세요~ ^^
  • 31_우울증
    31호 (0)

    31호 자기를 향한 증오의 방향을 되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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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_No_G20
    30호 (0)

    - 30호에서는 추방되는"이주노동자"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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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네다 공항에서의 씁쓸한 기억과 서울 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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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4_29_장애인등급제
    29호 (0)

    - 29호에서는 "장애인등급제"를 다루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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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화된 신체와 사우론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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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_ 텐트연극
    28호 (0)

    - 28호에서는 "텐트연극"을 다루어보았습니다. 텐트연극을 위해 멀리 북경까지 다녀온 친구들의 이야기도 실렸습니다. 낯선 텐트연극에 대해서는 편집자의 말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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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가설(假說)의 가설(假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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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_ 거세컴플렉스
    27호 (0)

    - 27호 동시대반시대는 이른바 "화학적 거세"입니다.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을 통해 생체권력이 작동하는 양상에 관하여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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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켄슈타인의 짜깁기 괴물, 화학적 거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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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_cover
    25호 (0)

    - 25호는 거리의 예술, 그래피티입니다. 사진을 꼭 확대해서 보세요. 동영상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 이벤트에 정중규님과 탱탱볼님이 당첨되셨습니다. 위클리에서 준비한 책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두 분은 연락처와 주소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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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은 화자인 루더포드가 친구인 콘웨이의 체험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930년대 초 인도의 바스쿨에서 영국의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나자, 현지의 영국 영사였던 콘웨이, 부영사 멜린슨, 미국인 사업가 버나드, 천주교 전도사 브링클로는 비행기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비행기는 안에 숨어 있던 티베트 청년에 의해 납치당해 히말라야 쿤룬산맥 서쪽 끝자락의 험준한 ‘푸른 달 계곡’에 불시착한다. 불시착으로 그 티베트 청년은 사망한다. ...
  • 드디어 ‘우리’ 집이 생겼다. 평생 전셋집으로 전전하던 우리에게 ‘우리’ 집이 생겼다. 그 동안 이년 혹은 삼년에 한번씩 꼭 이사를 했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마냥 신났지만 중학생이 되자 우리가 이사하는 모습이 부끄러웠다. 이사를 하는 날이면 큰 대야마다 살림살이를 가득 담아서 집 앞에 늘어놓은 모습, 그 모습을 쳐다보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내 자신이 왜 그리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
  • 저자 새러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는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에 석좌교수로 있는 영장류학자다. 스스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인도 라자스탄에 사는 랑구르원숭이의 영아살해를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내에 번역된 및 작년에 출판된 을 비롯한 여러 책과 글들을 발표했다. ...
  • 원더걸스의 "Tell Me", "So Hot" 그리고 작년 소녀시대의 "Gee"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많은 여성 아이돌 그룹중에서 별종이라 불리는 그룹들이 있다. 가창력 있는 여성 듀오 다비치. 대중적 일렉트로닉 음악을 내세우는 성인돌 브라운 아이즈 걸스. 그리고 우리나라의 프로덕션형 대형 기획사 YG Entertainment와 SM Entertainment의 2NE1과 f(x)가 그들이다. ...
  • “인간”이라는 통칭을 저리도 쉽게 사용할까. 다른 땅을 그토록 열망하고 열망할 수 있는 인간은 누구인가. “항상”이라는 말 앞에는 어떤 사회적·감정적 상태가 조건절로 붙어야 하지 않을까. “자아를 벗어나”라는 대목 역시,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면 나는 정신적 자유를 원했지만 언제나 자아(와 모어사회)라는 ‘맥락’을 이끌고 낯선 장소를 찾았으며, 결국 여행하는 동안 사고의 공간이 마련된 것은 ...
  • 꽤 매혹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은 종종 독자의 은근한 기대를 보란 듯이 배신한다. 순진한 독자들의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푸코의 , 유명세를 무색하게 만드는 마조흐의 소설들, 정작 대상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제공하지도 않으면서 ‘~란 무엇인가?’ 같은 원초적인 제목을 달고 있는 책들……. 그 책의 리스트 마지막에 이 책(오사와 마사치의 )을 추가해도 결코 결례는 아닐 것이다. ...
  • 좋아하는 언니가 있었다. 그녀는 남자들이 대다수인 커뮤니티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면서 ‘잘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대학 새내기였던 나에겐 대단하게만 느껴졌었다. 서로 ‘자기’라고 호칭하는 여자친구와 손을 꼭 잡고 걸어다니면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기도 했고, 찌질하거나 무지한 동기들에게 호통도 잘 쳤고, 어르기도 잘 했다. ...
  • 여자가 (남자)첩을 둔다는 설정이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다. 흔히 처첩제는 일부다처의 상황을 그리는 것이었다. 시대를 많이 올라갈 것도 없다. (1994)에서 보듯, 한국전쟁 직후까지 한 지붕 아래 처첩이 기거했던 풍경이 존재하였다. ‘한 지붕 아래’라는 규정이 빠지면, ‘두 집 살림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다. 에서 에 이르는 무수한 멜로영화는 물론이고 ...
  •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구실 뒤안에 텃밭 농사를 짓고 있다. 어디 그런 생명이 숨어 있었던 건지, 딱딱한 씨앗을 땅에 묻고 물을 주었더니 사나흘 만에 땅바닥을 가르고 싹이 움트는 게 너무 신기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면 눈에 띄게 자라 있는 것도 놀랍고, 어느 새 솎아낼 만큼 무성하거나 열매를 맺는 것도 내가 한 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특했다. 자식이든 작물이든, 혹은 국민이든 ‘기르는 일’에는 공통점이 많다. ...
  • 연애

