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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꼼

아동성폭력범, 영화로 본다(2부작, 두 번째 편)

- 황진미

3. 위험한 동거, 가정 내 성폭행

20세기 초 미국남부의 흑인여성의 수난과 연대를 그린「컬러 퍼플」(1985)은 14세 딸을 성폭행하여 낳은 두 아이를 강제로 입양 보낸 뒤 그 딸은 중년남자에게 후처로 보내고, 다시 작은 딸을 추행하는 계부를 보여준다. 「예의 없는 것들」(2006)에도 입양한 딸을 성폭행하여 딸을 낳게 하고, 그 딸마저 성폭행하는 양부가 나온다. 「조용한 세상」(2006)에도 계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급우들에게 알려지자 수치심에 자살하는 여고생이 등장하며, 이와 더불어 양부에 의한 성폭행으로 임신을 한 17세 소녀가 양부를 칼로 찔러 상해를 입히고, 이후 성인이 되어 아동위탁기관에 근무하면서 위탁 소녀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소녀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여성이 등장한다.

칼라 퍼플 / 조용한 가족

한편, 가정 내 성폭행은 친아버지에 의한 경우도 많다. 「사이더 하우스」(1999)와 「귀향」(2009)의 친부는 딸을 강간하여 임신시키고,「사일런트 폴」(1994)의 아버지는 거부(巨富)이면서도 딸과 아들을 성추행하고, 「나비 효과」(2004)의 아버지는 일곱살 딸에게 포르노를 찍게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06년 통계에 의하면 아동강간사건의 가해자 중 친부가 14.3%, 계부가 10.2%였다. 이들은 주로 ‘상황적 아동성범죄자’ 중 퇴화형에 속하는 사람들로, 가능성을 기준으로 대상을 물색하기 때문에, 접근이 가장 쉬운 자녀나 친족이 택해진다. 한편 ‘선호적 아동성범죄자’ 중 일부는 매력을 느끼는 아동의 어머니와 결혼하는 방법을 취하기도 한다. 「백야행」(2009)에서 요한의 아버지가 미호에게 매력을 느껴 어머니와 내연의 관계를 맺었다.

귀향 / 백야행

‘김보은 사건’(1992)에 의해 알려진 가정 내 성폭행은 일반 사건과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가정 내의 성학대를 당한 아동은 무력감, 배신감, 분열된 애정의 덫에 갇힌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이는 가해자가 계부이건 친부이건 큰 차이가 없고, 아동이 가해자와 친밀한 관계일수록 상처가 크다고 한다. 아동은 학대에 적응하여 유혹적으로 행동하거나, 가해자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자기 책임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가해자를 보호하거나 충절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1

더욱 복잡한 문제는 피해자와 다른 가족 간의 관계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븐」(1994)과 「귀향」에서 남편이 딸을 성폭행한 사실을 안 어머니는 남편을 살해한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 묵인이 일어난다.「돈 크라이 마미」(1996)에서 미국 남부 빈곤 가정의 12세 소녀는 계부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을 당한다. 엄마는 딸이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도 남편을 떠나지 않으며, 딸은 엄마를 위해 경찰의 추궁에 침묵한다. 「301 302」(1995)에서도 엄마는 딸과 남편의 관계를 눈치 채고도 묵인한다. 이런 경우 아동이 성 학대를 당함으로써 가정 내에 기우뚱한 정서적 균형을 이루어, 성학대는 드러나지 않고 십 수 년 간 계속된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실을 묵인할 수 있는 걸까? 비가해 부모는 아동과 남편 사이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고, 자녀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수치스럽기 때문에 일단 성학대 사실을 ‘부인(denial)’하게 된다. ‘부인(denial)’은 자녀의 성폭행피해를 인지한 많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반응이다. 이는 부모 자신도 충격적인 상황 앞에서 일단 사실을 부인하거나 별일이 아닌 것으로 의미를 축소시켜 받아들이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의 상류층 어머니도 사촌오빠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말하는 딸을 비난하며 침묵을 강요하는데, 이는 사실을 부인(denial)하거나 없었던 일 인양 덮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딸은 엄마의 냉담한 반응에 더 큰 상처를 입고, 이후 엄마를 증오하며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다. 자신이 가장 믿는 사람으로부터 공감과 지지를 받지 못할 때 피해아동은 2차 외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4. 전쟁과 조혼에 희생된 아이들

