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말할 수 없는 무력함

- 주노정

#1
5년만입니다. 사실상 대선이 시작 된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참 재미없습니다. 국가권력과 아주 먼 위치에 있는 저 같은 사람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누가 되든 크게 상관하지 않습니다. 사실 문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누가 되어선 안 되느냐’일 것입니다. 어디 반대표 던질 곳은 없나요?

#2
다음 달이면 대선입니다. ‘선거’, 참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단어입니다. ‘무지막지한 돈과 인력’들을 끌어들여 권력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우리는 봅니다. 대선이 이제 한 달 남으니,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공약들이 길가에 줄지어 펄럭입니다.

저는 요즘 ‘자연스럽게’ 되도록 조용하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자연스럽다’는 말이 참 애매모호합니다. 억지로 일을 꾸미는 인위적인 것에 반대되는 개념이긴 한데, 나쁘게 말하면 드러내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말도 되고, 또 우유부단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가끔은 적극적으로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3
이번 위클리 수유너머 141호는 대선에 대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홈리스, 동성애자, 장애인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도 함께 듣고 싶었지만 사정상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홈리스들은 투표권이 없습니다.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은 투표를 하고 싶어도 투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힘겹습니다. 아무리 선거를 많이 해도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는 후보들의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선거라는 제도 안에서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무력하기만 합니다. 모두가 똑같이 한 표씩 가졌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평등해서 너무나 무력합니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똑같은 크기로 말을 할 수 있어서 누구의 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선후보들은 도대체 누구의 말을 듣고 있는건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부터 새로운 코너가 실립니다. 이솔의 공공공(公共空)입니다. 미술과 시각문화 전반에 대한 공공성과 정치성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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