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Releases

  • images
    주지하다시피 근대적인 사랑이 확립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주어에 열정, 낭만, 권태, 감정, 설렘, 인정, 광기 등등의 술어를 쉽게 붙인다. 하지만 사랑에 이러한 술어가 붙은 것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근 200년 정도밖에 안된 것으로, 사랑을 가족이나 공동체로부터 분리시켜 순수한 개인 대 개인 간의 관계로 보게 된 것은 분명히 역사적 산물이다.
  • b0043984_2120926
    내가 영화를 보면서 꿰어 맞췄던 퍼즐은 마지막 신(scene)에서 산산이 흩어져버렸다. 주인공들을 그저 현실물정 모르는 청년들의 유희라고 판단했던 내 생각들이, 순수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고, 그들은 그저 어른아이라고 생각했던 내 판단들이, 마지막 신에서 송두리째 뒤집혀 버렸다.
  • 02_JGBPO4_2003
    나는 이 영화를 세 번 보았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중3 때여서 그런지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재밌는 SF물로 보았다. 수능 끝나고 우연하게 다시 봤을 때는 중3 때 봤을 때보다는 나름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보였다. 허나 내가 느낀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역시 인간은 나쁜 동물이야' 정도였고, 영화가 반전 또한 괜찮아서 그냥 즐겁게 타임킬링 한 영화로 기억에 저장해 놓았다. 최근에 우연한 기회로 이 영화로 다시 보게 되었는데, 나는 정말 경악했다.
  • 성현 in 편집실에서 2013-06-20
    1960년 런던 한 재판정에서 야유와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피고는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어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시작되는 로런스의 소설, 이었다. 피고 쪽은 육체와 인생에 대한 참다운 성찰이 배어 있는 수작이라 호소했고, 원고 쪽은 수치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타락한 외설의 맹독성이 여전히 반사회적인 위험요소라 쏘아댔다. 작가의 사후 30년이 지나 벌어진 ‘채털리 사건’ 재판은 결국 무삭제판 판금 해제로 판결나면서, 19세기의 법이 20세기의 내면을 구속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 NCFOM_Chigurh_WildEyes
    니체의 말마따나 인간은 무(無)라도 의지한다. 인간은 무언가에 의지해야지만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고 지속시킬 수 있다. ‘시대’나 ‘역사’, ‘세계’와 같은 별이 사라진 시대에서도 인간은 무언가에 의지하고, 의지하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타자와 싸운다. 이 영화에서 그려진, 거대서사가 사라진 시대에 인간이 의지하는 대상은 바로 ‘나’와 ‘주사위로서의 동전’ 그리고 ‘돈’이다.
  • 성현 in 편집실에서 2013-05-18
    저는 개인적으로 tv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최근에 굉장히 재밌게 본 두 개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직장의 신 10화이고 또 하나는 이 주 전에 했던 무한도전 무한상사편입니다. 직장의 신 10화에서는 회사에 20년을 넘게 근무한 고과장이 권고사직으로 인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습니다. 이 10화에서의 백미는 그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황갑득 과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무정한의 노력
  • images
    영화가 시작되면 하얀 병실의 벽 위로 가볍게 움직이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한동안 어른거리고, 이윽고 문이 열리면 신부 상현(송강호)이 들어온다. 하얀색이 주는 창백하고 차가운 톤은 이 영화의 주된 분위기를 구성한다. 나중에는 자신들의 집의 대부분을 하얀색으로 색칠하기도 하는데, 이렇듯 병실의 느낌을 주는 하얀색은 이 등장인물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의 환유이다. 세상은 병실이며 그들은 모두 어떤 병을 앓고 있다.
  • 성현 in 편집실에서 2013-04-13
    벌써 위클리와 함께한지 3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그 동안 너무 열심히 안 해서 위클리에 별로 도움이 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 벌써 4월이 되었네요. 짧으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3개월 동안 크고 작은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 내 힘은 정말 미약하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구나..” 이런 생각들은 시도 때도 없이 뇌리에서 번뜩거렸습니
  • milya
    성현 in 동시대반시대 2013-03-03
    처음 밀양 송전탑 투쟁 숙소에 들어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당시 날이 추워서였기도 했지만 그 공간 안은, 내복을 입은 나에게도 한기가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추웠기 때문이다. 그런 추운 공간 안에서 몇 개의 히터에 의지한 채 주무시고 계시는 세 분의 할아버님들이 눈에 보였다. 아무런 사전 연락 없이 갑자기 찾아온 우리를 보며 짐짓 깜짝 놀라하셨지만, 이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