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수유너머R)

Releases

  • nodeul
    슬라보예 지젝이라는 정신분석학자의 책에 독일과 프랑스, 미국의 변기 구조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있습니다. 독일의 전통적인 변기는 구멍이 앞쪽에 있어서 우리 눈앞의 똥을 관찰하여 건강상태를 점검하게 되어 있는 반면에 프랑스는 구멍이 뒤에 있어서 똥을 누자마자 내려 보냅니다. 미국은 중간 형태로 변기의 물 위에 똥이 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볼 여지 없이 내려 버립니다.
  • <위클리수유너머> 편집진이 전면적으로 교체되었다. 창간 후 지금까지 편집해온 마지막 두 명(고추장과 나)마저 다음 주부터 객원 편집위원으로 물러나면 새로 구성된 편집진들만 남게 된다. 바야흐로 <위클리수유너머> 2.0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2010년 1월 20일 창간하면서 딱 100호까지만 만들자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100호를 훌쩍 넘으면서 새로운 편집원을 물색하다가 다섯 명으로 이뤄진 새로운
  • 우리 동네에 성범죄자, 아니 성범죄 전과자가 살고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여자 아이를 강제 성추행한 사람입니다. 이름도 알고, 얼굴도 알고, 어디 사는지 정확한 주소도 압니다. 어떻게 아느냐고요? 법무부가 알려 줬습니다. 우편으로 선명한 칼라 명함판 사진과 범죄 내역, 주소지까지 상세히 알려 줬습니다. 최근 언론에서 성범죄 전과자의 성폭력, 살해 기사가 연달아 나오면서 신상공개 여론이 들끓은 덕분입니다.
  • 창피하게도 ‘행정대집행’의 ‘대’자가 ‘대신할 대(代)’인 줄 몰랐다. 막연하게 ‘큰 집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대신 집행한다’는 뜻이란다. 행정대집행법은 누군가 법률에 의거한 행정청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행정청(그 위임을 받은 제 삼자)이 ‘대신’ 이행하고 그 비용을 당사자에게 청구하도록 한 규정이다. 굳이 ‘대신’이란 단어를 넣고 또 나중에 비용까지 청구하도록 한 걸 보면, 공익을 위해 긴급히 해야 할 일임
  • 지난 일요일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중단을 위한 유기농행진’에 참여했습니다. 명동에서 청계천, 대한문을 거쳐 서울국토지방청까지 세 시간에 걸친 행진이었는데요. 참 이상하죠? 집회장이었다면 한 시간도 못 견딜 폭염이었는데 별로 덥다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너무 재밌어서 더위도 잊었나 봅니다. 밀짚모자와 몸빼바지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손에는 부들, 보리, 호박, 가지, 노각오이 등 유기농산물을 든 참여자
  • young
    <두개의 문> 관람객이 4만을 돌파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 어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지지 말고 고통의 공감을 통해 모두 화해하자는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영화가 읽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두개의 문>을 본 일선 경찰들의 느낌을 듣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철거민 쪽 유가족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경찰 쪽에는 선이 안 닿
  • pjs
    요즘 드라마 <추적자>에 빠져 있습니다. 보는 내내 공포와 연민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계속 보게 됩니다. 절대악으로 무장한 권력자들에 대한 공포와 힘없이 착하기만 한 주인공에 대한 연민에 잠자리조차 뒤숭숭하지만 그 압도하는 리얼리티에 매혹되었습니다. 대선가도에 걸리적거리는 ‘벌레’같은 여중생을 살해하고 그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법부를 매수하는 대기업 CEO출신 정치인과 그가 선망하는, 그
  • nodeul
    지난 6월 2일 노들섬 도시농업공원에서 모내기 행사와 서울시 도시농업 원년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올해 처음 시작한 노들섬 시민텃밭에 저도 ‘만행’ 친구들과 한 뙈기 땅을 분양받아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도 오고 기자들도 많이 온다고 해서 만행 친구들과 두물머리에도 농사를 허하라는 피켓을 만들어 시위를 했습니다. 행사 끝나고, 혹시 언론에 나왔을까 기사 검색하다가 KBS 뉴스 기사를 보고 깜짝