    6월 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날밤을 새웠습니다. 월드컵보다 더 긴장되고 흥분되더군요. 월드컵이야 내가 뛰는 것도 아니고 내 삶과 별 상관없는 경기지만, 선거는 나와 내편의 투표가 승패를 결정짓는 데 동참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나와 내 아이의 삶이 바뀔 수도 있기에 가슴 졸일수밖에 없더군요. 연애할 때를 빼고 이렇게 가슴 졸이며 날밤을 새운 게 또 언제였나 싶습니다. 지난 …

  • 무척 대단하고 멋있는 결심을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고백하건대 제주도를 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책을 읽어야 '책빵'의 글을 쓸 텐데, 거기서 도무지 책 구경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라 가방에 잔뜩 옷을 쑤셔 넣고 나니, 책 들어갈 여지가 없었고, 그래도 미련이 남아 딱 한 권 넣어간 책이 그만 레비 스트로스의 였다. ...
  • ‘새끼 오이소! 동피랑 몬당꺼지 온다꼬 욕 봤지예! 짜다리 벨 볼 끼 엄서도 모실 댕기드끼 어정거리다 가이소’ 자글자글 주름꽃 핀 할매의 다정한 목소리 들리는 듯하다. 이는 동피랑 마을에 설치된 통영사투리 간판이다. 표준어로 옮기면 ‘어서 오세요. 동피랑 언덕까지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별 볼거리가 없어도 마실 다니듯이 천천히 둘러보세요.’ 라는 뜻이다. ...
  • 이름은 주문이다. ‘이르다’는 뜻의 이름에는 저마다 타고난 사명이 담겨있다. 땅이름도 그렇다. 인천(仁川)은 어진 내, 어진 흐름이다. 물길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던 시절 인천은 근대화의 진입통로였다. 항구에서 받아들인 서구문물을 서울로 실어냈고 외지사람들은 여기서 성공하면 서울로 나갔다. 엄마처럼 정성스레 품어 내어주는 곳이 인천이었고 그 중심에 배다리마을이 있다. ...
  • 이런 저런 지면에 공동체가 소개되면서(영상 매체는 극구 사양하지만, 글로 소개하고 소개받는 일은 종종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음에도 공동체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어디서부터가 공동체요?”라는 질문에 처음엔 당황했다. 공동체의 영역을 알리는 ‘표지’ 없음으로 그 분들은 헷갈리셨던 거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는 강북구 인수동 북한산 아랫마을 곳곳에 살고 있다. 어디부터 공동체라는 표지는 없다. ...
  • 삶을 내맡기라고 부추기는 시대

