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위클리 수유너머 새 편집진 MT 동행기

- 박정수(수유너머R)

<위클리수유너머> 편집진이 전면적으로 교체되었다. 창간 후 지금까지 편집해온 마지막 두 명(고추장과 나)마저 다음 주부터 객원 편집위원으로 물러나면 새로 구성된 편집진들만 남게 된다. 바야흐로 <위클리수유너머> 2.0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2010년 1월 20일 창간하면서 딱 100호까지만 만들자고 했는데 거짓말처럼 100호를 훌쩍 넘으면서 새로운 편집원을 물색하다가 다섯 명으로 이뤄진 새로운 편집진이 구성됐다. 새로운 <위클리수유너머>를 이끌 편집진들의 멤버쉽을 다지기 위해 MT를 갔다. 장소는 우이동에 원불교가 운영하는 청소년 수련관, 수유너머와 비슷한 주방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맥주를 마시면서 위클리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클리수유너머의 독자는 어디 있나?

가장 먼저 나온 얘기는 ‘보이지 않는 독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 <위클리수유너머>의 일주일 평균 유입자(IP) 수는 4천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달리는 댓글은 일주일에 서너 개가 고작이다. 꽤 논쟁적인 글도 무플의 침묵 속으로 가라앉긴 마찬가지다. 읽고 나서 조용히 나가는 걸까? 아니면 4천명의 조회에 허수가 많은 걸까? 새 편집진들은 급기야 4천명 독자 유령설까지 제기했다.

“외부 독자는 물론이고 수유너머 내부 사람들도 위클리를 안 보는 것 같아요. 도대체 위클리의 독자는 어디 있는 걸까요?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요?”

하지만 처음으로 원고청탁 하는 분들에게 <위클리수유너머> 잘 보고 있다는 인사말을 들을 때가 많다. 또한 위클리에 연재되는 글을 출판하고 싶다며 연락 오거나 일간지 기자라면서 필자 연락처를 물어오는 경우도 있다. 아마 댓글이 많이 달리지 않는 건 게재되는 글 대다수가 자기 경험과 자기 성찰을 담담히 펼쳐내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위클리수유너머’라는 명칭과 웹진의 분위기가 ‘수유너머’ 사람들을 위한, 그들에 의한 블로그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매체를 표방한 일간지나 시사정론매체와는 확실히 다른 매체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클리수유너머를 만든 이유도 분화된 수유너머들 간에 정보와 경험을 나누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런데 수유너머들 간의 소통이 없어지면서 위클리가 ‘웹상의 수유너머 코뮨’이라기보다는 특정집단이 발행하는 독자적인 웹진처럼 되어 버렸어요.”

“바깥에서는 수유너머 블로그처럼 보이고 정작 수유너머 안에서는 대외용 웹진처럼 여겨지는 아이러니군요. 애초 취지대로 웹상의 수유너머 코뮤넷을 지향해야할까요, 아니면 정론지 성격을 강화한 독자적 웹진으로 변모해야 할까요?”

“위클리는 시사주간지나 정론지와는 확실히 다른 자기만의 색깔이 있어요. 수유너머의 색깔이랄까. 그런데 수유너머가 분화되고 나서 들어온 저희 같은 수유너머 2.0 세대는 인적으로나 지적으로나 교류가 없어요. 솔직히 수유너머 N이나 문 사람들 거의 모르거든요. 위클리수유에 연재하는 필진들도 모르는 분들이고.”

지금까지의 편집진들이 분화되기 이전 수유너머의 인맥을 동원할 수 있었기에 ‘웹상의 수유너머 코뮤넷’을 표방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편집진들에게는 그런 코뮤넷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이룰지 막연할 수 있다.

“회의 장소를 옮겨보면 어떨까요? 지금까지는 수유너머R에서만 했는데, N에서도 하고 문에서도 하면 그곳 사람들에게 위클리수유너머와 새 편집진들의 존재가 좀더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정말 좋은 생각이예요. 지금까지는 그럴 필요를 별로 못 느껴서 그냥 편한 대로 수유너머R에서만 편집회의를 했는데, 새로운 편집진이 수유너머 N과 문에서 회의를 하면 편집진에서 부터 수유너머 코뮤넷이 구체화될지 모르죠. 굿 아이디어!”

편집회의 장소를 몇 달 간격으로 수유너머N과 ‘문’으로 옮겨가며 하자는 제안에 다들 흔쾌히 찬성했다. 위클리수유너머는 앞으로도 ‘웹상의 수유너머 코뮤넷’을 지향할 것이며 수유너머의 새로운 세대 안에 새로운 수유너머의 공통감각을 형성할 것이다.

새로운 위클리의 색깔은? 끈적끈적해질 듯

다음으로 <위클리수유너머>의 이념적 감성이랄까 색깔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야기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끈적끈적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끈적끈적하다는 게 어떤 거죠?”

“가령, 고추장이 쓴 편집자의 말과 다큐씨가 쓴 편집자의 말을 비교해 보면, 고추장의 글은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이 담겨 있잖아요. 반면 다큐씨의 글은 대상과 자기 사이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할까. 자기 삶의 경험과 내면이 많이 느껴지는 거죠. 친구 블로그 글 보는 느낌이랄까.”

“편집자의 말이 위클리 전체 색깔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편집에 영향을 줄 것 같긴 하네요.”

“위클리만의 색깔만이 아니라 수유너머의 색깔이 바뀌는 것하고 연관이 있을 듯해요. 확실히 수유너머R의 새로운 연구원들은 이전 사람들과 다른 측면이 많죠.”