  • park-jung
    좀 늦었지만, ‘활보일기’에 대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3주 전에 위클리수유너머 편집진과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몇 분이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활보일기’의 일부 내용에 대해 전장연 활동가 사이에서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어서,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자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 pjs
    다음주 화요일이 5월 1일 메이데이입니다. <위클리수유너머>는 이번 주와 다음주 연속으로 메이데이 총파업을 다룹니다. 해마다 있는 노동계 행사라면 다룰 이유가 없겠지만 이번 메이데이에는 두 가지 의미 있는 총파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3월부터 시청광장을 점거(occupy)해온 ‘아나키’한 젊은이들의 ‘프레카리아트의 거리점거’이고 또 하나는 미국의 ‘아큐파이’ 그룹이 제안한 세계적 총파업
  • park-jung
    평화를 위한 위한 핵사용이 없듯이 평화로운 핵사용도 없습니다. 원폭의 공포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원전사고의 공포 속에서 평화로운 핵이용란 모순형용입니다. 평화로운 핵이용이란 없습니다. 오직 평화로운 핵제거만 있을 뿐입니다.
  • 신자유주의적 통치와 단절하는 대항통치술을 발명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좌파 정당에게 주어진 특권이자 사명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와 야권연대에 올인하는 한국의 진보 정당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 jarip2
    2년 전 장애인 극단 ‘판’ 개소식 때 ‘그들’을 처음 봤다. 보문역에 있는 노동사목회관 대강당이었는데, 낮은 천장에 창백한 형광등 불빛, 스무 명 남짓한 장애인들과 우중충한 운동권 관객들, 최악의 공연무대였다. 그래도 ‘시와’의 감미로운 노래는 좋았다. 간만에 귀가 호사를 누렸다. 그런데 ‘회기동 단편선’이라는 요사스런 이름
  • pjs
    작년에 장애인 관련 학술대회에 이진경쌤의 ‘장애자의 존재론적 평면’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진경쌤의 발표는 ‘많은 이들이 장애자를 폐 끼치는 존재로 보면서 정상사회에서 배제시키는데 기실 모든 존재는 폐 끼침 속에서 타자와 공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폐끼침의 존재론적 일반성을 은폐하는 것이 교환관계로, ‘폐’를 ‘돈’으로 지불해 버림으로써 폐끼침 속의 공존재에 대한 사유를 닫아버린다는 지적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 park-jung
    체제찬양으로 보이는 글들은 대부분 농담이었으나 저는 이 편지에서 농담을 일일이 설명하진 않을 것입니다. 농담을 변명하는 건 농담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하면 농담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게 되니까요.
  • jung
    용산며느리 정영신 활동가, 언젠가는 앞의 꼬리표를 뗄 날이 올 것이다. 용산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 그래서 구속된 남편과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명예를 되찾게 되는 날, 그녀는 용산 며느리란 수식어를 떼고 그냥 반-개발 활동가 정영신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 2011년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네요. 년도는 단지 숫자에 지나지 않는데도 한 시기가 ‘끝났다’고 말하곤 합니다. ‘끝났다’는 게 뭘까요? 삶은 지속될 뿐인데 인간은 시작과 끝으로 삶을 토막내곤 하죠. 연말이면 습관처럼 지난 날들을 회상합니다. 2011년 한 해를 돌아보면 ‘끝’이란 단어의 허망함을 느낀 일이 참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쥐 그래피티 사건이 대법원 유죄판결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함께 준비하고 실행한 동료들은 쥐 그래피티 활동을 아직 …