「거북이도 난다」(2004)는 미국의 이라크 공습 직전 국경 지역의 쿠르드족 어린이들의 처참한 삶을 그린다. 지뢰밭 속에서 살아가는 소녀는 군인들에게 강간당하여 낳은 아이를 업고, 늘 자살을 생각한다. 「연을 쫓는 아이」(2007) 는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을 그린다. 가해자는 청소년기부터 자신보다 어린 하층계급 소년을 성폭행하였는데, 자라서 탈레반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부모 잃은 소년을 성폭행한다.

「천상의 소녀」(2003)와 「사막의 꽃」(2009)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소말리아2의 조혼 풍습이 등장한다. 조혼 역시 아직 성적으로 성숙하지 않았고 어떠한 거부의사도 표명할 수 없는 소녀를 대상으로 한 성 학대다. 「천상의 소녀」에서 여성의 모든 사회활동이 금지된 탈레반 치하에서, 생계를 위해 남장을 한 소녀에게 처형 대신 늙은 권력자의 넷째 부인이 될 것이 선고되는 장면은 조혼이 제도화된 아동성폭력임을 알려준다. 「사막의 꽃」의 조혼은 매매혼의 성격을 띤다. 여성할례3에 의해 처녀성을 보증받고 성관계가 뭔지도 알지 못하는 13세 소녀가 낙타 5마리를 부모에게 건네는 60세 노인과 하는 결혼은 아동성매매와 다를 바 없다.

천상의 소녀 / 연을 쫓는 아이

현재 아동성학대는 국지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다. 인터넷에 의해 소아성애자의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아동 포르노가 전지구적으로 유포되기 때문이다.4 인터넷에는 소아성애 관련 사이트가 23,000개 이상, 채팅그룹이 40,000개 이상 존재한다. 인터넷상의 아동성애물은 소아성애자의 성적 환상을 만족시키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성매매와 직접 연결되기도 하고, 피해아동을 침묵시키는 협박수단이 되기도 하며, 가해자들의 반사회적 욕망을 공유하고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아동성학대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1999년 유네스코 전문가회의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비단 아동성애물이 아니라도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 의한 음란물의 범람은 청소년과 아린이가 가해자인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와 관계가 깊다. 20세 미만의 미성년자 가해자들은 2005년 1,329명에서 2008년 2,717명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전체 성폭행가해자중 14-19세 청소년이 11.6%, 13세 이하5도 3% 존재한다. 이들은 대부분 또래나 자신보다 어린 상대를 피해자로 삼기 때문에, 13세 미만 아동성폭행의 경우 24.1%가, 7세 이하 유아성폭행의 경우엔 절반 이상이 미성년 가해자에 의한 것이다. 청소년 성범죄자들은 성인범죄자들에 비해 강간과 윤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더 높으며6, 재범률도 3배나 높다.

청소년 가해자들의 약 83%는 피해자도 원했다고 말하거나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성인지 왜곡을 보여주며, 성인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청소년기에 첫 범행을 경험한다는 통계는 이들에 대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러나 대게의 경우 훈방 조치되고,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사회봉사·교육 등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 성인지 왜곡에 대한 교정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7이다. 영화<시>(2010)는 청소년에 의한 성폭력사건이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은폐되고 무마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6명의 중3 남학생들이 또래소녀를 6개월간 집단성폭행하고 소녀는 자살하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부모와 학교, 경찰은 한통속이 되어 비밀 유지와 피해자와의 합의에만 진력한다.

