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트위터, Catch Me If You Can!!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제국의 역습

늦어도 한참이나 늦었다. 지난(벌써 작년이다) 9월 한나라당은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만들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트위터(http://twitter.com)에 드디어 둥지를 튼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에는 좌파들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인터넷을 그냥 놔둘 수 없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일찍이 안상수 대표는 ‘디지털 1만 전사 양성론’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보수 여론을 선도할 네티즌을 길러내겠다는 말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사’의 존재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이회창 vs 노무현의 대결에서 노무현이 승리한 것은 인터넷에 힘입은 바가 크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의 위력을 실감했다. 한나라당으로는 모두 뼈아픈 패배였다.

정치적 패배는 언제든 다음 선거를 통해 뒤집을 수 있다. 그러나 급속히 전파되는 부정적 이미지는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니었을지. 디지털 전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목청 높여 주장하는 안상수는 이미 인터넷의 주요 패러디 인사 중 하나가 되었다. 2010년 보온병 발언으로 기존의 ‘행불상수’에 이어 ‘보온상수’라는 또 다른 별명을 얻었다. 게다가 연말에는 ‘자연산’ 발언으로 한해를 마무리하는 깨알 같은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아, 덧붙여 대선 후보로 자주 언급되는 ‘다섯 살(五歲) 훈이’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차기 대선후보의 이미지가 이 정도니 어떻게든 판을 바꾸고 싶지 않았을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행불 상수의 명시

진품명품, 진짜 vs 가짜

그래서 SNS를 대표하는 트위터에 공식 계정을 개설했다. 이미 원희룡, 남경필 등 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 차원에서 트위터를 주요 매체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계정 이름이 살짝 이상하다. @twit_hannara?!! 야당인 민주당 트위터 계정은 @minjoodang. 계정 이름만 보고는 이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어째서일까.

그것은 이미 @Hannarardang이라는 이름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선점됐기 때문이다. (@Hannaradang도 마찬가지다. 비슷해 보이지만 ‘r’ 하나가 붙고 안 붙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Hannarardang 트위터 역시 한나라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고까지 한나라당 로고를 가져다 썼다.

– @Hannarardang의 소개글 (http://twitter.com/#!/Hannarardang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한나라당(Hannarardang)입니다. 사회지배층으로서 국민을 선도하고 자본이 곧 민주가 되는 사회를 꿈꿉니다. 가진 것들을 지키고 더 가질수있는 정책을 추구합니다. 광범위한 국토개발을 지지하며 대도시 중심의 광역개발을 찬성합니다. 국민정당 한나라당과 관계없지만 별 차이 없습니다.

마지막 줄이 핵심이다. ‘국민정당 한나라당과 관계없지만 별 차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패러디 계정인 셈. 패러디가 사람을 낚은 것일까? 현재 한나라당 공식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1585명, 패러디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3229명. 두 말 할 것 없이 패러디의 승리다. 이 패러디 트위터가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끔 진짜인지 아닌지 의문이 들만큼 정교한 패러디 실력 때문이다.

이 패러디 트위터는 진짜보다 더 솔직하게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여과 없이 전달한다. 어찌나 보수적 가치에 충실한지 기존 한나라당 로고에 들어가는 붉은 색 점마저 파란 색으로 바꿔버렸다. 좌파 빨갱이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기지 않겠다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유려한 패러디 실력을 보라, 진짜도 울고 갈 실력!!

140자의 힘!

잘 알려져 있듯 트위터는 140자의 짧은 글을 담는 미니블로그(MiniBlog) 매체다. 고작 원고지 1장도 채 안 되는 140자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짧은 메시지 서비스에 세계가 요동하고 있다.

트위터는 말 그대로 지껄임, 소문이다. 그것이 누구의 말인가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메시지인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 트위터에서는 익명의 유저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복사해 나르고 전달한다. 그러면서 이것이 애초에 누구에게서 나온 말인가 하는 점은 사라진다. 메시지만 오롯이 남는 것이다.

트위터의 유저들은 지껄이는 사람인 동시에 소문所聞, 들은 것을 남에게 전해주는 사람이다. 그렇게 메시지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살아 움직이듯 널리 퍼진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당신이 누구냐 하는 것보다 무슨 말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패러디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패러디가 진짜를 대신하는 일까지 빈번히 일어난다.

실례로 지난 G20당시 패러디 트위터가 올린 메시지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 G20기간 동안 트레이닝복 착용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소문은 수많은 네티즌의 원성을 샀다. 음식 쓰레기까지 막더니 이제는 옷차림 까지 제한하냐며 많은 사람들이 항의 메시지를 남기기까지 했다. 물론 진짜에 버금가는 패러디가 만들어낸 소동이었지만. 더 이상 진짜냐 가짜냐 하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는 진짜처럼 말하는 자이다.