    가족 중에 많이 편찮으신 분이 계신가요? 지난 호 의 최정은 대표님 글을 읽은 후 저도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제가 중3 때 처음 쓰러지신 후 생명을 다투는 수술만 세 차례를 받으셨죠. 건강이 잠시 회복되었다가도 병이 곧잘 재발했고 연세가 드시면서 점차 몸이 나빠지셨습니다. 지금은 최대표님의 아버님처럼 의식도 많이 흐릿하시지요. 지난 일요일에는 공원에 잠시 모시고 갔는데, 자녀가 어찌되느냐는 …

  • 중국에 있는 속담이라고 들었다. 중국인으로 태어나 평생토록 할 수 없는 것이 세 가지 있으니 중국의 모든 성에 가보는 것이요, 중국의 모든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요, 중국의 모든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그 불가능함에서는 중국이라는 규모에 대한 자긍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부의 복잡한 민족 문제도 짐작된다. 윈난성은 중국에서도 가장 많은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땅이다. ...
  •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기 자식을 또 죽였다. 지난해 9월, 30대 여성이 선천성 눈꺼풀 처짐과 안면신경마비 장애를 가진 생후 2개월 된 딸을 베개로 얼굴을 덮어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자식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였다. 형법 250조에 의하면 부모에 의한 존속살해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있는데, ‘본인이 자수를 했고, 남편 등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이 선처를 한 것이다. ...
  • 예순 여섯의 할머니인 미자가 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나무를 잘 보기 위해 나무를 보고, 또 본다. 그리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나가던 이웃 할머니가 미자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할머니가 뭐하냐고 묻자 미자는 나무를 보고 있으며, 나무와 이야기를 나눈다고 말한다. 말을 건 할머니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지나간다. 정신 나간 사람을 만났다는 표정이다. ...
  • 해방촌은 마치 혈관처럼 곳곳에 골목길이 나 있다. 옛스러운 타이포그래피로 사람을 반기는 세탁소 간판들, 더운 날씨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달려가는 아이들.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이 동네의 모습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새 아파트로 깔끔하게 정리된 동네가 된다면 해방촌에서는 더 이상 옛 시간을 품은 듯한 풍경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
  • 임상수의 는 김기영의 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원안을 대자면, 내용면에서는 김동인의 이, 스타일 면에서는 이 연상되며, 콘텍스트 적으로는 ‘21세기 식모살이’라는 화두를 꺼낸 과 맞닿아 있다. 세경의 사랑이 참혹한 결말로 ‘꿈의 불가능성’을 입증하였듯, 의 결말 역시 ‘복수의 불가능성’을 역설한다. ...
  • 드디어 나도 아내처럼 매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매이와 싸웠다.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이 있는 날 저녁이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매이의 동태부터 살폈다. 또 TV를 끼고 ‘만화’를 보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직 TV도 안 켠 채 엄마 젖을 문 채 막 잠이 들었다. 저 상태라면 족히 한 시간 반 정도는 잠을 잘 것이다. 조심스레 TV를 켰다. 마침 박지성이 선제골을 넣었다. 그런데, 환희는 곧 좌절로 돌아왔다. ...
  • 현대 동화에서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 책”을 쓴 작가. 로알드 달을 일컫는 찬사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 뒤에는 현대인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 숨어 있다. 현대인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멋진 여우 씨>또한 다르지 않다. 인간과 여우의 한 판 승부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
  • 남산 중턱에서 해방촌을 바라보았다. 즐비한 교회의 첨탑들이 마치 중세 이탈리아의 한 도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조그만 동네를 압도하는 커다란 해방교회에서부터 "멸공"을 부르짖는 반공교회, 그 외에도 집 한 켠 세워진 조그마한 교회들까지. 정말 많은 교회들이 해방촌에 세워져 있었다. 해방촌은 해방 직후 갈 곳 없는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었다. ...
  • 독립영화 작가들의 모임인 ‘인디포럼 작가회의’가 매년 개최하는 영화제인 ‘인디포럼’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이며, 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을 지닌 최초의 영화제입니다. 1996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15주년을 맞은 ‘인디포럼 2010’이 2010. 5. 27(목) ~ 2010. 6. 2(수)까지 7일 동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립니다. * 인디포럼(http://www.indieforum.co.kr)이 위클리 수유너머 독자분들에게 초대권을 드리고자 합니다(선착순 1인 2매, 10명. 아래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 ‘문자’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를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적이 있었다. 미련퉁이 같은 여자. 사랑도 고행처럼 하는 여자. 그러나 미워할 수 없는 여자. 서영은이 그려내고 있는 속 그녀, 문자는 내가 읽었던 여느 소설 속 주인공과는 너무도 달랐다. 너무 어수룩하고 너무 평범해서 어디서건 불현듯 마주칠 것만 같았고, 그럼 단박에 척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마구잡이 사회에서의 생사여탈권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1주기였죠. 비가 오는 중에도 제 주변의 많은 이들이 추모 공연을 다녀왔더군요. 엊그제 위클리 수유너머에 <밍글라바 코리아>를 연재 중인 소모뚜씨와 점심을 함께 했는데요. 소모뚜씨도 거기 있었나 봅니다. 비를 맞으며 공연을 보고 있던 그는, 사실 무대에 있어야 했던 사람입니다. 주최측에서 소모뚜씨네 밴드, ‘스탑크랙다운’에 공연요청을 한 모양입니다. 꼭 참석하고 싶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대신 늦은 시간까지 비를 …

