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 카테고리 없음

달팽이 공방 통신

밀가루이야기

- 기픈옹달(수유너머 R)

밀가루이야기

밀가루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식료품을 살 때 겉봉투를 꼼꼼히 보시는 분들이라면 밀가루 표지에 적혀 있는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 1등급, 2등급 등의 단어가 적혀있는걸 보셨을 겁니다. 그런 단어를 보는 순간 ‘강력분은 강력한 밀가루란 말인가’, ‘2등급보다는 1등급이 좋겠지?’라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지나 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다른 코너로 발을 돌리는 순간, 바로 사라져버리는 질문이지요. 그러다 다음번 장 보러 갔을 때 저번과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따로 찾아보기에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만, 장 볼 때 마다 궁금한 밀가루의 분류와 등급! 이번 글에서는 이 주제를 중심으로 밀가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강력분 vs 박력분

강력분은 식빵, 모닝빵, 바게뜨 등 이스트(건조효모)를 이용한 발효빵과 파스타 등을 만들 때 쓰이고, 박력분은 주로 쿠키, 파운드케익, 비스킷 등의 과자류를 만들 때 쓰입니다. 중력분은 강력분과 박력분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수제비나 부침개 등 일반 요리를 할 때 폭넓게 쓰입니다. 맛으로 구분해 본다면 강력분으로는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있는 음식들을 만들고, 박력분으로는 바삭바삭 부들부들 부서지는 식감의 음식들을 만들지요. 이렇게 식감이 차이나는 이유는 밀가루가 물을 만났을 때 형성되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의 양 때문입니다. 글루텐의 양이 10~13%이면 강력분, 8~10%이면 중력분, 6~8%이면 박력분 입니다. 글루텐은 반죽을 만들 때, 밀가루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반응하여 형성되는 단백질복합체로, 탄성력이 뛰어난 물질입니다.1바로 이 글루텐 덕분에 지금 우리가 먹는 발효빵(이하 빵)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 중 반죽을 발효할 때 이산화탄소가 형성됩니다. 이에 글루텐이 막을 형성하여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두면서 반죽이 부풀게 되는 것이지요. 다른 곡분들로 만든 반죽은 밀가루반죽만큼의 글루텐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없으므로 거의 부풀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밀가루만이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럼 요즘 한창 웰빙바람을 타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쌀빵은 뭐냐구요? 쌀빵은 쌀가루에다가 밀가루반죽으로부터 분리해낸 글루텐을 인위적으로 첨가해서 만듭니다. 쌀가루 만으로만 만든 반죽은 빵을 만들 수 있을 만큼 부풀지 않기 때문입니다.

1등급 vs 2등급

등급은 흔히 생각하게 되는 밀의 상태나 영양정도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등급은 밀가루에 포함된 회분2의 양에 따라 구분됩니다. 회분은 밀의 외피부분을 제분했을 때 만들어지는 것인데요. 회분함량이 적을수록 1등급에 가까워지고 색깔이 백색에 가까워집니다. 쌀로 치자면 1등급은 잘 도정된 백미이고, 2등급은 현미인 셈입니다. 제비꽃빵집에서는 빵을 만들 때 대부분 우리밀통밀가루를 쓰고 있는데요. 통밀가루는 2등급 이하가 대부분입니다. 밀의 껍질을 어느 정도 남겨둔 채 제분한 것이라, 회분양이 많아서 그런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만큼 통밀가루에는 껍질부분에 있는 다량의 무기물 및 미량영양소가 들어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밀통밀가루

거의가 중력2등급인 우리밀통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이 8~10%로 중간치 정도이고, 회분이 많은 편이지요. 제비꽃빵집에서는 주로 우리밀통밀을 이용하기 때문에, 어찌하면 중력2등급인 우리밀통밀로 맛있는 빵, 맛있는 과자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을 합니다. 우리밀통밀가루로 빵을 만들어보면, 발효과정에서 잘 부풀어 오르지 않아 무게감이 있고 조직이 촘촘한 빵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빵은 강력분으로 만든 잘 부푼 빵에 비해 그리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밀통밀의 거칠고 구수한 맛에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요. 그 매력을 느끼다 보면, 그간 우리의 입맛이 부드럽고 폭신한 하얀 빵에 얼마나 잘 길들여져 왔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라남도 구례 등 몇 지역에서 강력우리밀이 생산되어 해* 등 몇몇 브랜드에서 우리밀강력분을 출시했습니다. 이 밀가루로 빵을 만들면, 역시 수입산 강력분만큼은 안 되지만, 우리밀통밀중력분보다는 잘 부풀어 오른 빵을 먹을 수 있습니다. 반면 쿠키나 브라우니 등 과자용으로 쓰기에 우리밀통밀중력분은 박력분과 비교하여 큰 손색없습니다. 하지만 더 바삭하고 부드러운 과자를 만들고 싶을 경우, 밀가루 사용량의5~10%를 전분으로 대체하면 전체 밀가루양 대비 글루텐함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박력분을 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왜 우리밀통밀인가.