“솔직히 수유너머의 이전 분들은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그 분야에 일가견을 이룬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새로운 연구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거의 없죠. 활보노동자, 가난한 예술가, 백수, 활동가…”

“분석적이기보다는 공감과 연대의식이 더 많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니체나 들뢰즈의 이념적 지향성도 덜 느껴질 거고. 삶의 일상적 고민이 더 솔직하게 표현될 것 같고, 특정한 이념적 지향보다는 암중모색이랄까 같이 고민하고 풀어보자고 제안할 것 같은…”

“선배들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젊은 친구들의 생존투쟁이 더 고달파진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러니 코뮨주의적인 대안이 멀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대신 생존권과 노동의 권리가 부각되는 것 같고.”

“선배들이 그랬듯이 새로운 방식의 암중모색을 하는 거죠”

“수유너머N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물론 공부의 방향이 삶의 일상적인 고민보다는 자기 공부 분야를 전문적으로 구축하는데 무게가 실려있긴 하지만, 새로 들어온 회원들의 대다수는 니트족 혹은 백수에요. 생존의 문제로 늘 고민이 많죠. 책을 쓰거나 강의를 해서 돈을 벌 수 있기 전까지 꽤 오랜 기간을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해 절박하게 고민하죠.”

“조금씩 다르긴 한데 수유너머 구성원들이 바뀌는 측면이 분명 있고, 또 그게 나쁘지 않다고 봐요. 사회가 바뀐 만큼 수유너머 구성원의 생각과 역할도 바뀌어야죠. 새로운 편집진들의 경험과 인맥에 따라 전과 다른 코너도 많이 생길 거고 동시대반시대 기획 방향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바뀐 <위클리수유너머>에 대해 기존 독자들이 불만을 갖지 않을까요?”

“그럴 리도 없거니와 설사 그런 독자가 있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 없어요. 어차피 위클리수유너머는 대중매체도 아니고 광고 받는 것도 아니니까 독자 눈치 볼 필요 없이 그냥 우리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면 돼요. 다른 사람들은 어떤 점이 걱정돼요?”

제일 염려되는 건…

“동시대반시대 기획이 제일 걱정돼요. 주류 매체와 차별화된 아이템 잡는 것도 힘들고, 필자들 섭외하는 것도 막막해요. 어떤 아이템을 어떤 관점으로, 누구의 말로 펼쳐내야 할 지 …”

위클리 편집 중 가장 중요하고도 일거리가 많은 게 ‘동시대반시대’ 기획이다. 위클리만의 색깔이 도드라지고 편집진의 역량이 시험받는 코너이기도 하다. 다른 대중매체와 차별화된 아이템과 참신한 필자를 동시에 떠올려야 한다. 그러다보니 회의 때 기각당하는 아이템도 많다.

“지난 한 달 간 편집회의 때 참석해 보니까 동시대반시대 아이템이 한두 명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더라고요. 신입 편집위원의 아이템이 충분한 토론 없이 선배에게 걸려지는 것도….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무리 아니다 싶은 아이템이라도 충분히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아이템 회의 때 편집원들 간의 공통감각이 특히 중요해요. ‘feel’이 통한다고 할까. 그러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서로의 약점을 보충하는 것도 중요하죠. 미처 생각지 못한 걸 동료에게 배울 수 있어요. 제 경험상 참신하고 구체적인 아이템이 나오는 건 연구실 생활이나 현장 활동에 재미가 있을 때여요. 새로운 사람들과 현장 활동가들을 만나다 보면 아이템도 떠오르고 새로운 필자도 발굴하게 되죠.”

“선배들이 아이템 회의 때 유명한 필자들을 척척 떠올리고 금방 연락하는 거 보면 부럽기도 하고 제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경험도 적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처지라…”

“저도 그래요. 그런데 명동 ‘마리’나 두물머리, 전장연 활동에 참여하면서 좋은 필자들을 많이 발굴하게 됐어요. 아마 새 편집원들도 그럴 거예요.”

“망하면 어쩌죠?”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어차피 100호까지 내기로 한 거였으니까 그 이후는 덤이라 생각해요. 망해도 책임져야 할 거 없으니까 맘 놓고 맘대로 하세요.ㅎㅎ”

질펀한 술판도 없고 왁자지껄한 프로그램도 없는 MT였지만 새로운 편집진들간의 멤버쉽을 다지고 위클리수유너머 미래를 준비하는 데 모자람이 없는 MT였다. 다섯 명의 새 편집원들의 개성이 너무 뚜렷해서 공통감각이 잘 형성될지 걱정했지만 기우일 듯하다. 새로운 종류의 공통감각을 만들어갈 것이고 새로운 모습의 <위클리수유너머>를 잘 만들어갈 것이다. 선배로서 남은 일은 한발 뒤에 물러서서 ‘입은 다물고 지갑을 여는’ 거다.

응답 2개

  1. 미셸 푸코말하길

    이곳에 댓글이 없었군요. 저는 rss 로 수유너머 위클리 읽고 있습니다. 물론 구독 시작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아직은 익숙해져 가는 단계고 익숙해지면 댓글 토론이라도 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댓글 토론이 가능할까요?

    • 임마뉴엘 칸트말하길

      푸코님 반갑습니다. 글 읽고, 편하게 댓글 달다보면 자연히 말들이 오가고, 필요에 따라 토론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댓글 자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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