  • 사람은 누구나 늙기 마련이다. 늙어간다는 것! 그것은 그저 세월에 몸을 맡긴다는 것 외에도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음을 뜻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늙어도 나의 부모는 늙지 않을 줄 알았다. 아니 늙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는 나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내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아버지가 늙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 이번학기가 대학교 졸업학기인 나는 학교에 가기보다는 주로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연구실에서 빡쎄기로 유명한 콜레기움과 DNA등의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3개의 일반 세미나와 빵집 워크샵을 하고 있었던 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3월에 끝나는 것들이었고, 5월 한 달간 교생실습이 잡혀있던 나는 4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들을 시작할 수 없게 되었다. ...
  • 2008년 이맘 때, 우리는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소리높여 외쳤다. 그런데 요즘 한국의 대통령은 촛불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다시 5월을 맞아 촛불들이 일어날까봐 두려운 걸까.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로 인해 한국의 민주주의가 20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6월 2일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선거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며 결의를 모은다. 과연 우리는 지방선거를 통해 후퇴한 민주주의를 되돌릴 수 있을까? ...
  • 저는 파트타임으로 중학생 얘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몇 번을 설명해도 머리를 갸우뚱하는 얘들을 상대하고 있죠. 하루는 중2 얘들에게 문제 풀이 숙제를 왕창 내줬습니다. 그랬더니 넉살좋은 한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 그러시다가 나이 마흔에 스물여덟 필리핀 외국인 노동자랑 결혼하실거에요.” 마치 저주라도 내리는 표정으로 음흉하게 저를 쳐다보면서 말이죠. ...
  • 현재 버마의 정식 국명은 미얀마연방이다. 하지만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버마’라는 국명을 고수하고 있다. 미얀마라는 국명은 1988년 8월 8일에 발생했던 이른바 8888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한 군부가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일방적으로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버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버마행동한국(Burma Action Korea)’대표 우 뚜라(U THURA)씨의 ‘버마 혹은 미얀마 이해하기’ 를 싣는다.
  •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안 가느냐, 깡충깡충 안 뛰어서~” 취침 전 침대 쇼에서 매이가 이상하게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를 ‘안 부정문’으로 바꿔서 부르는 것이다. ‘안’자를 여기 저기 넣어보면서 까르르 웃는다. “곰 세 마리가 안 한 집에 있어, 안 아빠곰~ 아빠곰은 안 뚱뚱해~” “매이야, 왜 그래? 이상해!” 하니까, 매이는 “안 이상해” 하며 또 까르르. ...
  • 날마다 새벽 2시까지 하얗게 밤을 지우던 그. 노래책을 탑처럼 쌓아두고 손끝 부르트고 목청 터지도록 노래하던 청년 소모뚜. 그는 스무 살에 정든 고향을 등졌다. 부모님과 여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하기로 마음먹었다. “TV가 필요하면 전자제품 가게에 가고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가는 것처럼” 꿈을 찾는 그에게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행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
  • 지금도 간혹 그런 꿈을 꾼다. 시험 보는 꿈. 꿈속에서 나는 고등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시험을 본다. 꿈에서 자주 치르게 되는 시험 과목은 물론(?) 수학이다. 시험지를 보니, 모르는 문제가 절반 이상이다. 정신없이 풀다 보니, 답안지를 하나씩 밀려 썼다. 시험 종료 종이 쳤는데, 등에서 진땀이 난다. 악몽이다. 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철없이 시험 보는 꿈을 꾸다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험에 대한 강박 관념이 내 무의식 속에 이렇게 오랫동안 고질적으로 남아 있었구나 하는 씁쓸함과 동시에 시험이 주는 중압감이라는 게 얼마나 큰지도 새삼 실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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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스의 여자관계는 어땠을까. 맑스가 무슨 면벽수행 하는 수도승도 아니고 학자에게 지고지순형 러브스토리를 기대할 이유는 없다. 그저 궁금증의 발로다. 알아봤더니 부인 외에 하녀에게 나은 자식이 한 명 있었다. 맑스의 공식인정은 아니고 여러 정황에 따른 추측이다. 맑스 혼외자식설에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은 맑스가 죽은 후 그 아이를 엥겔스가 돌봐주었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들이 났으리라. “엥겔스가 돌봐주는 걸 보니 맑스의 자식이 틀림없군!”