  • drb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두리반 칼국수집을 찾아갔다. 시원한 해물육수에 직접 뽑은 칼국수 면발이 너무 맛있어 흡입하듯 한 그릇을 비웠다. 중독성 강한 국물맛이 아쉬워 마지막 한 모금까지 마시려는데 옆 테이블에서 늦은 점심을 드시던 안종려 사장님이 김치전골 한 접시를 말없이 갖다 주신다. 너무 얇아 투명한 만두피
  • park-jung

    밉상스런 이권(利權) 다툼할 때 관용적으로 “밥그릇 싸움한다”고 표현합니다. 또 누군가 정당한 권리 주장을 할 때 “밥그릇 보전하려고…” 라며 나무라기도 합니다. 참 나쁜 표현입니다. 밥과 이권을 뭉뚱그리면서 권세욕도 다 ‘먹고 사는’ 노릇으로 합리화하고, 정말 먹고 살기 위한 싸움을 이기적인 이권다툼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교묘함이 숨어 있는 관용구입니다. 밥과 이권은 전혀 다른 겁니다. 이권을 비유하는 ‘밥그릇’에는 밥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자본과 권력, 즉 …

  • park jung
    어제(15일) 카페 ‘별꼴’에서 재미난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오오사카에서 ‘카페 커먼즈’를 거점으로 ‘커먼즈 대학’, ‘니트피아’(니트족들의 유토피아) 활동을 하고 있는 와타나배 후토시의 실험 보고였습니다. ‘대학’이라고 해서 교과과정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같이 식사하고 맥주나 커피를 마시며 즉흥적인 주제로 잡담하듯 토론하는 모임입니다. 가령 ‘발효’를 주제로 “성장한다는 말보다 발효된다는 편이 좋지
  • dssam

    연구실이 삼선동으로 이사 오면서 생활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선, 주방이 갖춰지면서 밥 해 먹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점심은 자율로, 저녁은 당번을 정해서 하루 두 끼 꼬박꼬박 챙겨 먹습니다. 어제 저녁은 열무 비빔밥을 해 먹었습니다. 후암동 종점 수다방 옥상 텃밭에서 기르는 열무를 솎아서 버무리고, 돈암제일시장에서 콩나물 2천원어치 사서 국도 끓이고 무쳐도 놓았습니다. 김융희 샘이 보내주신 고추 잎을 삶아 무치고, 냉장고에 있던 …

  • 지난주 목요일(13일) 쥐 그래피티 사건 대법원 판결이 있었습니다. 굳이 안 와도 된다고 통지서에 써 있었지만 대법정 구경 좀 하려고 굳이 갔습니다. 뇌가 썩은 걸까요? 대법원 건물이 꼭 남근처럼 생겼습니다. 공항 게이트보다 철저한 몸수색을 하고서야 2층 1호 법정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2층에는 화장실이 없답니다. 대법정의 신성함을 화장실 냄새로 훼손할 수 없다는 발상이 참 놀랍습니다. 방청객들 각 잡는 것도 어이가 없습니다. …

  • sopung
    주말에 가족들과 부산에 가을소풍을 갔다왔습니다. 원래는 저 혼자 한 연구모임에 참석하기로 했었는데 내친 김에 부산 영화제도 둘러보고, 김진숙 지도위원도 만날 겸 아내(황진미)와 매이까지 데리고 가족 나들이로 다녀왔습니다. 초대받은 연구모임은 ‘공간주권’ 포럼이라고, 삶의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공간의 배치를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부산 지역 연구자들의 모임입니다. 법학, 정치학, 여성학, 공공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재개발문제에서부터 일상공간의 젠더화에 이르기까지 공동체를 파괴하는 공간형성의 실상을 해부하고 해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 배움의 열의와 실천적 고민에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 진짜 인디언이라면, 달리는 말에 서슴없이 올라타고, 비스듬히 공기를 가르며, 진동하는 땅 위에서 이따금씩 짧게 전율을 느낄 수 있다면, 마침내는 박차도 없는 박차를 내던질 때까지, 마침내는 고삐 없는 말고삐를 내던질 때까지, 그리하여 앞에 보이는 땅이라곤 매끈하게 다듬어진 광야뿐일 때까지, 벌써 말 목덜미도 말머리도 없이
  • gangjung3

    지난 주말에 제주도로 1박 1일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보는 아열대성 풍광이 이국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집과 논밭 둘레로 친 돌담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돌탑 쌓듯이 하나씩 얹어 놓은 돌들의 틈새 때문에 발도 차면 넘어질까 태풍에도 끄떡없다 합니다. ‘제주도의 제주도’라는 우도의 어촌마을과 산호백사장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습니다. 너무나 이국적인 풍광에 감탄하다가 문득 서울에서 제주시까지 비행기로 50분밖에 안 걸린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이상한 거리감에 머리가 어지러웠습니다. …