아동성폭력을 살펴보면 ‘성폭력은 성관계가 아니며,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가하는 원초적 폭력일 뿐’이라는 성폭력의 본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성폭력에 대한 가부장적 통념으로는 아동성폭력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한 탓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적용하자니 소아성애 욕망을 인정하는 꼴이고, 성폭력은 가해자의 지배욕구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니 남성의 성충동을 정당화해온 기존의 입장과 배치된다. 그래서 아동성폭력이라는 곤혹한 실체 앞에서 눈을 감거나, 이따금 강시처럼 일어나는 대형사건에 호들갑스러운 분노와 함께 ‘미친 욕망’이라는 부적을 붙여 매장(埋葬)시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러한 ‘완강한 몰이해’는 또다시 피해아동을 침묵시킨다. 그 결과 아동성폭력은 표면에 드러난 것보다 훨씬 흔한 사건이며,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피해경험은 심각한 외상을 남긴다는 사실이 간과된다.

롤리타적 환상 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걸 그룹’의 나이는 갈수록 어려지고, ‘동안’을 비롯한 ‘어린 몸’의 가치는 외모지상주의와 더불어 점점 더 맹위를 떨친다. 공중파에서조차 아이들에게 ‘섹시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건네지고, 아이들의 메일계정으로 포르노를 담은 스팸메일이 무차별적으로 배달되는 이 사회에서, 소아성애자들은 그들만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억울함을 토로할 것이다. 섹시한 아이들이 유혹해서 같이 즐겼을 뿐이라고! 피해자를 비난하고 가해자를 두둔하는 강간통념이 잔존하고, 롤리타적 욕망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성욕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사회에서, 과연 전자발찌만으로 그들의 욕망을 묶어둘 수 있을까?

황진미(영화평론가)
  1. 롤랜드 서미트 박사는 성학대 피해아동의 감정패턴을 ‘아동 성학대 적응 증후군’으로 불렀는데, 피해아동은 비밀, 무력감, 적응, 철회의 감정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
  2. 전 세계 4,200만 명의 에이즈 감염자 중 3,000만명이 존재하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소녀들이 군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거나, 성매매로 가족을 부양하거나, 매매혼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
  3. 4세에서 12세 사이의 여아들의 음핵은 물론 소음순과 대음순의 일부를 잘라내고 양쪽 대음순을 봉합하는 수술로, ‘여성성기부분절단’으로 불리는 것이 옳다. 종교나 관습 등의 이유로 행해지는데, 여성의 오르가슴을 비도덕적으로 여기고 육체적 순결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유니세프에 의하면 이미 1억3천만 명의 여성들이 이 시술을 받았으며, 아직도 매년 2백만 명의 여아들에게 행해진다. 비위생적인 상태에서 마취도 없이 소독안한 면도칼로 시술되기 때문에, 과다출혈, 파상풍, 창상감염 등으로 사망하거나, AIDS에 감염되는 수는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여성할례’자체가 여아들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의 일종이다. []
  4. 「어둠의 아이들」에서 아동성매매를 찍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리던 장면은 현실에 존재한다. 인터넷 네트워크 ‘오키드 클럽’의 16명의 아동성애자들은 소녀들의 성학대 장면을 웹 카메라로 찍어 동시에 보면서 지시하고 즐긴 혐의로 체포되었다. []
  5. 영화 <티스>는 13세 미만의 가해자를 묘사한다. 오빠는 의붓여동생의 성기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
  6. 2009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자료에 의하면, 성인가해자에서 강간이 42%, 윤간이 2.6%인데 반해, 청소년가해자는 강간 51%, 윤간이 9.6%에 이른다. []
  7. 2004년 1년간 1천508명의 성폭력 가해청소년이 수사를 받았지만 인지왜곡 현상을 치료받도록 하는 수강명령의 대상자는 86명에 불과했다. []

응답 1개

  1. 행인말하길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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