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친구의 결혼식

- 재규어

1.
다음 주면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에 간다. 동창의 결혼을 앞두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서로의 근황부터 시작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결혼하는 친구의 연애사부터 결혼준비 그 과정을 들으면서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져갔다. 내가 결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엄마는 거의 매일 내게 결혼에 대해 말한다. 내가 바르고 멋진 남자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어려서부터 그런 말은 항상 들어왔고 그때마다 그 말은 흘려들었다. 사람 일 모르는 거라지만 나는 결혼 할 일 없으니까, 만약 내가 결혼한다면 그 상대가 아이언맨일거라고 했다(아이언맨처럼 완벽한상대를 말한거고 필자는 자비스를 좋아함).

버스를 탈때나 지하철을 탈 때 항상 보는 광고 글이 있다. 결혼정보회사, 상대방이 아이언맨이라면 결혼하겠다고 했던 때 그 광고를 보고 기겁을 했었다. 어떻게 결혼이 회사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듯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싶었다. 이런 생각에 몇몇은 네가 현실을 모르는 거다, 너무 순진하다, 결혼은 현실이다 라며 내게 훈계를 놓는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무시했다. 나의 순진무구한 결혼관. 온전히 사랑만을 전제로한 이상적인 이 결혼관은 흔들리면 안되는 것이었다. 흔들릴 바에야 내가 결혼을 안하고 말겠다고.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결혼을 안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은 것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아예 ‘결혼’이란 것 자체에 나는 관심이 없을 뿐이다. 누군가 내게 결혼해야지 하고 말하는 것을 멈출 방법이 결혼에 관심없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아이언맨’이면 결혼하겠다고 하는 말이 효과적이었다.

 

2.
쌀쌀한 가을이 오면서 일교차가 심해진 만큼 내 심경의 변화는 그 어느때보다도 부쩍 심해졌다.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도 어려운 것이 내게 현실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상대방도 날 좋아하는 게 얼마나 기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결혼정보회사가 참 현실적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연애도, 결혼정보회사에 걸맞는 조건을 가진 것도, 둘 다 아닌 나는 그저 옆으로만 삐져나가는 듯 하다.

친구들과의 만남 후, 앞으로 남을 친구의 빈자리와 더불어 내 옆에 있으면 하는 누군가 떠올라 쓸쓸한 발걸음을 억지로 되돌려 집으로 왔었다. 연애 그 시작도 못간 현재의 나는 결혼이란 말은 버겁기만 할뿐 사실 내게 지금 중요한 것은 한 사람 그 자체이다. 나는  사랑이란 게 사회에서 사람들을 마치 조장하듯, 사랑을 사회의 무기라고 보았다. 참 웃기게도 한 사람으로 인해 나 스스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이 한순간에 쪼개졌다. 사랑이 사회의 무기이든 아니든 이젠 중요하지 않다. 길고 길었던 중학생시절의 암흑기를 이제야 벗어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지껏 진지하게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쓸만큼 그리고 이토록 진지하게 좋아함(사랑이란 단어는 차마 못쓰겠다)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제는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종일 그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문제의식을 가질 틈도 없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사람이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날에는 그때부터 회의적이며 문제의식으로 파고드는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바보가 되어버렸다.

쌀쌀한 가을도 이제 곧 떠나고 이번에는 아주 지독히도 추울거라는 기상청의 말과 함께 겨울이 올 것이다. 하지만 난 아마 작년까지의 지독했던 겨울과는 다르게 이번 겨울은 조금은 따뜻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위클리 수유너머에서 동시대반시대 기획은 월 2회로 나갑니다. 동시대반시대 기획이 없는 주는 다른 코너로 커버가 올라갑니다.

*이솔의 공공공은 지난호를 끝으로 연재 마무리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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