  • dssam
    마리에서 일렬로 걸어 나오는 용역깡패들을 보며 나는 매이에게 “봐, 저기, 바퀴벌레 나온다.” 라고 소근거렸습니다. 앞에 섰던 경찰이 뒤돌아보며 깡패들 자극할까 걱정스러워선지, 애한테 못할 소리 한다는 한심스러움인지 신경질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매이는 “바퀴벌레? 우와~ 꼭 사람 같이 생겼다.” 라고 대구합니다. 나는 “응, 사람은 때로는 바퀴벌레로 변신하기도 해”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 dssam
    공개재판임에도 베일에 가려진 법정의 ‘진상’을 평론가 특유의 ‘캡처’ 능력으로 실황 중계하는데, 있는 그대로 썼다지만 그 실상의 황당함과 참담함이 믿기지 않고 혹시나 명예훼손죄로 고발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합니다. 즐감!
  • slut
    잡년행진은 여성을 시선의 대상으로만 놓고 싶어 하는 남근권력과의 ‘시선 전쟁’을 선포하는 포탄이었습니다. ‘너네 이런 거 좋아하지? 이런 거 보면 막 꽂고 싶지?’ 라며 거리로 난입할 때 그건 항상 보고 싶을 때만, 보고 싶은 데서만, 보고 싶은 형태로만 보려는 수컷들을 무력하게 화나게 만드는 유인공격입니다. 그녀들은 자신을 노출시킴으로써 거기 들러붙어 있는 수컷들의 음탕한 시선까지 ‘아웃팅’ 시킨 것입니다. 어두운 곳에서만 익숙한 그 음울한 시선을 대낮의 광장에 끌어 놓고 ‘자, 그래, 어쩔래? 여기서도 한번 즐겨 보시지?’라고 조롱한 것입니다.
  • hope
    절망은 허망하다. 희망이 그러하듯.
  • ansan5
    “흔히 도시를 사막에 비유하는데, 사막을 욕보이는 거다. 사막엔 생태계가 있지만 도시의 아스팔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못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기 먹거리를 자가 생산하는데 인간은 그러지 못한다. 농반진반으로, 장차 농사를 못 짓는 사람한테는 벌금을 물려야 한다.” “도시농업하려고 하면 자꾸 땅이 없다고 하는데 땅은 얼마든지 있다. 사람이 없지” “지자체에 땅을 달라, 예산을 달라고 요구하지 마라. 공원이나 녹지공간으로 설정된 곳 중 유휴지가 많다. 아스팔트 깨고 작물을 심어라. 일단 작물이 자라면 맘대로 철거 못한다. 그렇게 자생력을 키워야지 자꾸 정부에 의존해선 안 된다.”
  • park
    지난 일요일 저녁, 명동에 있는 카페 ‘마리’에 갔습니다. 커피 마시러 간 건 아닙니다. 오후에 용역깡패들이 들이닥쳐 철거반대 농성중인 상인들을 이불로 덮어 내동댕이치고 내부집기를 때려 부수고 있다는 트윗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hanjin
    쥐 그래피티 후원을 위한 ‘파티하쥐’가 멋지게 치러졌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야마가타 트위스터와 ‘저질, 돈만 아는 저질’을 외치며 디오니소스 제전의 무리들처럼 춤추며 가두를 점거한 게 압권이었습니다. 두리반은 살아있고, 우리는 여기서 얼마든지 즐기며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준 파티였습니다.
  • chosun
    쥐 그래피티 사건이 8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제가 한 일에 비해 너무나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격동의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피티 행위 자체보다 너무 정치적으로 인플레이션 된 건 아닐까, 거품에 취해 ‘오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dssam
    지난 5월 13일 쥐 그래피티 선고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 141조 ‘공용서류 등 무효죄’에 의거하여 유죄! 벌금, 박정수 200만원 최** 100만원!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매체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쥐 그래피티가 그 ‘공용물건’의 효용을 어떻게 해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 dssam
    작년부터 이상하게 예술이나 문학이 자꾸 땡깁니다. 청소년 시절에는 꽃무늬 편지에 온갖 공감각적 수사들로 치장된 편지를 남발했고 불문과 다니던 대학시절에는 “문학이란 말야. 삶의 바다에 언어의 그물을 던지는 행위야.” 따위의 말 만들기를 좋아하던 ‘문청’이었는데, 10여년 동안 “소설책 읽을 시간 있으면 철학책 한권 더 보겠다.”
  • pajung
    오는 4월 22일 G20 그래피티 사건에 대한 (아마) 마지막 공판이 열립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지난 해 10월 30일 저는 시내 가판대에 부착된 G20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스텐실 기법으로 홍보포스터의 청사초롱 옆에 쥐 그림을 덧그린 것이었는데요.
  • wedding4
    지난 3월 19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기막힌 결혼식이 열렸습니다. 시설에서 탈출하여 노들야학 총학생회장이 된 상연씨와 노들학생 정란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상연군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휠체어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고 정란양은 가장 느리게 가는 사람이었답니다. 근데 언젠가부터 상연군은 휠체어를 느리고 몰고 있었고 정란양은 상연군의 뒤를 따라가느라 얼굴이 벌개지며 열심히 그렇게 서로 맞추며 걸어가고 있더랍니다. 그게 저들의 사랑법입니다
  • sc59-5