그림에는 나오지 않지만 'G20SeouISummit'의 'l(엘)'을 'i(아이)'로 바꿔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

주동자, 주모자를 찾아라?

가짜가 진짜 흉내를 내는 세상에서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진짜일 것이다. 진짜라고 외쳐야 하는 ‘진짜’는 외롭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질문 하나. 어째서 검경찰은 한나라 당을 ‘사칭’하는 저 불온 세력을 아직까지 그대로 두고 있을까? 마음먹는다면 집권 여당을 물 먹이는 이런 사기행각을 처벌할 수 있었을 텐데. 댓글 하나로 잡아가는 세상에서 저런 불온 메시지를 계속 써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용자나 다름 없다. 혹시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잡혀가지 않을까. 그러나 염려하지 마시길. 트위터에 한해서 말한다면 메시지로 그 사람을 추적할 방법은 딱히 없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 정보를 남기기 때문에 추적당할 염려가 있다. 남겨놓은 개인 정보를 가지고 추적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갤러(디씨 인사이드 코미디 갤러리)들이 많이 하듯, 구글에 아이디만 검색해 봐도 대략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시간과 인내만 있다면 얼마든지 신상을 ‘털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먹고 개인 정보를 남기지 않는 경우에는 추적할 방법이 딱히 없다. 트위터에 가입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입력하는 것이라고는 이메일 주소 하나뿐이다. 개인인증? 이딴 거 필요 없다.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얼마든지 트위터 계정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트위터가 외국 서비스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한국의 포털 사이트 같은 경우 검경찰에게 개인 정보는 물론 이메일 내역까지 고스란히 가져다 바치지만 외국 회사인 경우 이것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현실적인 법망 밖에 있는 것이다. 여차저차해서 가입자 이메일을 알았다 치자. 그러더라도 Gmail과 같이 외국 회사의 메일을 사용할 경우엔 똑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선관위에서도 트위터 계정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처벌한다는 강경책을 내놓았지만 개인 정보를 남기지 않는 개인 유저인 경우 역시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그나마 선택한 방법이 그 페이지의 접속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것이다.

예를들어 트위터에서 북한의 우리민족(@uriminzok)계정에 접속하면 위와 같은 그림이 뜬다. 그러나 이를 뚫는 것은 정말 쉽다. 'http://twitter.com...'에서 'http'를 'https'로 바꿔주기만 하면 된다.

여기서 잠깐 웃기는 이야기 하나. 예전에 하이텔, 천리안 등의 PC 통신 시절 이야기다. 험상궂은 경찰들이 천리안 사무실을 급습했단다. 이유인즉 불온한 정보가 오가는 동아리방을 압수 수색하러 왔다면서 동아리방을 찾더란다. 그 다음엔 인터넷 시절. 다음(Daum)에 카페를 개설했다니 사장님 되었다고 축하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금이냐 ‘이뭐병…’ 하고 흘려 넘길 이야기지만 한때 진짜 벌어졌던 이야기다. 얼마 전 유행했던 주동자는 누구, 주모자는 누구냐는 질문이 앞으로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이 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을 잡을 방법도 없으며, 이미 ‘소문’이 된 이상 그를 잡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따라 잡을 수 있다면 따라 잡아봐

뒤늦게 트위터에 입성해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한나라당의 노력은 가상하나 안쓰럽기만 하다. 이들은 언제나 뒷북을 치는 걸까. 왜 이들은 인터넷 세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뒤늦게 대항마를 길러내겠다며 디지털 용사 등을 운운하기만 하는 것일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젊은 세대들이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 젊은 세대 가운데서도 만만치 않게 보수적이고 낡은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제든 한나라당의 홍위병이 되어줄 젊은 인재들은 차고 넘친다. 그것뿐인가 포털 댓글들을 보면 한나라당의 댓글 알바로 추측되는 인물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터넷은 좌파들의 온상, 불온한 메시지가 범람하는 곳처럼 여겨지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좌파라고 분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소통의 공간을 꿈꾸는 탈주자들이 인터넷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메시지, 소문을 만드는 자들이다.

과연 따라 잡을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엮인 네트워크 사회에 대해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강력한 통제사회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반면 통제의 능력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통제의 그물망에 균열을 내는 능력도 함께 발전한다. 통제할 수 없는 여백의 공간이 끝없이 남는 것이다. 이 탈주망들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 탈주의 욕망이 꿈틀거리는 한 그 탈주의 속도를 따라잡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따라잡을 수 있다면 따라 잡아 보라구!!

트위터가 언제까지나 사이버 망명객들의 수다 창구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트위터의 힘은 언제까지 갈까. 그것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늘 그랬듯 앞으로 언젠가는 대량의 사이버 이주민들이 트위터를 떠나 새로운 개척지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아니다. 탈주를 즐기는 당신, 트위터에서 마음껏 놀길.

응답 1개

  1. cman말하길

    글을 읽다보니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트위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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