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책꽂이

자문자답하는 소년에게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신나는(?) 수업 시간, 이번엔 심보선 시인의 <소년 자문자답하다>라는 시를 배웠다.

매주 수요일, 파랑새 지역 아동센터에서는 서당 수업이 열린다. 논어 한 문장을 암송하고 이어서 시를 배운다. 시를 배운다지만 실재로는 시를 쓰는 시간이나 다름없다. <위클리 수유너머 38호>에서 이 시간에 쓴 시들을 소개했었다. (청소년이 시를 만나니 수다쟁이가 되더라)

지난주 서당 수업에서는 <동시대 반시대>에 실린 심보선 시인의 시, <소년 자문자답하다>라는 시를 읽었다. 칠판에 시를 써 넣으니 아이들의 불평이 이어진다. 지금까지는 고작 세 줄짜리 시조를 배웠는데 저 칠판 가득한 글자들이란. 아직 다 쓰지도 않았는데 원성이 자자하다. 시가 뭐 이렇게 기냐고.

더 큰 문제는 도대체 이 시가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모르겠다는 데 있다. 게다가 선생도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 고작 서너 번 소리 내어 읽어줄 뿐. 특별한 이유 때문에 시를 풀이해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선 가르치는 나조차 시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말로 이야기할 수 없었기 때문. 게다가 시란 누가 풀이해준다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설명해준 내용은 간단했다. 심보선이라는 멋진 시인이 쓴 훌륭한 시라고. 그러니 읽어보시라. 다행히 어려운 시어도 없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시는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지금 시인이 이 시로 여러분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시에 대답할 수 있을까.

<소년이여 자문자답하다>라는 시를 읽고, 쓰고, 이 시에 쓰인 구절을 가지고 시를 써보기로 했다. 아무 내용이나 쓰는 건 아니고, 각자가 이해한 내용에 답하는 식으로. 그랬더니 의외로 멋진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 쓰는 시간이 즐거운 건 항상 기대보다 멋진 작품들이 나오기 때문.

39호 <책방> 지면을 빌어 이 시를 소개한다. 먼저 심보선 시인의 <소년 자문자답하다>라는 시를 읽어보시길. 그러고는 공부방 친구들의 시를 읽어보자. 자문자답하는 소년에게 공부방 ‘소년·소녀’들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자문자답하는 소년이었던 시인은 이 시들을 어떻게 읽을지 자못 궁금하다.

즉흥적으로 맡긴 과제지만 제법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초등학교 5, 6학년 친구들이 시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읽어보자. 자, 이 시를 읽은 우리도 한마디 말을 덧붙일 수 있지 않을까? 마음에 부풀어 오는 이야기가 있다면 댓글로 멋진 시 한편을 남겨주시길. 그것이 아니면 짧은 감상이라도!

정성들여 쓴 글자가 정겹다.

건너편에서 무쇠처럼 단단한 대답을 주마 | 이미연

소년아 어째서 죽느냐
너가 점점 늙어서 죽는 것이냐
이유 좀 말해 보아라
소년아 건너편에서
너를 기다리며
건너편에서 무쇠처럼 단단한 대답을 주마

죽음이란 | 서동철

너희는 죽음을 영영 잊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희는 죽게 될 것이다
죽음은 무서운 것이 아니다
죽음이란 마지막 길인 것이다
마지막 길을 잘 준비하여라

너는 넘어질 수도 있다 | 정우경

너는 넘어질 수도 있다
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발을 걸 수도 있다
그때마다 너를 붙잡아 줄 사람은 없다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 목표를 향해가라

이 숲을 건너라가 | 박주윤

이 숲을 건너가라
숲속에서 무엇이 있어도
헤치고 나가면
고난과 역경이 끝날쯤
인생의 끝이 보이리라

이렇게 또 한편의 시가 탄생했습니다.

죽음 | 양진호

너는 죽음을 영영 잊게 될 것이지만
나는 다르다 나의 목숨은
잊게 되지 않는다 너가
죽음을 잊게 되면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이 숲을 건너가라 | 김가을

이 숲을 건너가라
그러면 환상적인 세상이 나올 것이다
그 세상을 구경하고 숨을 쉬어라
숨을 쉬면 더 파헤쳐 나가라
그러면 더 환상적인 세상이 나올 것이다

별 | 노유리

나는 별을 잡고 싶다
잡고도 싶고 가지고도 싶다
하지만 나에게 너무나
머나먼 별
언제쯤 잡을 수 있을까

이 숲을 건너라 | 김영훈

이 숲을 건너라고 한다
건너기 전에 넘어져서
피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넌 끝이나고
노인이 될 것이다

질문 | 류상준

소년이여 질문을 하는구나
계속 대답을 원하는구나
하지만 대답은 네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다
소년이여 다른 대답을 향해 떠나라

호기심 | 김진태

나는 모른다
모른다는 것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새로운 그녀, 나는 모른다
그녀의 이름, 그녀의 성격, 그녀의 모든 것을
호기심 그것은 나의 큰 욕구이다

머나먼 별 | 유혜원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아주 예쁜 별
갖고 싶은데. 잡고 싶은데..
저 별은 나를 싫어하다보네
갖지도 못하네…
잡지도 못하네…
저 어여쁜 별이여 나에게 가까이 와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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