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암껏도 안하는 행사 말고 뭔가 하는 총파업

- 박정수(수유너머R)

다음주 화요일이 5월 1일 메이데이입니다. <위클리수유너머>는 이번 주와 다음주 연속으로 메이데이 총파업을 다룹니다. 해마다 있는 노동계 행사라면 다룰 이유가 없겠지만 이번 메이데이에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3월부터 시청광장을 점거(occupy)해온 ‘아나키’한 젊은이들의 ‘프레카리아트의 거리점거’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아큐파이’ 그룹이 제안한 세계적 총파업(Global general strike)입니다. 새롭다기보다는 오히려 총파업 본연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계획입니다. 파업(strike)이란 힘든 일을 안하고 쉰다는 의미가 아니라 임노동을 거부하고 자본의 순환에 타격을 가한다는 의미가 있으며, ‘총-’(general)이란 단지 파업의 규모가 크다는 게 아니라 직업, 직종, 지역, 인종, 성별,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 특히 민족의 경계를 넘는 파업의 인터내셔널한 특이성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들이 제안한 총파업에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이뤄진 ‘점거’(occupy)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파업은 단지 노동의 공간을 ‘비우는’ 것만이 아니라 그 사유화된 공간을 점거하여 대안적인 공통성으로 ‘채우는’ 행위입니다. 파업은 단지 노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그 안 함이 자본의 흐름에 충격을 가하는 행위로 작용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집회가 그런 작용을 할 때가 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시청광장에 모여서 연설에 지루해 하고 의례적인 구호 외치는 걸로는 십 만명이 와도 별 의미 없습니다. 당장 공장의 기계를 멈추거나 항만을 점거할 수는 없겠지만, 각자의 삶에서 겪는 숨막히는 자본주의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자본의 순환과 속도와 어긋하는 짓을 함께 해 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지난주 4.20 장애인차별의 날 집회 때 기어서 도로를 행진한 장애인들처럼, 혹은 그 장애인들과 함께 아주 느린 속도로 도로를 행진하는 건 어떨까요? 그 느린 속도 속에서 각자 어떻게들 살아가는지,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 이 자본의 천국에 대해 어떤 이물감들을 느끼는지 이야기 나누고 그걸 즉석에서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리고 노래로 만들어 각설이패처럼 활보하면 어떨까요. 그러다 배고프면 길거리에서 오뎅탕을 끓여 나눠 먹기도 하고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면서, 그렇게 평소 하던 짓을 다른 공간으로 옮겨서 해보고 평소 안 하던 짓을 함께 해 보고 평소 하지 않던 대화를 나누고 평소 외면했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그런 메이데이 총파업이 되면 좋겠습니다. 연단을 향해 앉아서 암껏도 안 하는 행사가 아니라 스스로 다른 장소로 움직이며 세상을 이동시키는 그런 총파업이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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