    3월 17일 노들야학 거울방에서 노들야학의 교장, 교사, 상근 활동가들과 만나 노들야학이 꿈꾸는 세상과 대안교육의 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참석자는 장애인 언론의 미래 편집부국장이자 편집장인 유미, 노들야학 사무국장이자 교사모임 대표이며 결혼식 사회의 달인인 심정구, 노들장애인 자립생활센터 4년 경력의 훈남 현수..
  • pajung
    지난 1월 3일부터 시작된 홍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44일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싸움이 여느 노동운동과는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맑스가 ‘공산주의자당 선언’에서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출몰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라고 했던 말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 이번 동시대반시대 주제를 ‘우리, 난민’으로 정한 것은 지난 11월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 때문입니다. 11월 초 산업연수생으로 왔다가 버마의 민주화와 국내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해 온 ‘버마행동’ 회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난 일이 그 중 하나입니다.
  • 다음 주에는 추석이 있습니다. 연휴 기간에는 웹진을 열람할 시간이 적을 것 같아서 오늘 업데이트 되는 내용을 두 주 동안 계속 노출하기로 했습니다. 필진 여러분은 모처럼 느긋한 마음으로 다음 글을 준비해 주시고 독자 여러분은 새로 업데이트 되는 글을 느긋하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회에 놓쳤던 이전 기사 두루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입추,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오고 있습니다.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가을기운이 인간의 몸에도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뇌 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의 분비량이 줄어들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영혼의 감기’라고 하나 봅니다. 누구나 걸리지만,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성 질환으로 발전하여 인간관계의 파탄이나 자살로 치닫는 사람도 있고, 만성화되어 정동 장애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로작, 이펙사 등 항우제가 감기약처럼 팔리고 있지만 이미 우리사회의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우울증을 근본적으로 치유하지는 못합니다...
  • jj01
    지금까지 슬라보예 지젝은 주로 프로이트-라캉 정신분석학의 개념으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잡다한 대중문화 현상을 재기발랄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비평가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그의 본령은 정신분석학의 신학적 사유를 통해 난쟁이처럼 왜소해진 맑스의 역사유물론을 구원하고자 하는 정치신학에 있다. 정치신학은 노모스(법)의 질서를 수립하는 정치학에 신학의 ‘외부’ 개념을 도입하여 법 바깥의 영역에서 정치와 혁명의 동력을 찾는 실천이론이다. 들뢰즈와 푸코가 비판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정신분석학은 근대의 세속화된 유대-기독교 신학이다. 지젝은 정신분석학의 신학적 사유구조를 한계가 아니라 현실정치의 외부를 발견하는 돌파구로 본다...
  • 이번호 동시대반시대 주제는 화학적 거세입니다. 원래 명칭(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 치료에 관한 법률)을 두고도 다들 ‘화학적 거세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거세’라는 단어가 주는 복합적인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성폭력에 응당한 ‘성적 보복’이라는 느낌도 있고, 그런 정신이상자는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인종개선의 느낌도 있고,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무리의 ‘기세를 꺾어놓겠다’는 위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276_이웃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정신분석학은 신학적이고 가족주의적이다. 정신분석학은 세상을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사랑으로 유지되는 가족 질서로 본다. 욕망의 원초적 금지자로서의 아버지, 욕망의 원형적 대상으로서의 어머니, 아버지의 법을 내면화한 아들(남자)과 그것을 선망하는 딸(여자)로 구성된 외디푸스적 가족. 이 가족주의적 신학의 구도는 정치적으로 주권-사법적 질서로 구현된다. 아버지는 대지에 노모스(율법)를 선포하는 주권자이며, 어머니는 법에 포획된 대지의 삶이고, 아들(남자)은 법 바깥으로의 추방을 두려워하면서 법 안에 포획된 신민이며, 딸(여자)은 법의 경계에 있기에 법 안쪽을 선망하는 자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