    여기서 맑스와 …

  • “그들 철도 노동자는 보통의 인간이지 신화에나 나오는 장사(壯士)들이 아니다. 어떤 일정한 점에 도달하면 그들의 노동력은 고갈된다. 그들은 무감각 상태에 빠진다. 그들의 두뇌는 사고를 중지하며 그들의 눈은 보기를 중지한다.” 1866년 런던, 배심원 앞에 3명의 철도노동자가 출두했다. 끔찍한 철도사고가 수백 명의 승객을 저세상으로 수송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은 ‘철도노동자의 부주의’이며, 그들은 지금 ‘살인’이라는 죄명으로 재판에 회부되었다. ...
  •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운이 좋지 않은 날에는 노동자 파업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도로를 점거한 경찰차와 노동자들 때문에 버스는 그야말로 굼벵이 걸음을 기고, 확성기를 통해 전 시내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구호 때문에 머리까지 다 아프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고 어떤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은 나도 배웠다. 또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한다. 그러나 요구를 할 때는 ‘대화’라는 아름답고 다분히 평화적인 방법도 있지 않은가? ...
  • 박민규의 소설 에는 주인공이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한탄하는 구절이 등장한다. 백화점 마트 일을 하는 주인공에게 세상이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이 없고 경쟁만을 종용하면서 등수를 매겨 성공 아니면 실패로 사람을 판단하는 곳이다. 진보적이라고 자신의 성향을 밝히는 사람 중에서도 이러한 성향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
  • 자본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팔아 자기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상품을 만드는 존재다. 즉, 노동자는 노동을 할 때 자유롭지 못하다. 좋다.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도,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시하고 싶어진다. 노동이라는 생산의 영역에서 우리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적어도 소비의 영역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은가? 소비를 통해 재화를 누리는 것은 즐겁다. ...
  • 루소의 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구절이 나온다. 루소는 인간 유형을 자연인과 시민으로 나눈다. 자연인이란 ‘자기 자신이 전부인 사람, 그 사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전체’인 사람이다.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에 반해 시민은 사회라는 전체와의 관계에 의해서 가치가 정해지는 상대적 존재이다. 이는 근대 국가에서 학교가 만들어진 배경과도 일치한다. ...
  • “매이야!” “매이야, 아빠 왔다!”(선생님) “아빠~” 어린이집에서 매이를 데려올 때마다 반복되는 대사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금요일에는 매이의 대사에 다분히 작위적인 한 마디가 추가되었다. “아빠~ 따랑해요” 그리고, 손에는 뭔가가 들려 있었다. 종이컵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었다. ‘아빠 사랑해요’ 라고 말하면서 목에 걸어주라고 선생님이 시켰나보다. ...
