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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반시대

국가 폭력과 싸우는 밀양

- 지안

단장면 단장리 4공구 금곡헬기장 앞 상황

밀양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전에서는 2일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을 언론에 퍼트렸지만 실제로 1일부터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 트위터에는 경찰 2000명이 밀양 4개 면에 나눠서 배치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왔고, 추가로 계속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전해졌다. 서울 지역에서 밀양 긴급 탈핵버스가 수목, 금토 양일에 밀양으로 향했고, 부산이나 청도 등 기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연대하는 이 인원들을 빼면 24시간 장기적으로 움막을 지키는 것은 소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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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 버스를 타고 밀양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1시 반쯤이었다. 버스에서 눈을 붙이고 4시쯤 우리가 배정받은 단장면 단장리 4공구 금곡헬기장 앞 움막에 도착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경찰로부터 움막을 지키기 위해 새벽 내내 마을 12가구 중 90% 이상이 나와 있었다. 하지만 언제 행정대집행이 이루어질지, 경찰이 올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었고 그것을 감당하기에 움막에 모인 마을 주민들은 너무 적은 숫자였다.

우선 송전탑이 실제로 세워지는 산 위에는 현재 진입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현장은, 산 밑에는 헬기장이 있고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 움막이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움막이 밀양 투쟁의 거점인데, 헬기장 바로 앞에 있는 이 움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일단 이곳이 투쟁의 거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헬기가 뜬다는 것은 송전탑 공사에 필요한 중자재들을 실어 나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헬기 이륙은 주민 입장에서도 한전 입장에서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즉 졸속으로 강행되는 공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헬기가 뜨는 것을 막는 행위이다. 그러나 회의를 거친 후 금곡헬기장으로 진입해 헬기 사용을 직접적으로 막는 것보다도 다 같이 움막-거점을 지켜내는 것이 더 옳은 판단이라고 결정했기에 전 인원이 움막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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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 반경, 드디어 경찰 버스가 현장으로 진입해 왔다. 처음 세 대가 들어왔고, 그 이후로도 계속 병력이 추가된 것 같았다. 경찰들은 금곡헬기장 울타리를 둘러싸는 형태로 배치되었다. 이날 총 400여명의 경찰과 70여명의 밀양시청 직원들이 우리와 대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런 부딪힘이나 갈등이 없는 대치 상황일 뿐이었지만 경찰은 오자마자 채증을 시작했다. 경찰은 복면을 쓰거나 사복을 입고 채증을 했고, 심지어 한전 직원이 등산복을 입고 경찰 뒤에 숨어 카메라로 무언가를 찍어 가는 행위도 빈번했다. 채증에 대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강경 대응만 일관했고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책임자도 나오지 않고 관등 성명도 하지 못하는 경찰이 이날 가장 많이 한 말은 “차오니까 비키세요”였다.

 

헬기와 첫 번째 연행

9시쯤, 헬기가 뜨기 시작했다. 헬기는 이때부터 서울 수목버스 팀이 떠나는 저녁 6시까지 20분 정도의 간격으로 쉼 없이 중자재를 날랐다. 헬기가 뜬다는 것에 담긴 의미를 아는데 누가 멀쩡히 그걸 바라볼 수 있었을까. ‘헬기’라는 건 너무 막강해 보이는 힘이었다. 되돌리기에도, 멈추기에도, 막기에도, 인력으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자본의 어떤 거대한 힘 같은 것이었다. 그런 헬기가 이륙하자, 마을 주민 할머니 한 분이 그대로 도로에 주저앉고 목 놓아 우셨다. 그러는 동안 헬기는 이 상황과 어딘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것처럼 차분히 공사 자재를 나르고 있었다. 너무 말도 안 되고 답답한 이 상황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들 같은 심정이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헬기는 그냥 주위에 아주 큰 바람을 일으키며 이륙-착륙을 반복할 뿐이었다. 절망감에 빠진 밀양 주민 할머니가 헬기가 이륙하는 것을 보며 몇 번이고 차도에 누워서 우실 때, 결국 우리는 액션을 취하기로 했다. 움막을 지키는 인원을 제하고 시위 대 중 일부가 할머니와 함께 차도에 누웠다. 그것은 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더라도 이 추운 날, 졸속으로 강행되는 공사에 대항하는 일을 할머니 혼자 견디게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우리가 외친 것은 오직 하나였다. “헬기 사용을 중단하”고 “한전 관계자가 나와”서 이쪽과 대화를 나누자 것 하나. 그러나 한전 측은 아무 반응도 없었고, 직원들이 경찰이 에워싸며 지키고 있는 울타리 위에 서서 시위대들의 영상을 찍어 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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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위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고, 내 생각이 많았던 만큼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저쪽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그들은 무슨 마음으로 저기 서 있을까? 그런 와중에 군데군데 경찰과 시위대 간에 싸움이 벌어졌고 헬기는 시끄러운 소리와 센 바람을 일으키며 이륙-착륙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정신없는 현장이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강경 대응하는 경찰과 채증, 그 와중에 얼굴을 때리는 바람과 시끄러운 헬기 소리는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때 시위대 중 누군가 헬기장으로 진입했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헬기장 앞으로 달려가니 시위대 중 한 사람이 경찰 7~8명에게 몸이 들려서 연행되고 있었다. 이날 헬기장에서만 총 7명이 연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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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대집행과 두 번째 연행

