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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분노합시다!

- 지안

몇 년 전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를 좋아했었습니다. <선덕여왕>에서 좋았던 것은 부패한 신라귀족들과 미실이라는 독재자에 맞서 대항하는 세력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당시까지 화랑이던 김유신이, 미실과 손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던 회입니다.
극중에서 김유신의 집안은 가야 멸망 후 신라와 결합한 상황이었고 가야민족을 대표하는 집안이었지만 출신성분 탓에 언제나 입지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죠. 거기에 더해 미실과 권력집단은 대항세력들을 탄압하기 위해 가야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그들을 쫓아냅니다. 가야 후손들이 맞고 짓밟히고 욕설을 들으며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후 미실은 김유신을 대항세력의 핵심 인물인 덕만과 떨어뜨려놓기 위해 김유신의 집안에 손을 내밉니다. 이때 김유신은 반발하지만 김유신의 아버지와 집안사람들은 가야 민족들의 안위와 집안을 위해 미실과 손을 잡자고 합니다. 가야 민족이 이제껏 핍박받은 것이 아무리 부당한 일이었다고 하더라도 “목검으로 바위를 쪼갤 수는 없다”며 말입니다. 김유신은 그길로 달려가 목검으로 수없이 바위를 치며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가야를 위해서, 더 큰 대의를 위해서 너무도 뻔히 보이는 수를 쓰는 기득권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인지.
당연히 바위는 목검보다 너무도 단단합니다. 바위 앞에서 목검은 계속 부러집니다. 그렇지만 바위보다 단단했던 김유신의 의지 앞에서 결국 바위가 쪼개집니다. 바위가 쪼개지는 장면은 드라마적이라기보다 만화적인 상황에 가까울지라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김유신은 아버지에게 그길로 돌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분노가 먼저입니다”라고요. 그는 앞으로의 안위나 좋은 일을 해볼 수 있는 더 큰 힘을 갖게 되는 것, 더 큰 대의가 중요할지라도 우선은 “분노가 먼저입니다”라고 재차 말합니다.

사실 이번 국정원 게이트를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국가정보원에서 여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했다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놓여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선거비리와 그에 따른 책임이 명확히 밝혀지고 선거가 정당하게 치러진다고 해도 지금의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많은 대학가와 지식인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민주주의 권리 침해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투표권으로부터 배제된 한 사람으로써 저는 ‘선거’를 그다지 신성한 의사표현의 장으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화가 나는 것은 여론이 조작되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여러 가지 의견이 통과하며 교류되어야 할 장이 누군가의 이익 때문에 분열을 조장했고 파괴되었습니다. 저는 그것에 대해 분노합니다. 부당한 일을 바로 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참고 넘어가는 일보다 불편하지만 ‘분노하는 것’이 세상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일은 불편하지만 그것이 만드는 균열은 굳어진 상태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함께 균열을 만들자는 것. 분노해야 할 일에 대해 분노하자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책임자가 반드시 밝혀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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