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만필

어쩔거나, 구럼비야.. 구럼비 바위야 …

- 김융희

무섭소. 무서워 떨리오. 떨리었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내막을 잘 모릅니다. 강정 마을이 왜 문제인가, 구림비 바위가 어데 있는지, 도대체가 모릅니다. 모르는 일이라 관심도 없소.

그런데, 대통령 다음으로 윗분인 도지사와 의장과 온 주민이 함께 정식 요청을 했는데도 아랑곳, 사정없이 폭파되는 것을 보면서, 최고 통수권자께서 끔찍해 지금도 몸서리쳐진 연평도에서 “공격하면 즉시 응징하라, 지시도 보고도 이후의 문제다. 어떻게, 굴복할 때까지, 끝까지 응징하라” 하나님 제발 지켜주소서. 이 몸이 무서워 떨립니다. 떨렸습니다.

어쩔거나
어쩔거나, 구럼비야
어쩔거나아…
구럼비 바위야.

그리도 차갑게 맑았던
푸르렀던 하늘은,
며칠 째, 검잿빛 구름으로
펼 줄을 모른 채,
그냥 말이 없구나.

할 말이 없다
없다..
가슴은 미어 터지는데…

어쩔거나 구럼비야,
구럼비 바위야
어쩔거나아…

할 말이 없다. 할 말을 몰겠다.
도대체가,
등산화 졸라 매고 터미널로 간다.
그래, 안동이나 다녀 올란다.
산문집 ‘우리들의 하나님’ 하나만 넣어
배낭을 챙겨서 권선생 만나러 안동 갈란다.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데 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울 것이다.”-

애국도 애족도 사람이 먼저, 편애 차별이 없는 세상을 바라며,
권정생님이 쓰신 “애국자 없는 세상” 올시다.

안동 시장에 들려 간고등어 한 마리 사들고,
권선생 뵈러 안동으로 갈렵니다.
생전에는 선뜻 누구를
잘 만나주지 않는 당신이지만,
지금은 유택에만 지내시는,
좋아하신 간고등어와 함께하면,
지루해서라도 혹시나 하여,
선생의 유택을 찾아 갑니다.

안동소주 한 잔 권할렴니다.
한 말씀 해주시면,
얼른 한 잔 따라 드리렴니다.
간고등어 안주삼아 안동 소주 나누며,
말씀 들을렴니다.

강정 마을의 구럼비.. 구럼비 바위.
배꼽에 폭약 넣고 산산히 부셔버리는,
불쌍한 구럼비 바위를 위해,
한 말씀 들으려 안동의 권선생께 갑니다.

응답 2개

  1. 도순희말하길

    goodmorning~정말오랫만이네요..세월이 마니지났지만,,,
    그림에서 작가로 전업하신셈가요.ㅎㅎ.
    종종 들러서 사는 얘기도 듣고 그리고 좋은글 즐감하겠습니다.
    평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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