아마 이른 오후부터 행정대집행을 하러 공무원들이 왔던 것 같다. 함께 밀양에 갔던 일행들과 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 다시 움막 앞 현장으로 돌아왔다. ‘경찰이 시위대 중 2명을 데리고 가 풀어주지 않는다’, ‘신변 확인도 해주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황은 격렬해졌고 많은 인원이 그쪽으로 간 상황에서 드디어 행정대집행을 하러 온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막아! 막아!”라는 소리가 들려서 앞으로 갔을 때는 이미 상대적으로 너무 많은 숫자의 공무원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우리는 움막을 한 줄로 길게 둘러싼 형태로 대열을 유지했고 그런 우리를 몇 배나 많은 숫자의 공무원과 경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런 식의 대치가 한참 이어지다 결국 공무원들은 철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좀 전에 경찰이 데려간 2명이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날 한 현장에서 총 9명이 연행된 것이다.

철수하기로 했던 공무원들은 차 뒤에 숨어서 대열이 흩트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공무원 퇴근 시간인 5시가 넘도록 이들은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결국 6시가 돼서야 퇴근했다. 이들이 퇴근하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연대해 온 사람들도 현장을 떠날 수 있었다. 앞으로 행정대집행이 계속 들어올 텐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 발걸음이 정말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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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

처음 우리가 막 경찰과 대치했을 때 한 마을 주민 분이 이렇게 말했다. “이 선(차도)을 두고 저긴(한전/경찰) 북한이고 여긴(움막) 남한인거야” 여론에서는 밀양 투쟁을 두고 마을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로 몰고 가거나, 연대 해 온 각종 단체/사람들을 ‘외부세력’으로 매도하지만 실상 <민주주의>라는 근본적인 바탕조차 부재하는 곳은 바로 “저기”, 차도 너머였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과 시위대가 몇 십 분을 도로 위에 누워 있으며 외쳤던, 대표끼리 ‘대화’하자는 단 하나의 의견마저도 묵살해 버리는 “저기”에 정말로 상식은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공권력에 민주주의는 없었다. 공권력은 사복을 입고 공무원과 한전 직원 틈에 숨었고, 복면을 쓰고 채증을 했으며 작은 일에도 강경 대응했다. <방패를 든 경찰이 에워싸고 있는 울타리 뒤에서, 한전 직원이 시위대를 보며 웃으면서 영상을 찍는> 이 상황은 현실을 압축시켜 놓을 것 같았다. 도대체 이 불필요한 싸움에 동조하는 공권력을 누가 막을 수 있으며 저들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응답 2개

  1. 미몽말하길

    착잡하네요. 밀양주민들은 정든 곳, 살던 곳을 지키기 위해 이 시간에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텐데, 여느 때와 같이 평온하고 조용한 일상 속에서 별 일없는 듯 살고 있는 제가 부끄럽고요. 공권력이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풀과 나무만이 지키고 있는 곳에 저리 엄청난 인원이 투입된 것을 들으니 정말 화가 납니다.

  2. 말하길

    밀양현장을 상세히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헬기의 비상과 바람 속에서 국가권력의 중력이 느껴지는군요. 무심히 이륙하는 헬기를 보며 허탈해진 몸을 내려놓고 마는 할머니의 모습이 자꾸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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