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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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 in Weekly 2014-05-06
    "니가 원한대로 다 했어. 그런데도 헤어진다고?” 지난 181호 글의 제목이다. 확실히, 우리는 천천히 헤어지고 있다. 한때 불나게 카톡을 하고, 모여서 술 먹던 관성에서 벗어나 각자의 새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 지난 181호 ‘편집자의 말’ 제목은 사뭇 섬뜩하게 다가온다. “잘못된 낙원은 불타버려야 했죠.” 과연 우리의 ‘낙원’은 어떤 것이었을까?
  • 지안 in Weekly 2014-02-22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감당해야하는 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청소년기 가장 흔한 조언은 이런 것이다. 네가 하고 싶은 꿈을 위해선 대학을 가야하고, 대학을 가기 위해서 수능을 봐야한다는 식의. 물론 이 A-B-C의 세 단계도 무지 간추려진 것이다. 꿈을 위해서 그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D나 E, 심지어 F에 해당하는 일까지도 감당해야 한다.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4-01-22
    이 글은 작년 병역거부 소견서를 발표한 김성민 씨를 인터뷰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김성민 씨의 필명은 ‘들깨’입니다. 들깨는 위클리 수유너머 코너인 ‘수유칼럼’에서 칼럼을 연재해 왔습니다. 본 글에서 인용은 모두 들깨의 소견서입니다. 소견서 전문은 전쟁 없는 세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4-01-08
    2014년 최저임금은 5210원입니다. 지난 여름, 노동자들의 투쟁을 거쳐 작년도 최저임금인 4860원보다 7.2% 인상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대부분의 식당 한끼 밥 값은 7000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5210원으로는 점심 할인 햄버거 세트나 짜장면 정도 먹을 수 있겠네요. 우리는 1시간 일을 해서 한 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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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자가 피아노를 친다. 그녀는 쇼팽을 연주하고 있다. 시선은 불안정하게 악보와 건반을 오가고 박자 역시 엇나가는 것 같다. 뒤에는 다른 사람이 앉아서 그녀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다. 피아노를 치는 여자는 뒤에 있는 여자를 의식하면서 연주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가 치는 선율은 무언가에 억눌려 있는 것 같고, 어쩐지 본래 실력보다 못하게 치는 것 같다. 뒤에 앉아 있는 깐깐해 보이는 여자의 눈에는 아주 잠깐 눈물이 고이려 하지만 이윽고 그녀는 눈을 감아 버린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3-11-19

    코뮨이 무엇일까? 내가 수유너머라는 코뮨에 발을 들인 후 가장 많이 했던 고민은 그것이었다. “코뮨이 무엇인가, 코뮨은 어때야 하는가?” 어떤 사건이나 누군가의 혹은 나의 행동, 무슨 말에 대해서 ‘이건 코뮨인가? 저건 코뮨인가?’ 라고 재고, 따져보고, 생각해왔었다. 사실 나는 꽤 오랫동안 공동체라는 이름에 강한 반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공동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종교나 민족 혹은 가족, 학교를 자동적으로 연상시켰다. 나는 어릴 적부터, 그 …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1-19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마을 주민들 그리고 연대해오는 각종 사람들이 투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는 여전히 강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현장을 소개하면, 송전탑은 산 위에 세워지고 산 위로 갈 수 있는 통로는 경찰이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3-10-21
    활동가가 주는 이미지란 어떤 대단하고 단단한 사람들입니다. 똑 부러지고, 알아서 할 일을 찾고, 모든 열정을 투여하며, 일당백을 해내는 사람들 말이지요. 그러니까 현장에서 당혹스러운 일들이 벌어질 때도 이겨내는 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활동가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주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대개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구성해 가고 그걸 지켜 나가는 사람들일 것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 속할 것입니다.
