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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kv 규모의 전기는 과연 필요한가?

- 지안

 

0.

이 글은 앞으로 연재될 밀양의 문제를 다룰 글들 중 첫 번째 글입니다. <765kv 전기는 과연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첫 번째 글은 밀양 송전탑 건설이 가진 많은 문제들 중 ‘송전탑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이 송전탑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어디로 가는가, 전력난을 해소할 방법이 전기 생산에 있는가’라는 문제만을 다루고 있고, 앞으로 있을 글들에서 다른 문제들을 밝혀보려고 합니다.

또한 이 글은 다음의 글에서 자료와 전개 구조를 많이 인용해왔습니다. 더 자세한 분석은 다음의 글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력난 그리고 원전>, 양이원영

<법적 측면에서 본 밀양 송전선로 문제의 원인과 해법>, 하승수

<송전탑, 원자력, 국가, 민중의 삶>, 녹색평론

 

1. 우선 765kv 송전선로란 어떤 것인가?

송전선의 종류에는 66kv, 154kv, 345kv, 765kv 등이 있다. 이 중 밀양에 건설되는 송전선은 765kv 송전선로인데, 이것은 캐나다 퀘백주의 수력발전소들과 미국의 북동부 지역 간을 잇는 1,000km대의 선로처럼 장거리 송전에 주로 사용되는 선로다. 765kv 송전선은 154kv 송전선보다 18배 많은 전기를 생산한다. 따라서 초고압 송전선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이 초고압 송전선는 어떤 점이 문제인가? 우선 송전탑의 규모가 140미터에 달하기에 마을 경관과 환경에 큰 부담을 준다. 뿐만 아니고 학교와 마을, 과수원과 밭을 지나가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송전탑이 세워진 곳의 인근 주민들은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소음피해를 받고 있다. 당연히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 양도 엄청나기에 문제가 된다. 세계 보건 기구 국제암연구소는 고압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발암가능 물질(Group2B)로 지정했다.

 

2. 이 송전탑은 어디에서 어디로 전기를 나르는가?

만약 송전선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입지 여건 상 ‘반드시’ 밀양에 세워져야 한다면 주민들과의 합의를 거쳐 동의를 구하고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송전탑 건설은 밀양에 세워질 필요가 없고 절차상에 있어 터무니없는 보상금(밀양시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시가 6억 9,000만원에 달하는 논에 대해 한전은 8,700만원을 보상금으로 책정했다. 이것은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자살하는 계기가 된다.) 문제와 주민설명회 한 번 만으로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우선 그렇다고 정의하고서 이 송전탑이 어떤 전기 수요에 의해 건설되고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가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 지를 보도록 하자.

경남 밀양을 지나는 765kv 송전선로는 신고리 원전에서 경남 창녕의 북경남 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이다. 이 송전선로는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남 양산시, 밀양시 창녕군을 통과하는 선로로서 길이는 90.535km이고 철탑은 162기 이다. 밀양 구간만을 따지면 길이 39.15km이고 철탑은 99기이다. 쉽게 말하면 신고리 원전에서 북경남 변전소로 밀양 765kv 송전선을 이용해 전기를 옮기는 것이다.(<법적 측면에서 본 밀양 송전선로 문제의 원인과 해법>, 하승수)

애초의 계획은 밀양을 지나는 송전선로를 수도권으로 연결시키려는 것이었다. 제 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고리-북경남-신충복-신안성을 연결하여 신고리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송전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3차 전력수급기본 계획에서 애초의 노선이 폐기 되고, 4/5차 계획에서도 이 송전선에 관한 이야기는 언급되지 않는다. 즉 수도권으로의 연결계획이 폐기된 것이다. 그리고 765kv 송전선로의 사업목적은 ‘영남지역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으로 변경된다. 이렇게 수도권으로의 전기 연결 계획이 폐기된 후 결국 한전은 765kv 송전선로를 통해 같은 영남권 안에서 전기를 수송한다고 사업 노선을 변경한다. 그러나 가까운 영남권 지역 내에서 전기를 수송할 때 765kv의 송전선은 건설할 필요가 없다. (앞서 말했듯 765kv 송전선로는 퀘백-미 동북부와 같이 1,000km 대의 거리를 이을 때나 사용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765kv의 필요 없는 송전선을 건설할 이유도 없고,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지만 한전은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3. 765kv 송전선 규모의 전기 생산이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지난 여름, 전력난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한전 역시 전력난을 근거로 들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선 이번 여름철의 전력수급과 밀양 송전선로 문제는 관계가 없다. 신고리 3호기는 2013년 연말 상업운행 예정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고리 3호기의 운행이 늦어진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전력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데, 3호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전체 전기생산량의 1.7%에 불과하며 이 정도의 전기는 ‘영남권의 수요관리’ 등을 통해 해결 가능한 양이다.