  • 요즘 나는 ‘노들 장애인 야학’의 학생, 교사, 활동가들과 함께 푸코 세미나를 하고 있다. 지난주 야학 교사이면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는 한 분이 푸코의 ‘인간주의’ 비판(‘인간’이라는 개념을 구성하면서 탄생한 근대의 지식체계와 통치 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비판)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그럼 우리가 장애인의 인권을 주장하고 장애인도 인간이라고 외치는 것도 문제라는 거냐?” 라고 물어왔다. ...
  • 칼 맑스. 인류 역사상 이토록 많은 적과 동지를 동시에 가진 이가 있을까. 그가 죽은 지 1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한국에서 그를 읽는 것은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국가보안법 위반자가 그의 책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에게는 ‘이적표현물소지’라는 죄목이 하나 더 추가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청소년을 위한 이 출판되어 있고, 다른 책들도 간혹 교양필독서 목록에 오르곤 한다. ...
  • 이명박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우리는 매일매일 7,80년대 민주화운동이 성취한 성과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적인 언론들과 지식인 그리고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역사를 30년 후퇴시켰다고, 다시 말해 군부독재시대로 우리 사회를 회귀시켰다고 비난한다. 물론 현 정권이 반민주적 행태를 자행하고 있고, 그 양상이 군부독재정권과 갈수록 닮아가고 있지만 현 정권의 성격을 단지 과거로의 회귀, 역사의 퇴보로만 단정할 수 있을까? ...
  • 우리동네는 일주일에 3번 화, 목, 일요일이 쓰레기 버리는 날로 정해져 있다. 주로 연구실에서 생활을 하다보니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별로 많치 않아서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쓰레기를 집밖에 내다놓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플라스틱이나 비닐로 만들어진 재활용 쓰레기들이다. 과일포장용 스티로폼 통, 비닐 봉지, 두부포장용기와 같이 모아두면 부피가 꽤 되는 것들이다. ...
  • 죽음. 프리다와 디에고, 트로츠키는 모두 코요아칸에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내게 코요아칸은 생의 이미지로 충실하지 그다지 죽음을 떠올릴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죽음이 삶의 일부라고 할지라도.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죽음의 장소라는 말에는 차라리 이슬라 네그라라는 곳이 떠오른다. 그곳은 칠레에 있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두 종류의 시를 썼다. ...
  • 프리다 칼로의 화폭에는 트로츠키(Leon Trotsky)의 초상화가 그리다 만 상태로 남겨져 있다. 러시아혁명의 이 위대하고 불행한 혁명가를 프리다 칼로는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트로츠키 생애의 마지막 시기는 추방과 망명의 연속이었다. 그는 1929년 2월 소련에서 추방된 이래 이스탄불에서 4년, 프랑스에서 2년, 노르웨이에서 2년을 보냈다. ...
  • 지난 5월 10일 명동성당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23년 만에 열린 시국미사라고 한다. 비단 명동성당에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당 두물머리에서, 남한강 여강선원에서, 낙동강 상주에서, 금강선원에서, 그리고 거점화되지 않은 수많은 곳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
  • 거짓 반성과 정직한 절망

