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邦無道

- 백납(수유너머R)

4월도 벌써 중순이 지나갔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4월은 여러 곳에서 흉흉한 이야기들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대한문 분향소가 철거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북아현에서도 철거 시도가 있었으며 지율스님이 지키고 있는 텐트도, 콜트콜텍 농성장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이 날아왔다고 합니다. 진주의료원 소식도 마음을 심란하게 합니다.

차별금지법안과 관련하여 보수 기독교 단체들은 신도들에게 차별금지법안을 올린 의원실에 전화하도록 하여 의원실 업무가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한 지역에서는 지역 기독교 지도자들이 해당 의원을 불러 간담회도 열었다고 합니다. 이에 응하여 민주당에서는 차별금지법안을 상정하는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보고 있자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한다고 해서 뭐가 나아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치인들, 법과 제도조차 어겨가며 앞장서서 국민을 짓밟는 관료집단, 광신으로 무장한 종교인들이 판치는 사회에서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전경들의 방패 앞에서 몸빵이라도 해야겠는데, 일상적 노동만으로도 뼈는 굽히고 몸은 뒤틀립니다. 연대를 말하기에도 오히려 저들의 연대가 더욱더 공고해 보입니다.

그래도 더 열심히 해보겠다, 잘 해보겠다, 뭘 더 하면 좀 되지 않을까, 희망이 있지 않느냐 따위의 말을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딱히 의미를 가져다 붙이기에는 스스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정말 그냥 할 뿐입니다. 정말 그저 할 말도 없이, 입도 없이 살아갈 뿐이겠습니다. 어떤 교훈도 어떤 주장도 쉽게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한번 나열해 보는 것, 그저 이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그것만이 그저 최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번 호는 노마디즘 세미나를 통해서 나온 세 편의 글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카페 별꼴에서 있었던 상영회 관련 글들도 실었습니다. [열두가지 궁상이몽] 코너는 필진을 재정비해서, 새로운 코너로 돌아왔습니다. 새 코너 이름은 [말세 프로젝트]인데, 말세인 세대를 살아가는 말자들이 시대를 읽으면서 자신의 일상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렇게 꾸준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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