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자기 배려와 전제 없는 코뮨

- 정정훈(수유너머N)

이번 주 위클리 수유너머는 새로운 연재코너를 시작합니다. ‘앎과 향연’이라는 제목의 연재이지요. 수유너머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수유너머 문에서 공부하는 최진호, 강민혁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쓰는 코너입니다. 그리스 철학에 익숙한 독자라면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이 코너는 그리스적 주제를 다룹니다. 보다 정확히는 그리스-로마 철학에서 자기배려의 문제와 현재 우리의 삶의 문제를 연결시켜 고민해보는 장이라고 해야겠지요. 그렇습니다. 푸코의 자기배려라는 테마를 가지고 그리스-로마 철학을 다시 읽는 작업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앎과 향연’의 필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기배려의 유령들을 만나는 글쓰기를 하고싶다’는 제목의 인터뷰에서 그때 나눈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앎과 향연’이라는 코너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할 건지, 필자들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 어떤 사람들인지, 그리고 수유너머 문은 어떤 특징을 가진 집단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인터뷰의 녹취를 풀어보니 A4 10장이 나오더군요. 온라인 의 지면(?) 한계, 즉 스크롤 압박 때문에 그 모든 내용을 다 담지는 못했지만 푸코와 그리스-로마 철학을 통해 삶을 새롭게 이해해보려는 두 사람의 문제의식은 최대한 담아 보았습니다.

이 인터뷰 말미에는 수유너머 문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 나옵니다. 연구공간 너머 + 수유연구실, 연구공간 <수유+너머>, 그리고 지금의 코뮤넷 슈유너머에 이르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얻은 좋고 나쁜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연구집단을 운영해 보려는 수유너머 문 사람의 고민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전제를 미리 설정하고 그것에 맞추어가는 코뮨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만나고 함께 활동하는 구체적인 사람들과 그 관계들을 바탕으로 함께 공부하고 살아가는 방식들을 만들어보려는 수유너머 문의 실험이 성공하길 기대합니다. 전제 없는 코뮨이라는 그 문제의식이 집단적으로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의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호부터 ‘앎과 향연’의 첫 번째 글이 게제 됩니다. 소크라테스라는 익숙한 인물이 어떤 의미에서 ‘무지한 스승’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살펴봐주십시오. 이 글을 통해서 플라톤의 페르소나로서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자기배려를 촉구하며 등애처럼 아테네를 돌아다닌 철학자. 자기배려의 문제의식을 통해 철학과 삶을 재구성하려 했던 소크라테스를 만나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응답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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