시중에 유통되는 밀가루는 ‘우리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으면 대부분 미국산이거나 호주산입니다. 이들 나라에서 제분하지 않은 밀을 수입해, 한국에서 제분을 하지요. 이런 시스템에 대해 어떤 회사에서는 ‘국내생산’이라는(사실은 ‘국내에서 제분’인데!) 광고를 해서 마치 국내산 밀로 만든 밀가루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합니다. 80년대 이후 거의 생산되지 않았던 국내산 밀이 홈베이킹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으로 생산량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미국산 밀가루에 비해 2배나 비쌈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밀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번 ‘동네빵집’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수입산 밀에는 많은 양의 농약이 뿌려져 있습니다.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동안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것이 과연 얼마나 제거되고 우리의 입속으로 들어오는 걸까요? 이에 반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밀가루는 이동거리가 짧기 때문에 이동시간 때문에 필요한 농약은 치지 않겠죠. 설사 친다하더라도 그 양이 수입산 밀에 비해 아주 적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밀을 이용할 경우, 수입산 밀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이동하는 동안에 필요한 화석연료의 소비량과 매연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수입산 밀가루에는 통밀가루가 잘 없는데요. 밀을 수입하여 제분하는 것이므로, 수입하는 동안 치는 농약 성분을 없애기 위해 껍질을 모두 까고 백밀로 제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위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껍질과 씨앗의 눈에 대부분의 영양소와 무기질, 미량영양소들이 몰려 있지요. 이런 것들을 섭취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통밀가루를 먹어야 합니다.

왜 우리밀통밀가루를 먹어야하는지, 철저히 소비자적인 입장에서 고민해보았는데요. 얼핏 보면 이기적으로 보이는 이 생각과 실천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로컬푸드3를 없애고 전세계의 입맛을 통일시키려는 전세계적-전자본주의적 흐름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2배면 너무 비싸다구요? 밀가루나 설탕 값이 오르면 뉴스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데, 사실 그런 식료품 값 때문에 피해보는 곳은 대량으로 구매하는 과자회사 같은 곳이지요. 2~3사람 사는 집에서는 밀가루 먹어봤자 한 달에 1kg도 못 먹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개 안 먹고, 1500원만 더 투자해 우리밀통밀가루로 바꿔 써 보시는 게 어떨는지요. 밀도 보리처럼 겨울에 심어서 늦봄에 수확하는 작물이라, 조만간 구수한 햇밀가루를 먹을 수 있겠네요.

-제비꽃 달팽이


p.s 수유너머N으로 올라가는 길 담장에 핀 제비꽃입니다.

  1. 요리의 과학 p.170. 피터 바햄. []
  2. 영양학에서,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무기물 또는 그것의 전체 분량에 대한 비율을 이르는 말. []
  3.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하며, 흔히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것을 가리키는데, 생산물이 이동한 총거리를 따져야 한다. 반면 글로벌푸드라 할 수 있는 칠레산 포도의 경우, 목적지(한국)에 도착해 음식의 에너지로 제공되는 것보다 수 십 배나 더 많은 화석에너지를 운송과정에서 소모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수익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민이 아니라 유통과 판매를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이 발생된다. []

응답 2개

  1. 레이김말하길

    윗분이 적은것처럼 수입 밀자체에 잔류농약을 체크하고 허용치 내에 잔류농약은 수입 밀가루가 국내에서 제분하는 과정에 대부분 잔류농약이 제거 됩니다. 흔히 개미 실험에 대해서는 국내 밀가루도 똑같이 죽는 실험결과가 나왔는데, 몇몇 테스터가 실험조건을 달리해서 이상한 결과가 나왔더군요. 형평성에도 맞지않는 실험 믿고 이런 내용 너무 함부러 적는건 바람직 하지않아보입니다..

  2. 이종섭말하길

    수입된 밀에 농약이 많다는 말씀은 어떤 근거로 하시는 것인지요?
    밀을 수입할 때 식약청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철저히 합니다.
    식약청에서는 여태껏 한번도 잔류량이 초과된 밀이 수입된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의심되신다면 식약청에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