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우리는 다르다

- 재규어

몇 달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가끔 아주 조용히 들려오는 물음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동체는 무엇인가? 위클리 수유너머 개편에 맞춰 준비를 하면서 생긴 궁금증이다. 이 물음이 위클리 수유너머 때문에 생각해보게 된 것은 아니고 예전부터 연구실에서 공부하면서 종종 들었던 물음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때에는 공동체에 대해 이상적이었으며 내 머릿속은 추상적인 말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나는 친한 친구들과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기로 했다. 나와 친구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거의 7년이라는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내왔지만 우리 네 명은 한 번도 함께 여행을 가 본 적이 없다. 항상 말로만 여행하다가 끝나기 일쑤였다. 이번에는 모처럼 서로 시간이 맞아서 꼭 가자 했던 여행이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생겼다. 분열.

여행을 하는 스타일이 서로 달랐다. 계획을 세우고 가느냐 아니면 계획 없이 가느냐. 나는 학교에서의 과제며 이번 개편에 맞춰 준비 작업들이 겹쳐서 제대로 여행 계획을 짤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원래부터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도착지가 어디라도 상관없이 내게 여행은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닐 뿐이다.

그것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큰일이었다. 나와 여행스타일이 반대인 친구는 서로의 다름을 이해는 하지만 함께할 수 없다 하여 결국 부산에 가지 않기로 하였다. 서로 싸우거나 감정 상하는 일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는 서로를 인정했다.

친구 이전에 타인이기에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지만 나는 이 과정이 참 낯설었다.

우리 네 명에게서 각기 다른 소리들이 나오는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닐 텐데 말이다.

공동체는 절대로 추상적인 말들의 나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공동체를 무엇인가 라는 그 질문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있었다. 공동체는 사람이 모인 곳이다. 무엇이라는 물음에 대답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내가 몇 달간 고민할 수밖에 없던 것 같다. 아주 낯설게 다가왔던 여행 계획에서의 사건은 공동체에 대해 어떤 접근을 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었다. 몇 달 동안 생각해본 기간에 비해 접근에 대한 깨달음은 참으로 진부하다. 타인,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이 공동체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공동체는 그러한 방식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깨지고 반복된다.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이 한 번 깨어지고 다시 형성되었지만 이 또한 언젠가는 금방 깨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친구들과의 분열도 아닌 분열이라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났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느 때처럼 잘 지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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