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불량 예찬

- 주노정

1.
오랜만에 TV를 봤습니다. ‘힐링캠프’에 장기하가 나옵니다. 4년 전에 발표된 ‘싸구려 커피’라는 불량스러운 노래와 우스꽝스러운 율동으로 유명해진 가수입니다. 이 노래는 이른바 88만원세대의 우울하고도 약간은 찌질 해 보이는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장기하 본인이 직접 그 곡을 쓰고 말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노랫말에 적힌 상황을 경험해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자취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중산층인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학창시절 그의 주위에는 이른바 ‘운동권’ 친구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술과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투쟁)현장’에 가는 일이 종종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반쯤 농담 섞인 말투로 ‘숙취’로 인해 함께 가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장기하에게 질문을 던졌답니다. “네 꿈이 가수인데 그건 대학졸업장은 필요 없는 것 아니냐.” 장기하가 대답합니다. “사람의 앞일은 모르는 것이다. 졸업장은 따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그가 바라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 인디를 넘어 이른바 ‘메이저 밴드’가 되는 것입니다. 방송에 잘 나오고, 음반도 잘 팔리고, 공연도 잘 되는 그런 밴드 말입니다. 본인은 인기로 먹고 사는 ‘대중 가수’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랍니다.

2.
저는 요즘 중 ·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불량한’ 친구들과 함께 배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조만한 학교를 그만 두려는 친구도 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 대학에 들어갈지 말지 또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으면 제 명을 다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 제도권 교육에 대한 커다란 불신, 무언가에 복종하며 살아야하는 지금 자기 삶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3.
이번 위클리 수유너머 137호는 야마가타트윅스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가수이지만, 장기하 같이 인기로 먹고 사는 가수는 아닙니다. ‘메이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B급으로 규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Z급은 되는 것 같습니다. 평가 불가능한 것이지요. 저는 야마가타트윅스터의 삶과 음악에서 ‘세 가지’ 특징을 봅니다. 불량함 · 불편함 · 불리함이 그것입니다. 그는 ‘구루부구루마’라는 이름의 리어카를 손수 끌고 다닙니다. ‘자본’의 속도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느리게 걷고, 천천히 바퀴를 굴립니다. 그의 음악에 흐르는 ‘쓸모없는’ 노랫말과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그의 야한 춤은 주위의 모든 상황을 무화시킵니다.

4.
가을입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보다 사람 만나서 연애하고 연대하기 좋은 날입니다. 이럴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밖에 나가서 즐겁게 놀아야겠습니다.

응답 3개

  1. 말하길

    연애하기 좋은 날이겠죠..’연대’가 덤으로 뻘쭘하게 끼어든 느낌?? ㅋㅋ

  2. 샛별말하길

    연애하고 연대하기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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