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하늘임을 자임하다.

- 백납(수유너머R)

어떤 집단이 스스로를 하늘이라 일컫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이렇게 말하면, 누구라도 코웃음을 치며 오만의 극치라 비꼬았을지도 모릅니다. 하늘이라는 말은 어떤 질서를 뜻하기도 하는가 하면, 만물의 주재자로서의 신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하늘이라 칭하니 얼마나 오만해 보일까요.

그런데 듣고보니 그냥 그런 의미는 아니랍니다. 억압받고 소외된 우리 모두가 하늘이라는 이야기 랍니다. 쌍용, 강정, 용산 의 앞 글자를 따서 SKY라 하고, 강정에서 시작하여 전국 곳곳의 투쟁장들을 들러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까지 걸어오는 ‘2012 생명 평화 대행진’이 지난 11월 3일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자니, 명령하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을 묵묵히 들어주는 그 하늘에 더욱 가깝습니다.

그 생명 평화 대행진이 끝나고, 그 하늘이 대한문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함께 살자 농성촌’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점령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대한문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오랫동안 농성해온 그 장소입니다.

그 행진단이 들러온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참 많았습니다. 좁은 이 땅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자본에 억압받고 있었습니다. 대충 제 눈에 띄는것만 해도, 이 좁은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지 새삼스럽습니다. 솔직히 알지도 못했던 곳들도 많습니다. 쌍용, 강정, 용산, 밀양, 우포늪, 현대자동차, 삼성반도체, 고리 핵발전소, 강원도 골프장, 광화문, 청도, 보워터코리아, 순천 포스코, … 곳곳에서 이뤄지는 폭력의 양상은 비슷했고 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도 비슷했습니다.

서울에 조금의 눈이 내렸습니다. 이제 겨울이고, 또 대통령 선거도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여 대한문 앞의 농성자들도 겨울을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대선후보들도 하늘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번 위클리 수유너머는 2012 생명평화 대행진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위클리 수유너머도 우선은 그들의 말을 전하여 말하기 보다, 그들의 말을 더 많이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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