    여러분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촛불시위 2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도무지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일갈했다는 뉴스가 포털에 처음 뜬 날, 저는 이렇게 생각했답니다. 요즘 검찰과 경찰 개혁도 내세우고, 선거철이 되니 정부가 더 낮은 포복을 하는구나. ‘촛불’ 이야기만 해도 경기를 일으키더니 이제 촛불시위를 언급하며 ‘반성하는 사람이 없음’을 개탄했다는 이야기를 했다니. 선거가 중요하기는 하네. 그런 생각을 했죠.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학위 반납해야 …

  • “내가 짝사랑이란 의미를 배운 것은 사람보다 강이 먼저였습니다.” 백발성성한 그가 낙동강에 눈길을 던지며 애틋함을 터놓는다. 하지만 짝사랑의 진짜 불행은 만나고 싶을 때 만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의 짝사랑은 복되었다. 언제 찾아가도 낙동강은 옥빛 물결 넘실대며 너른 품으로 맞아주었으니까. 그렇게 낙동강 1300리 물길에 ‘그 집 앞’ 드나들듯 하기를 36년 세월. ...
  • “호미도 날이언 마라난 낫가치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어마님 가치 괴실이 없세라.~” 아내는 약 올리듯 사모곡을 외다가 묻는다. “여기서 '괴실'은 혹시 피동이 아닐까? 아빠보다 엄마가 더 아이를 사랑한다기 보다, 아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 하더니 “자기는 어쩌다 매이한테 '이등부모'가 됐어?” 하고 안 됐다는 듯 묻는다. ...
  • 비슷비슷한 많은 음악을 듣다보면 아까 들었던 노래를 또 듣는거 같은 느낌, 첫 소절만 들었는데도 그 다음 소절이나 클라이막스가 절로 떠오르는 노래 등등 비슷한 상황이 계속 벌어진다. 그러던 중 귀에 팍 꽂힌 노래가 바로 이 노래다. 가사가 아주 그냥 죽여준다. 밥도 못 먹고, 버스도 못 타고, 영화도 못 본다는 ‘그’는 그녀와 헤어졌다. 이 가사를 음미하며 제일 가슴을 울리던 가사는 ‘살아서 뭐해’와 ‘니가 돌아올까봐’다. 보컬의 아주 처절한 목소리로 이 가사를 외칠 때면 ‘그래.. 그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5월 2일, 과 그 주변의 친구들, 그리고 홍대 앞 생명 평화모임 회원들과 함께 정부의 대대적인 구호활동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낙동강엘 다녀왔다. 파우스트가 보았다면 감동의 대사를 던졌을 놀라운 기적의 현장,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기적의 공사장이었다. 넓고 조용하던 강 위엔 수많은 포크레인이 떠있고, 나뭇잎 한 장의 도움도 없이 묵직한 덤프트럭들이 줄지어 강을 건넌다. ...
  • 아내가 집 나간 줄도 모르고, 장난처럼 이혼을 선언한 남자가 후배와 함께 아내를 찾아다니는 좌충우돌의 코미디 은 일견 ‘남자들끼리 놀고 자빠진’ 상황을 그린 버디무비이거나, ‘그녀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네’ 를 깨닫는 로드무비 성장담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성애와 결혼의 가치를 부인하는 은폐된 퀴어 영화로, 성 정치적 전복성을 지닌 텍스트이다. ...
  • 스무 살 무렵 내가 살던 동네엔 헌책방이 많았다.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던, 그 동네엔 유난히 책에 목숨 건 이들이 많았다. 동네 끝에 위치한 조그만 복지관에선 매주 독서 토론 모임이 열렸다. 노동자, 시인 지망생, 헌책방 주인, 앳된 직장 여성, 늙수레한 아저씨 등이 오래된 난로가 품어내는 온기에 의지해 머리를 맞대고 조잘거리곤 했다.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만난 곳도, 박노해를 깊이 읽게 된 것도 그 곳을 통해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