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괜찮지 않아도,

- 숨(수유너머R)

괜찮은거니? 요즘 위클리 수유너머의 안부를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난 겨울 위클리 발행이 사전공지 없이 몇주간지연된 기간이 있었습니다. 근래에도 사정은 썩 좋지 않아 업데이트 요일도 들쑥날쑥하고 올라오는 원고의 수도 적습니다. 충분히 걱정할만합니다. 저도 걱정됩니다. 어쩌면 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망해도 된다고, 창간할 때 목표는 100호까지였다고, 선배들은 웃으면서 말했지만 진짜 망했을 때 지금 편집진이 웃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위클리를 보며 누구는 한, 두 달 정도 휴간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선배들에게 구조요청을 하라고 합니다.

필진섭외력, 기획력, 팀워크 등등 기타 능력의 결핍이나 부족을 문제로 꼽을 수도 있겠습니다. 편집팀을 이루는 구성원 각자의 책임감 결여나 선배들이 성급하게 위클리에서 손을 뗀 것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겠습니다. 객관적이고 타당한 이유를 분석해서 처방전을 내놓기 이전에 잠시 기다려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위클리 편집팀은 저까지 포함해서 다섯명입니다. 백납은 삼 개월 정도 일을 쉬는 기간 동안에도 연구실 안팎의 잡무로 인해서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위클리는 그의 부담을 가중시킵니다. 원고를 취합하고 업데이트를 하느라 새벽까지 잠 못 드는 경우가 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합니다. 활동보조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더 바빠지겠지만 누구보다 든든하게 위클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입니다.

올해 새로이 대학원을 다니는 일환 또한 정신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특유의 진지함과 성실함으로 회의를 주도합니다. 위클리를 살아있는 꼬뮨활동으로 만들고자하는 그의 바람과 의지를 보며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새롭게 결합한 성현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랍니다. 그래도 신입답게 일환이 떠넘기는 일들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취재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공부를 균형감 있게 이루어가려는 욕심이 돋보입니다.

주노정은 해방촌 빈집에 살며 마을활동으로 분주합니다. 편집자의 말을 그 누구보다 고심해서 길게 쓰는 능력이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문제의식을 나누려는 태도는 지금 편집자의 말 몇자를 쓰지 못해 끙끙대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좋습니다. 진지하게 위클리의 개편계획을 고심하는 일환이 좋고, 뭐 이런 걸 재미로 하나 해야하니까 하는 거지 글 쓰는 기회 자체도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쿨하게 말하는 덕규가 좋고, 생각보다 멋지지 않은 편집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빛내는 성현이 좋고, 관심없는 척하지만 내심 위클리를 걱정하는 주노정이 좋습니다.

괜찮다고, 별 문제 없다고 큰 소리치고 다음 호부터 짜잔, 멋지게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싶지만 당장은 어려운 거 압니다. 하지만 자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깊은 반성과 성찰 이후 발전적인 비전을 약속하며 앞으로는 잘 될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망해버려라 하고 집어치우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왕 우리 힘으로 하기로 한 거 구조요청도 답은 아닌 거 같습니다. 잠시 기간을 두고 쉰다면 쭉 쉴 거 같다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해야겠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지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의 말을 쓰면서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왔나, 사람들이 위클리에 어떤 글을 쓰나 문득 궁금해져 지난 호를 찬찬히 읽어봅니다. 현장의 생생한 육성이 담긴 글들을 읽으니 울컥하다가 웃다가 저 혼자 난리 부루스를 춥니다.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떠올립니다. 아, 위클리를 만드는 재미가 여기 있었지. 묻혀있던 나의 목소리와 너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재미. 안 보이지만 살아있다고, 우리 죽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재미.

그래서인지 변명인지 사과인지 회피인지 모를 소리를 잔뜩 늘어놓고 말았습니다. 말끔한 단어와 문장을 통해 완결된 모습으로 비춰지는 편집팀이고 싶지 않습니다. 위클리에서 자기 육성을 내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우리 위클리 편집팀도 괜찮지 않은 지금을 솔직하게 과정으로 드러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위클리의 필진이자 독자인 연구실 동료과 수유너머의 친구들도 그 과정을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153호에서는 산학협력 인턴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기업에 이중착취를 당하는 대학생을 인터뷰했습니다. 등록금을 다 내고도 학점을 볼모로 인터넷 언론사에 노동력을 착취당해야만 하는 스토리가 분노의 근육을 움찔거리게 만듭니다.

응답 2개

  1. 말하길

    그랬군여. 그래도 참신한 기획이 속속 올라와서 기쁘게 읽고 있습니다. 조만간 같이 머리 한번 써 보죠.

  2. 지오말하길

    짝짝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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