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필독靑年筆毒

이런 가’족’같은

- 김민수(청년유니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또 사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해온 이윤정씨(32·여)가 7일 오후 8시41분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숨졌다.”

또 하나의 가족이 운명했다. 6년 간 반도체 공장의 악취와 분진 속에서 삶을 영위했다. 2년 전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5월 7일, 그녀의 삶은 중단 되었다.

사망이라는 단어 앞에 ‘또’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벌써 55번째 가족을 잃은 삼성은 어째서 이토록 담담, 아니 당당하단 말인가. 악취와 분진이 지배하는 죽음의 공장에서 함께 일할 땐 가족이고, 신음과 절망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땐 사돈의 팔촌이 아는 친구란 말인가. 호적이 무슨 현금출납기인가. 호적에서 가족의 이름을 넣었다 빼는 폐륜은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걸까. 당신들의 1조 매출 신화를 위해, 당신들의 공장에서, 당신들이 방치한 발암물질과 고락하다, 당신들의 그늘 안에서 사망한 이를 외면하는 패기는,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걸까.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이런, 가‘족’같은 놈들을 봤나… 인간의 뇌와 심장을 가지고 있다면, 부디 상식과 도의를 다하기를.

지랄도 풍년이라고, 근로복지공단의 꼬락서니 또한 가관이다. 절망을 맞이한 유족들에게 근로‘복지’공단이 한다는 소리가, 증거를 가져오란다. 산업재해임을 입증할 ‘과학적 증거’를 가져오란다. 삼성은 폐륜이고, 이 놈들은 ‘CSI’ 중독이다. 지금 과학수사대 찍나?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성분조사도 진행하지 않은 산업체와, 백혈병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라고? 같은 공장에서 55명이 사망한 사태의 원인을 추론할 논리적 역량이 그토록 부족하단 말인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로서 당신들에게 명하는건데, 제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라. 절망을 맞이한 유족들에게 ‘과학적 증거’를 묻는 것 정도가 당신들의 역할이라면, 어째서 당신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을 1000대 1의 경쟁률 끝에 선발해야 하는 것인지, 대단히 의심스럽다.

5월 8일을 앞두고 어버이를 잃은 두 아이의 비극 앞에, 우리는 무엇을 답해야 한단 말인가.

남편 정희수 씨에게 이 씨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용서해주라’였다. 그러나 정씨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응답 1개

  1. 노규호말하길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야 삼성 반도체공장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분들의 수가 55명에 이르렀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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