  •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사에서 무엇을 봤을까. 아마도 나르키소스가 연못을 들여다보았을 때 그 표면은 아주 잔잔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반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최선의 모습이 담길 만큼 고요한 수면 위에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 수면 위는 늘 일렁거린다. 센 물결도 치는데다가 진흙과 물이 뒤섞여 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0-13
    이 글은 앞으로 연재될 밀양의 문제를 다룰 글들 중 첫 번째 글입니다. 라는 제목의 첫 번째 글은 밀양 송전탑 건설이 가진 많은 문제들 중 ‘송전탑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이 송전탑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어디로 가는가, 전력난을 해소할 방법이 전기 생산에 있는가’라는 문제만을 다루고 있고, 앞으로 있을 글들에서 다른 문제들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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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10-07
    밀양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전에서는 2일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퍼트렸지만 실제로 1일부터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 트위터에는 경찰 2000명이 밀양 4개 면에 나눠서 배치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추가로 계속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서울 지역에서 밀양 긴급 탈핵버스가 수목, 금토 양일에 밀양으로 향했고, 부산이나 청도 등 기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연대하는 이 인원들을 빼면 24시간 장기적으로 움막을 지키는 것은 소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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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09-29
    처음 본 인천에는 공장이 많았다. 광역버스를 타고 갔는데, 창문으로 보이는 도로 양 옆으로 공장들이 계속 스쳐갔다. 이 속에 콜트 공장도 있었겠지만 철거되고 지금은 사라졌다. 공장이 없어졌는데, “콜트가 (더 이상) 뭐 가지고 싸우겠느냐”고 누군가 말했다지만, 여기 콜트 공장 터 맞은편에 천막을 치고 “분명 콜트는 공장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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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한 명은 유명한 배우이고 한 명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그녀를 돌보는 간호사이다. 배우인 엘리자베스는 어느 날 연극 의 무대에서 갑자기 몇 분간 대사를 멈추어 버린다. 그리고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들과 남편도 보지 않고, 일상을 정지시킨 채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전히 정상이라는 의사의 소견과는 정반대로 그녀는 전혀 괜찮지가 않
  • 지안 in 편집실에서 2013-07-07
    몇 년 전 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했었습니다. 에서 좋았던 것은 부패한 신라귀족들과 미실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대항하는 세력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당시까지 화랑이던 김유신이, 미실과 손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회입니다.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06-07
    우리의 일생을 과연 누구에게 바치는가, 라는 노랫말을 가진 가요가 있다. 1996년 나온 이 노래는 “‘정복’ 당해버린 지구에서 쓰러져 가버리는 우리의 마음”을 말한다. 가사는 우리의 상태에 대해서 “그에게 팔과 다리와 심장을 잡힌 채” 있고 우리가 많은 걸 ‘잃었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넋이 나간” 영혼들은 자본의 노예로 살아간다. 우리의 심장을 잡고 있는 ‘그’는 누구이며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특히, 이 노래가 나온 지 17년이 흘렀는데 여전히 이렇게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일까?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05-11
    예전에 빵집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장난으로 짤라볼테면 짤라보라는 말을 했을 때, 같이 알바 하던 매니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알바생이 짤린다는 게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너 막상 짤리면 기분 되게 더러울걸?”이라고. 그때 우리는 막 웃었었지만 나는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해고’라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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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어떤 관계가, 완전히 부셔져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되는 때가 있다. 잉마르 베리만의 대표작 에서는 영화 안의 거의 모든 관계가 단절의 직전에 있다. 영화의 주인공 이삭 보리는 의사이자 그가 자신을 표현하듯 “죽음을 앞둔 노인”이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들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인 만큼 주인공 이삭을 중심으로 하여 관계망이 조직된다.
  • 지안 in 동시대반시대 2013-04-13
    지난 수유너머N의 화요토론회에 <신자유주의의 탄생>의 저자 장석준 씨가 방문했다. 토론회를 보고 후기의 형식으로 위클리에 글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에 무지하게 “네!”라고 대답했던 것이 이 글의 시작이다. 사실 나는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이나 그로 인한 사건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따라서 토론회의 중심 내용인 칠레-프랑스-영국의 사건들에 대한 해석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몹시 당연하게도 오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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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마르 베리만이 죽었을 때 우디 앨런은 ‘심오한 질문을 던진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뉴욕타임즈에 기고한다. 그리고 그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이안 감독은 “나는 베리만으로부터 스타일보다는 심오한 질문을 제기하는 정신과 두려운 존재에 대한 도전, 내면의 성찰 등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검색엔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상철학자’ ‘실존주의 영화 거장’이라는 수식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