그래도 관리보다 ‘생산’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일 수 있다. 생산에 익숙한 감각 때문이다. ‘그냥 “쉽게” 전기 생산을 더 하면 전력난도 사라질 것 같은데 왜 굳이 전기를 “관리”해야 하고, 그 관리는 개개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전기를 수요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력난의 문제는 정확하게, 전력 확보의 문제가 아닌 전력 관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잡지 않고 늘어나는 대로 내버려둔 상태에서는 아무리 대용량 원전을 많이 지어 공급해도 전기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 한마디로 오히려 늘어나는 원전 때문에 전력 부족 사태가 벌어지는 형국이고 아무리 원전을 더 지어도 전기는 늘 부족할 것이다. 전기 관리 정책의 한 예로 2009년 한파에 프랑스 전력 당국은 주변 나라들에서 전기를 수입해도 전기가 부족하니까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순환정전을 감행했다. 또한 독일은 2011년에 17기의 원전 중 8기를 안전 문제로 갑자기 중단했지만 전기 부족 사태는 없었다. 독일의 탈원전 정책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단순히 재생가능 에너지만을 확대해서가 아니라 전기 소비를 꾸준히 줄이는 정책을 썼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의 한국 전력난은 정부의 총체적인 전력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체 전기량 중 30% 가량의 전기를 원전에서 공급하다보니, 2012년 10월 2일 신고리 원전 1호기와 영광 원전 5호기가 동시 고장됐던 것처럼, 예상치 못하게 전기 공급이 끊기는 불안정한 전기 공급 체계가 된 것이다. 원전은 우리가 후쿠시마를 통해 보았듯이 위험부담이 큰 전기 생산 방법이다. 핵과 핵 폐기물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전력난과 관련해서도 원전은 위험부담이 크다. 사실 전기 수요는 갑자기 늘어나지 않는다. 보통 특정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데 그것은 시간대별, 계절별, 요일별로 수십 년간 패턴화 되어 있기에 예측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다른 전기 생산형태보다 원자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시 복구하기까지 장시간 걸린다는 것이다. 대용량 원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복구하고 재가동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럼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지금 가진 전기 양을 제대로 분배하고 수요 관리하는 것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앞서 말했듯 전기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난방기 온도를 1도만 조정해도 원전 1기 분량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도시를 중심으로 현재 건설되는 건물들의 형태를 보면, 거의가 통 유리 건물이다. 자연히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표적으로 시청이나 구청 건물이 그렇다. 이런 건물들은 대체로 상업 건물들인데 이 상업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기가 전체 전기양의 27%다. 문제는 이런 전기들이 가정에서 쓰이는 전기보다 더 싼 값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30%~40% 싼 값에 제공되는 전기 때문에 해외공장들도 한국에 몰리는 상황이다. 산업계에서 쓰는 전기는 총 55%이고 상업 건물이 쓰는 전기가 전체 27%이다. 그런데 싼 값에 제공된다는 것은 전기가 낭비되는 문제와도 자연히 연결된다. 산업체에서 사용되는 전기나 상업 용도로 쓰이는 전기에는 누진세가 없다. 그리고 원가보다 싼 전기 요금도 문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비전력이 부족할 때에도, 매일 어느 시간대에도(가게에서 손님을 맞는 준비를 하는 10~11시에 전기 수요가 쏠리는 현상과 관련된다.), 어느 계절에도 동일한 전기 요금이니 자연스레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노력들은 사실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고, 본 글에서 다루지 않은 전기 확보-생산의 의미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전력을 확보하는 의미로서 전기 확보-의 방법도 다양하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 실행되고 있는 것들도 많다.

 

이 글에서 첫째로, 송전탑 건설을 통해 만들어질 전기는 영남권 전력 확보라는 목적을 띄고 있는데 그건 사실상 765kv 송전탑을 건설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보았으며, 둘째로 원전 건설을 통한 전기 생산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 그리고 지금 전력난의 문제가 전기 생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전기 관리 대책이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았다. 즉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에 대해 국가가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조차 없이 자행되는 일이다. <전원개발촉진법>에 근거해 한 번의 주민 설명회만으로 공사를 추진한 한전은, 위와 같은 사실들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대화나 소통도 없이 밀어붙이기 식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송전탑 건설 자체가 무의미한 일인데 거기에 더해 그 과정에서 정당한 합의나 보상금 지급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아가서 공권력은 밀양 주민들을 때리고 불법채증하고 연행해가고 있다. 이 사태에 대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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