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회의주의자들

- 신광호

회의주의자들

최근 연구실 내에서 저희 위클리 편집진은 이렇게 불립니다. 두 달의 개편 기간 동안 일주일에 두 번이 넘는 회의를 계속해 왔음을 돌이킨다면 과연 그런 별명이 따라붙을 만합니다. 어떤 분은 이런 저희들을 가리켜 ‘카프카적’이라고까지 이야기하셨습니다. 회의만이 끝없이 이어지고 결국에는 무엇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한 유머였습니다. 하지만 마침내 개편 이후 164호를 이렇게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밝히는데, 다른 편집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회의(會議)’주의자라는 별명이 저의 경우 꽤나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까,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3×10=30

그런데 발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회의를 하였을까. 시시껄렁한 의문이지만 대충이라도 좋으니 한번 계산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일단 일주일에 두 번의 정규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편집진으로 합류한 두 명이 기존 위클리의 메커니즘을 빠르게 숙지하기 위해 추가로 한 번을 더 모입니다. 그리하여 주에 모임을 모두 세 번 합니다. 개편 준비가 대략 십 주간 이어졌으니 삼 곱하기 십을 하면 삼십이 되지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아마도 삼십 번을 만난 듯합니다.

연희방향

삼십 번의 모임 가운데 기억에 남은 날을 하나 꼽으라면 단체 회식 때를 들겠습니다. 위클리의 전(前)편집자 일환 님이 새로이 합류한 둘을 포함한 위클리 편집진 모두 넷을 불러 모아 술과 음식을 선사하셨습니다. 굉장히 많이 마시고 먹었는데, 일식이었던 터라 음식의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회식의 와중에 수유칼럼의 필진인 가게모토 츠요시(이하 카게몽) 님이 친구 분들과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합류하여 판이 커지는 일도 있었지요. 그때 일환 님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농담입니다.
여하튼 예상하시겠지만 저희는 여기에서도 회의를 하였습니다. 넷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그간의 필진들께 감사의 의미로 전하기로 하였던 선물을 ‘노트’로 결정하였습니다. (노트는 이후 또 한 번의 회의 끝에 ‘에코백’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그렇게 회식을 마친 후에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이게 또한 묘하게 재미있게 나왔습니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포스터로 써도 어색함이 없으리라고 개인적으로는 봅니다. 개편 이후 편집실에서 처음으로 전하는 이 두서없는 글을 회식 때에 찍은 사진을 게재함으로써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편집진 가운데 누군가는 아래의 사진을 ‘길 위에서도 회의하는 위클리 편집진’이라고 지었는데, 저는 이렇게 지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희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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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여러분들께 연락도 드리고 재점검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동안 좋은 글 꾸준히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개편과 함께 기존 코너 중 <활보일기>, <하버지의 편지>, 마무리합니다. 상단 메뉴 중 지난 코너 보기를 누르시면 코너별로 글을 볼 수 있습니다. 

*개편에 맞추어 새로운 필진들의 코너가 시작됩니다. 코너의 간략한 소개는 상단 위클리 맵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응답 1개

  1. 우노말하길

    10주간의 노고^^가 느껴집니다요
    더욱 단단해진 위클리수유너머, 재밌게 보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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