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길을 따라…

- 재규어

 

텔레비전의 아침방송이나 종종 건강 관련 프로그램들을 볼 때나 최근 뉴스에서도 본 것인데 하루에 30분 걷는 것이 건강에는 물론 노화 방지에도 탁월하다는 방송을 보았다. 걷는 것이 인체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연구 사례들이 나왔고 모두가 아는 건강 상식이다. 건강을 위해 하는 말이라면 꽤나 진부한 말인 걷기 운동이지만 나는 건강을 떠나 걷는 것이 재미있다.

나는 시간이 날 때면 하루에 30분 이상은 항상 음악을 들으며 동네 주변을 걷는다. 강아지 산책을 위해서 매일 걷는 이유도 있고 매일 햇빛을 봐 줘야 건강해진 것 같은 기분에 걷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매력을 느낀다. 그런데 잠깐, 아무런 생각 없이…? 예전에 인문학 강의에서 들었던 인상 깊은 부분이 있는데 인간은 생각을 안 하고는 살 수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인간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오히려 그런 인간은 어떤 경지에 오른 ‘성인’ 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그렇다.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나마나 딱히 중요하지도 않은 생각들, ‘(아침을 먹으면서) 오늘 점심 뭐 먹지?, 커피를 마실까?, 아 어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어.’ 등등 아니면 고민거리로 괜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잡념으로 하루를 날려버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잡념이 아닌 생각다운 생각이란 것도 사실 모호하다. 잡념이든 아니든 혹은 생각다운 생각이든지 결국 그 끝은 고민으로 귀결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히 라디오에서 들었던 지오디의 길이라는 노래가 귓가에서 맴돈다. 초등학교 때 참 많이도 들었지만 당시에는 가사의 뜻보다도 지오디가 좋아서 들었던 이 노래가 지금은 가사의 소절 하나하나가 왜 이리도 귓가를 콕콕 찌르는지…

이제는 방학이란 단어도 내게는 마지막이 될 겨울방학인 요즘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신기하게도 어쩜 고민거리가 비슷한지 그래서 함께 같은 고민을 나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만남들의 연속이었다. 물론 사소하게는 고민 지점이 다른 부분도 있지만 결국에는 공통되는 것들이었다. 역시 나만이 고민을 안고 방황하는 것도 아니다. 끝난 줄 알았던 사춘기는 잊을 만하면 또 다시 찾아오고, 반복한다. 방황기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아무튼 나뿐만 아닌 현재 방황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인 지오디의 길 앞부분 가사를 첨부해 보겠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지오디의 길 앞부분

 

나는 고민의 끝을 내기 위해 양재천 다리 밑을 끝없이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마주하는 전혀 다른 길을 보게 된다. 다리 위로는 차가 쌩쌩 달리고 양재천 옆으로는 바위들이 보기 좋게 줄지어 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다리 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농구하는 청년들이 보인다. 그저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무작정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의식적으로 눈을 돌려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항상 보던 것들인 파란 하늘, 쌩쌩 달리는 차들, 도시의 소음 이런 것들이 다시 보일 때 어느 순간 나의 잡념은 한 발 물러난다.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잡념이 내게 치고 들어오려고 할 때, 그럴 때면 코너를 돈다든지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나의 잡념도 방향을 바꾸도록 해보려고 한다.

아무쪼록 나도, 나의 친구들도 그리고 안녕하지 못하는 곳곳들에 함께 한다는 위로와 우리의 전환을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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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식 중에 찍은 사진 하나 투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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