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4대강 살리기,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 기픈옹달(수유너머 R)

4대강 살리기, 한반도 대운하, 새만금…

지난 5월 10일 명동성당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가 열렸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23년 만에 열린 시국미사라고 한다. 비단 명동성당에서만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팔당 두물머리에서, 남한강 여강선원에서, 낙동강 상주에서, 금강선원에서, 그리고 거점화되지 않은 수많은 곳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가 있는 만큼 우리가 더욱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결의를 다질 뿐이다.

사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그리 낯선 광경은 아니다. 4대강을 살리겠다고 달려들기 전에는 4대강을 정비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고, 그전엔 한반도의 강들을 이어 운하를 만들겠다는 당혹스러운 일도 있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새만금이 있고, 경인운하가 있다. 그리고 손에 꼽을 수도 없이 많은 토건사업들이 있었다. 앞뒤 안가리고, 일단 첫삽부터 뜨고 보는 국책사업들을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삽질공화국이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삽질의 원동력

토건국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개번 매코맥이 일본의 국가재정 문제를 지적하며, 정치인과 관료, 건설업자, 금융기관들 간의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토목․건설산업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현상을 비판하면서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토건국가 논의에 따르면, 토건국가는 무모한 토건사업으로 말미암아 재정적자에 직면하고, 더불어 각종 사회․정치․환경적 문제를 겪게 된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새만금 간척사업, 경인운하, 한탄강댐건설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이 지속되는 현상을 비판하면서 본격적으로 탐색되기 시작했다. 토건복합체는 국가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정계․관계․재계․언론계․학계를 망라해 구축된 토건사업을 주축으로 한 개발연합을 가리키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토건복합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4대강 사업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해도, 전형적인 토건사업으로써 그 뒤에 강력한 토건복합체가 버티고 서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선전되고 있는 이 사업은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 주요 건설사, 보수언론․지역언론, 학계의 찬성측 연구자들의 뒷받침 아래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비공식적 지원을 등에 업은 토건복합체는 복지예산을 삭감하는 대신에 22조원이 넘는 돈을 4대강 사업비로 투입시킬 만큼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변칙적․편법적 예산 집행도 횡행하여 숨겨진 4대강 예산을 찾아내는 것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한 단양쑥부쟁이를 비롯해 여러 멸종위기종이 공사현장에서 발견되었지만 토건복합체는 졸속적인 환경영향평가로 이를 무마해버렸다. 더불어 준설작업으로 인한 식수의 오염 가능성이 누차 지적되었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반복할 뿐이다. 정계와 관계, 재계, 언론계, 학계에 포진해있는 개발연합이 기획, 실행, 평가 과정을 외부로부터 폐쇄시키고,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관철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론장의 사유화와 녹색세탁

그렇지만 흔히 토건복합체의 이해관계는 비가시화된다. 오히려 각 지역, 국가 전체의 발전과 등치되는 일이 다반사다. 무엇보다 공론장이 토건복합체에 의해 지배되면서 갈등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쟁점들이 논쟁과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와 선관위는 지방선거 이슈로 4대강 사업이 부상하는 것을 차단하기위해 부심하고 있고, 보수적인 언론매체는 4대강 사업 비판 보도를 외면하고 있다. 관련보도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형식적으로 찬반측 입장을 다룰 뿐 실질적으로는 정부측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도 많다.

토건복합체에 의한 공론장의 사유화로 인해 4대강 사업은 실제와 상관없이 강 살리기 사업으로 포장되고 있다. 정부의 홍보영상이 4대강과 관련없는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판명되고, 때아닌 대한늬우스 상영으로 물의를 빚은 것은 작은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강 살리기”라는 뛰어난 녹색세탁이 반복되면서 착시효과가 일어나고, 그럴듯한 녹색이미지로 연출된 보․인공습지․생태하천 등이 미래의 청사진으로 제시되고 있다. 강의 파괴가 진행되고 있는 공사현장과 예상되는 문제들은 스펙터클한 녹색이미지 뒤에 묻히고 말 뿐이다.

토건지향적 지역정치

하지만 그럴듯한 녹색이미지로의 연출을 통해 토건복합체는 특히 지역에서 반대를 무마시키는 데 일정부분 성공하고 있다. 이는 개발사업을 통해 토건복합체가 지역주민들의 발전욕망을 정치적으로 동원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공론장의 사유화와 더불어 지역적 개발정치가 작동하고 있다. 계급정치와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지역은 주요한 정치적 균열구조로 작동했고, 정치세력들은 때마다 지역주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지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토건복합체들은 “지역”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지역토건복합체간 경쟁은 지역간 경쟁으로 인식되었다. 방사선폐기물처리장의 유치를 놓고 경주와 군산 등지에서 일어난 유치경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러한 공론장의 사유화와 지역적 개발정치 과정 속에서 토건사업이 지역발전으로 전치되면서 토건지향성은 가속화되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정비사업으로 축소될 기미를 보이자 경남지사가 낙동강 운하를 요구하거나 민주당 소속의 전라도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토건복합체가 얼마나 지역에 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강, 있는 그대로

死대강 사업, 또는 4대강 죽이기 사업이 현재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더 어울리는 명칭일지도 모른다. 이미 뭍 생명체의 생존의 권리, 강에 의존하여 생활을 영위해온 농민들의 삶의 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장차 예상되는 피해들 또한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토건복합체에 균열을 가하고, 강이 있는 그대로 흐르게 하기에는 아직 정치적 힘이 미약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더욱더 4대강 사업을 정치화하고, 정치적 행동을 강화해야할 때다. 강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날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 홍덕화/Fruitholi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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