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WE ARE WATCHING YOU

- 박정수(수유너머R)

지난 5월 13일 쥐 그래피티 선고가 있었습니다. 형법 제 141조 ‘공용서류 등 무효죄’에 의거하여 유죄! 벌금, 박정수 200만원 최** 100만원! G20 정상회의 홍보포스터가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매체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는지, 쥐 그래피티가 그 ‘공용물건’의 효용을 어떻게 해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판사가 제시한 근거는 “우리 헌법 22조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중도덕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하는 자체적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G20 포스터가 법에 명시된 ‘공용서류’에 해당하는 이유는 말하지 않고 엉뚱하게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공중도덕’을 해친 죄를 물은 것입니다. 제게 적용된 법률이 ‘모욕죄’인지, 그렇다면 제가 누구를 모욕한 건지도 모르겠고, 공중도덕을 해친 게 벌금 300만원 물을 범죄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더 어처구니 없는 건 “그래피티 작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뱅크시 등은 원작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타인의 창작물을 훼손한 박씨와 다르다”라는 미술평론으로 처벌의 근거를 삼은 점입니다. 제가 시종일관 그래피티 예술의 공공성을 인정해 달라고 했더니, 사법부는 엉뚱하게 홍보포스터의 예술성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3차 공판 때도 저한테 저의 쥐 그림 첨삭이 포스터의 도안을 그린 원작자의 의도를 침해한다는 생각은 안 해 봤냐고 묻더니(저는 그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선고 때도 포스터 “원작품”의 훼손을 근거로 제 행위가 그래피티 예술이 아니라고 단정했습니다.(혹시 판사가 G20 포스터 디자인 공모에 당선된 분의 지인인가?)

실형을 면하고 벌금형에 그친 데 솔직히, 안도의 한숨을 내 쉬긴 했지만 곰곰히 생각하니 그 ‘아량’에 화가 납니다. 정상참작(“누군가는 해학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이나 감형은 무죄를 선고하기 싫어서, 범죄가 아닌 것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기 위한 근대 사법의 장치라는 푸코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감옥에 가두는 대신 광장과 거리를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둘러 친 겁니다. 위축된 마음과 울분을 그냥 둘 수 없어서 다음 날 광화문 광장에 쥐 포스터를 들고 나갔습니다. 김여진 씨가 1인 시위를 한다기에 꼽사리 끼어 ‘쥐 포스터는 범죄가 아니다. 또 잡아갈래?’ 라는 마음을 표출하려고.

날라리 외부세력들과 점심을 먹고 시청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에는 120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는 재능노조분들이 계십니다. 버젓이 노조활동하다가 하루 아침에 불법노조로 취급되어 쫓겨난 분들입니다. 최근에는 20일 넘게 삭발 단식농성까지 했습니다. 가는 길에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을 하더군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길래 “세계가 4대강 참사를 주목합니다”라고 적힌 쥐 포스터를 들고 한참 서 있다가, 길을 건너 재능노조 농성장에 갔습니다. 갔더니, 단식으로 야위고 삭발로 파래진 머리로 나오신 분이 제 포스터를 보자마자, “도대체 G20이 뭐냐?”는 겁니다? “네?” “뭔데 또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는 거냐? G20 끝난 거 아니냐?” 무슨 말씀인지 의아해 하는데, “중구청에서 G20 국회의장회의 한다면서 거리 정화를 위해 농성장을 철거하겠다며 계고장을 보내 왔다”는 겁니다. 아! 저는 G20의 과거를 연장하고 있는데, 그분은 G20이 현재형이더군요. G20 국회의장회의가 5월 18일부터 3일간 있습니다. 별다른 홍보가 없길래 몰랐죠. 왜 홍보가 없나 했더니, 그냥 친목모임이더군요. 의제도 황당합니다. ‘선진국을 모델로 후진국을 개발하자’, ‘테러 방지를 위해 글로벌하게 노력하자’는 겁니다. 개발의 일환인지, 테러방지를 위한 건지, 귀한 분들 오시니 마당 쓰는 건지, 재능노조 천막을 철거하겠다는 겁니다.(결국 16일 오전에 철거했습니다)

“어린이가 재능노조를 주목합니다”라고 적은 쥐포스터를 들고 집에 가려고 을지로 쪽으로 가는데, 지난 해 10월 31날 제가 붙잡힌 바로 그 가판대가 나오더군요. 23번째 쥐 그림을 그리려다 붙잡힌 곳이죠. 6개월이 지나 못다 그린 쥐 그림을 다시 그리는 마음으로 쥐 포스터를 들었습니다. 6개월 전에는 행인의 신고로 붙잡혔는데, 이번에는 행인에게 인증샷을 부탁, 공모자로 만들었습니다.

G20회의로 대변되는 ‘개발’(development)과 ‘공안’(police)의 논리로 파괴되는 삶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느 삶이 더 크고 더 작겠냐마는 4대강 공사로 인해 파괴되는 삶의 크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5월 첫 날 고작 90mm의 봄비에 4대강 공사 남한강 이포보, 강천보가 터졌습니다. 일주일 후 5월 8일 낙동강 구미보도 터졌습니다. 그 때문에 구미시 해평면 광역취수장 인근의 가물막이가 유실되면서 수위 저하로 구미, 김천, 칠곡군 생활용수 공급이 5일 넘게 중단되었습니다. 사람의 피해가 그럴진대 강 생명체들의 삶은 얼마나 파괴되었을까요. 그야말로 은폐된 재앙의 보가 ‘터졌습니다’

세계가 4대강 참사를 주목합니다. 그 참사의 주범들을, WE ARE WATCHING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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